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한:현장] '케데헌' 열풍부터 K-뷰티 1위까지…넷플릭스가 그린 'K-콘텐츠 넥스트 레벨'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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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유민 기자]
K-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한류가 미국 사회에서 문화 소비를 넘어 산업과 라이프스타일까지 확장되고 있다.
23일 넷플릭스가 서울 성수동 앤더슨씨에서 '넷플릭스 인사이트' 행사를 열고 K-콘텐츠의 글로벌 확산과 문화·산업적 파급 효과를 조명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현준 홍익대학교 교수와 김숙영 UCLA 교수 등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해, K-콘텐츠가 국경을 넘어 전 세계 MZ세대의 소비 습관과 생활 방식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넷플릭스는 이번 행사를 통해 한류가 일시적 유행을 넘어 지속 가능한 글로벌 문화 코드로 자리 잡아 가는 과정을 공유하고, 2026년 이후에도 이어질 K-콘텐츠의 확장 가능성을 제시했다.

특히 미국 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K-컬처가 일상적인 문화 소비로 정착하고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김숙영 교수는 시장조사기관 유고브(YouGov) 조사 결과를 인용해 "미국에서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한국 드라마 상위 20편은 모두 넷플릭스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작품들"이라며 '오징어 게임', '더 글로리', '킹덤' 등을 대표 사례로 들었다. 또 다른 조사기관 2CV 설문에서도 K-콘텐츠 시청 이후 한국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응답한 비율에서 미국이 8개국 중 3위를 차지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 교수는 이를 통해 미국 내 K-드라마 소비를 견인하는 넷플릭스가 한국에 대한 이미지 형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확산의 배경으로 미국 MZ세대의 특성을 꼽았다. 9·11 테러, 글로벌 금융위기, 팬데믹, 사회 갈등을 겪으며 성장한 이들은 합리적인 소비를 중시하면서도 새로운 문화에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고, 온라인 공간을 통해 문화적 갈망을 해소해 왔다는 것이다. 이 같은 세대적 특성 덕분에 K-컬처는 단발성 유행이 아닌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을 수 있었고, 이는 한류의 지속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빌보드 설문조사에서도 K-팝 팬 응답자의 약 48%가 일주일 내내 K-팝을 청취하는 '헤비 유저'로 나타났으며, 팬 분포는 지역과 정치 성향을 가리지 않고 고르게 형성돼 있었다. 김 교수는 "K-팝은 온라인 기반 문화로, 정치적 갈등이나 지역성을 넘어 하나의 공동체 소속감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K-드라마 역시 폭넓은 소비층을 형성하고 있다. 온라인 행동 패턴 분석에 따르면 K-드라마 팬층에는 40대 이상 남성도 적지 않았고, 다양한 인종에서 고른 인기를 얻고 있었다. 특히 넷플릭스 K-드라마 시청자의 약 30%가 히스패닉계로 나타났는데, 김 교수는 "미래 미국 사회의 주류가 될 집단이 K-드라마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K-콘텐츠의 전망은 밝다"고 내다봤다.

유현준 교수는 K-콘텐츠의 확산을 '공간'의 개념으로 설명했다. 그는 "공간은 물리적 크기가 아니라 사람이 어떻게 인식하고, 얼마나 시간을 보내느냐로 결정된다"며 "현대인은 삶의 절반을 온라인 공간에서 보낸다"고 말했다. 고대 그리스의 원형극장이 공동체를 형성했듯, TV와 스마트폰, OTT 플랫폼은 현대의 새로운 '공간'이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사람의 시선이 모이는 곳에 힘이 생긴다"며 "과거에는 제단이, 지금은 미디어와 플랫폼이 권력의 중심"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관점에서 K-콘텐츠는 공간 자체를 수출하는 역할을 한다. 유 교수는 "K-드라마 속 서울의 거리, 블랙핑크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한국의 공간이 '힙한 장소'로 인식되고 있다"며 "공간이 힘을 갖는 시대에 K-콘텐츠는 한국의 공간과 생활 방식을 자연스럽게 전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와 가상 공간에서의 선제적 경험이 결합되며, 한국 문화는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빠르게 해외로 확산될 수 있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한류의 확장은 콘텐츠에 머물지 않고 산업 전반으로 이어지고 있다. 패널 토론에는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이승은 차장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이상윤 한류 PM이 참여해 현장의 변화를 공유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25년 10월 말 기준 누적 관람객 501만 명을 돌파했고, 박물관 굿즈 브랜드 '뮷즈(MU:DS)' 매출은 전년 대비 85% 증가한 306억 원을 기록했다.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공개 이후 관련 유물을 보기 위한 방문과 굿즈 구매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코트라는 올해 뉴욕에서 북미 최초로 '한류 박람회'를 개최해 약 2만 명의 참관객과 1100만 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을 이끌어냈다. 이상윤 PM은 "K-뷰티는 미국 화장품 수입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고, K-푸드 역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한류는 문화 콘텐츠를 넘어 산업 구조와 결합해 경쟁력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류의 지속을 위해 콘텐츠의 질과 다양성, 그리고 산업 전반으로 이어지는 유통 구조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숙영 교수는 "젊은 시절 열광한 문화는 평생 향수로 남는다"며 "K-팝 댄스 학원처럼 참여형 한류가 이미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은 차장은 "스토리텔링과 품질이 결합될 때 한국 문화는 오래 사랑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고, 이상윤 PM은 "콘텐츠 인기를 실제 소비와 수출로 연결하기 위한 시장 이해와 유통망 구축이 필수"라고 덧붙였다.
K-콘텐츠는 이제 '보는 문화'를 넘어, 세계인의 일상과 소비를 움직이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한류의 다음 단계는 그 지속 가능성을 어떻게 현실의 산업과 생활 속에 정착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스포츠한국 이유민 기자 lum525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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