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화, 뇌종양 투병 끝 별세…향년 69세
작성자 정보
- 작성자 토도사연예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조회 3
본문

[스포츠한국 이유민 기자]
'1세대 연극 스타'로 불리며 반세기 가까이 공연예술의 최전선을 지켜온 배우 윤석화가 세상을 떠났다.
윤석화는 19일 오전 9시 54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유족과 측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별세했다. 향년 69세. 고인은 악성 뇌종양으로 투병해 왔으며, 연극계에 따르면 이날 가족들의 곁에서 생을 마감했다.
윤석화는 지난 2022년 7월 연극 '햄릿' 출연 이후 같은 해 10월 악성 뇌종양 수술을 받았고, 이후 치료와 투병을 병행해왔다. 투병 사실을 공개한 뒤에도 무대를 향한 의지를 놓지 않았던 그는 2023년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연극 '토카타'에 약 5분간 우정 출연하며 관객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난 윤석화는 1975년 연극 '꿀맛'으로 데뷔했다. 이후 '신의 아그네스', '에쿠우스', '햄릿', '딸에게 보내는 편지', '마스터 클래스' 등 굵직한 작품에서 독보적인 연기와 에너지로 연극계의 흐름을 주도했다. 선배 손숙, 박정자와 함께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여성 배우로 자리매김했으며, 연극 무대에 '스타 시스템'을 처음으로 안착시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대표작 '딸에게 보내는 편지'(1992)에서는 재즈 여가수 멜라니 역을, '마스터 클래스'(1998)에서는 오페라 디바 마리아 칼라스를 연기했다. 특히 2016년에는 예순의 나이에 '햄릿'의 연인 오필리아 역을 맡아 나이를 뛰어넘는 도전으로 화제를 모았다. 강렬한 발성과 호흡, 무대를 장악하는 집중력은 당시 여성 배우에게는 드물었던 개척자적 면모로 평가받았다.
윤석화는 연극에 머물지 않고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 '명성황후', 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 등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했다. 영화 '레테의 연가', '돌아온 영웅 홍길동', '봄, 눈'과 SBS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2017) 에서도 연극에서 다져진 깊은 표현력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연출과 제작에도 적극적이었다. 2002년 건축가 장윤규와 함께 대학로에 소극장 '정미소'를 개관해 실험적 연극의 산실을 만들었고, '토요일 밤의 열기'를 연출했다. 제작에 참여한 뮤지컬 '톱 해트'는 영국 로렌스 올리비에상을 수상했다. 1995년에는 돌꽃컴퍼니를 설립해 만화영화 '홍길동 95'를 제작했고, 1999년에는 공연예술계 월간지 '객석'을 인수해 발행인으로 활동했다.
사적으로는 아들과 딸을 입양해 키웠으며, 입양기금 마련을 위한 자선 콘서트를 꾸준히 여는 등 입양문화 개선에도 힘썼다. 예술성과 사회적 책임을 함께 고민해온 행보였다.
윤석화는 백상예술대상 여자연기상을 네 차례 수상했고, 동아연극상, 서울연극제 연기상, 이해랑 연극상 등을 받았다. 2005년 대통령표창, 2009년 대한민국문화예술상(연극·무용 부문)을 수상하며 예술적 공로를 인정받았다.

별세 소식 전해지는 과정에서 혼선도 있었다. 이날 오전 한국연극배우협회가 사망 소식을 전했다가 "호흡을 유지 중"이라며 정정하는 소동이 있었으나, 결국 같은 날 오전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별세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투병 중이던 2023년 채널A '뉴스A'에 출연해 항암치료를 포기했다고 밝힌 그는 "일주일을 살더라도 나답게 살고 싶었다"며 "암 외에는 건강하다고 생각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마지막까지도 예술은 그에게 삶의 언어였다.
한국 공연예술계는 윤석화의 별세로 한 시대의 상징을 잃었다. 무대 위에서 살았고, 무대로 기억될 그의 이름은 앞으로도 한국 연극사의 한 축으로 오래 남을 것이다.
빈소는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될 예정이며, 유족으로는 남편 김석기 전 중앙종합금융 대표와 아들, 딸이 있다.
스포츠한국 이유민 기자 lum5252@sportshankook.co.kr
관련자료
-
링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