[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감독 하정우의 네 번째 연출작 '윗집사람들'이 드디어 베일을 벗고 대중 앞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25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코엑스에서 영화 '윗집사람들'(감독 하정우)의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연출과 출연을 동시에 맡은 하정우 감독과 주연을 맡은 공효진, 김동욱, 이하늬가 참석했다. 이날 기자간담회 초반 국민 배우 이순재의 별세로 인한 추모의 시간이 먼저 진행됐다. 하정우를 포함한 주연배우들은 이날 행사에 검정 정장 차림으로 참석해 잠시 일동 묵념의 시간을 가지며 대선배 배우의 영면을 추모했다.

'윗집사람들'은 매일 밤 윗집에서 들려오는 활기찬 소리에 지친 아랫집 부부(공효진, 김동욱)가 결국 위층 부부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게 되면서 두 부부 사이에 벌어지는 예측 불허의 스토리를 그렸다. 국내 영화계에서 내로라하는 연기력과 캐릭터 소화력을 자랑하는 하정우, 공효진, 김동욱, 이하늬는 말맛 넘치는 19禁 대사들을 폭포수처럼 쏟아내면서도 각 인물들이 지닌 욕망과 이상, 갈등, 비밀, 위선 등과 관련된 감정들을 뛰어난 앙상블로 소화해내며 예상치 못한 결말로 관객을 인도한다. 화려하고 스펙타클한 액션 영화들이 주는 스릴감 못지 않은 긴장감과 속도감이 관객들을 몰입시킨다. 특히 연기력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라고 불러도 좋을 하정우, 공효진, 김동욱, 이하늬가 펼치는 연기 호흡의 향연은 대형 스크린에서 더욱 빛을 발하며 여러 차례 관객들을 숨을 멈추게 한다.  

주연 배우들의 농도 짙은 무르익은 연기력은 물론이고 특히 세밀하게 구성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설계한 하정우 감독의 영리한 연출과 캐릭터들의 감정선을 한발 앞서 이끌어 주는 달파란의 음악, 영화 전체적인 세련미와 다양성을 담당한 박일현 미술감독의 미술 등 영화의 수많은 주요 요소들이 합쳐져 한편의 유쾌하면서도 발칙한 고품격 섹스 코미디로 완성됐다.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하정우 감독은 "오늘 첫 관람을 하신 기자분들이 재미있게 보셨다니 천만 다행이다. 전작 '롤러코스터'와 '허삼관', '로비'를 만들며 그 경험과 배움 덕에 네 번째 작품을 통해서 관객과 만날 기회를 만나게 된 것 같다"며 "연출자로서 여정을 잘 살아가게 된 것 같다, 앞으로 어떤 기회가 올지 모르겠지만 작품 한편을 개봉하고 관객과 만나고 또 결과를 받아들이고 또 결과를 통해서 깨닫게 되고 그런 부분이 늘 진행형이다. 그러면서 1mm씩 성장하고 깨닫게 되는 것 같다. '윗집사람들'을 보셔야 할 특별한 이유를 꼽기는 어려운 것 같다. 모든 전작들 때도 최선을 다했고 이번 작품도 배우분들과 최선을 다해 협어뱄다. 다만 제가 성장을 조금 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하 감독은 관전포인트에 대해서도 "가장 어려운 부분 같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자 함께 작업한 사람으로서 제 영화가 관객들과 많이 만나면 너무 좋을 뿐이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가 코미디 장르의 영화로 보이실 수 있지만 저는 코미디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뭔가 그럴싸한 메시지를 전하려고 했던 것도 아니었다. 다만 배우들과 협업해서 잘 짜여진 이야기로 잘 풀어내고 싶었다. 그것에 집중해서 작업에 임했다. 관전 포인트를 이야기하자면 스페인 원작을 보면서도 느꼈다. 문화와 환경이 달라도 (부부의 성에 관한 주제적 부분이) 어렵기도 하고 또 대담할 수도 있구나 싶었다. 이 연말에 많은 분들이 봐주시고 또 이야기 나눠 주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공효진은 극중 겉으로는 차분하고 단정한 미술대학 강사지만, 내면에는 부부 관계에서 오는 공허함과 외로움이 공존하는 감성적인 현실주의자이자 아랫집 여자 임정아 역을 연기했다. 공효진은 이번 작업에 함께 한 소감에 대해 "김동욱 배우와 만나서 정말 어딘가에 살고 있을 법한 찐부부의 케미를 만들어보자고 이야기를 나눴다. 정아는 이 손님들을 잘 대접해서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윗집 부부가 어떤 황당한 이야기나 제안을 해도 '네, 맞아요'라고 긍정하며 남편 현수와의 사이가 소원하다는 것을 들키고 싶어하지 않는 인물이다. 겉치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사는 현대 여성으로 그리고 싶었다. 김동욱 배우와 티격 태격하며 살아가는 찐부부의 모습을 보여드리려 했다. 그러면서도 윗집 부부의 돌발 제안에 가끔 내 남편의 편을 들게 되는 정말 부부의 모먼트를 보여드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효진은 "오늘( 현장의 기자들이) 잘 봐주셨다니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봐주셨을지 떨리면서 긴장됐다. 재미있게 보셨다니 떨리는 마음이 진정됐다"고 말했다. 

이어 공효진은 "하정우 감독님이 현장에서 영화를 찍을 때 특별한 주문은 없었다. 윗집 부부가 비현실적 부부 같았다면 우리는 초현실적 부부처럼 보이기를 바라고 그걸 중요시하지 않았을까. 김동욱 배우와도 그런 것을 잘 맞추려 했다"고 말했다. 

김동욱은 겉으로는 시니컬하고 무심한 듯 보이지만, 속으로는 자존심과 예민함이 뒤엉킨 독립영화 감독이자 아랫집 남편 이현수 역을 연기했다. 김동욱은 "공효진 누나가 이야기한 것처럼 권태로운 부부들이 기존 드라마에도 많이 있었잖나? 우리는 전형적이고 상투적이지 않은 그러면서도 현실에서 권태로운 부부의 모습은 무엇일지 디테일하게 이야기를 나눠 보려고 했다. 그런 부분을 열심히 찾으려 했다"고 말했다. 

이하늬는 단정하고 지적인 정신과 전문의로 누구보다 자기감정에 솔직한 욕망을 가지고 있는 윗집 여자 최수경 역을 연기했다. 이하늬는 하정우와의 호흡에 대해 "하 감독님을 감독님으로 뵙는 것도 처음이고 배우로서 링위에서 하는 것도 처음이고 객관적으로 김선생 역할이 모자라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서 제가 많이 매무새 봐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수경과 범용은 재혼을 했기에 서로 잘 아는 사이다. 초혼 때는 속아서 결혼할 수도 있는데 두 사람은 이미 그런 사이도 아니고 뼛속까지 아는 사이다. 처음에 장점이 너무 강하기에 이 사람의 단점까지 안고 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선생의 치명적 매력이 뭘까'하는 생각을 작품 내내 했다"고 말했다.

영화 '윗집사람들'은 오는 12월 3일 개봉한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