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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세 김희갑 작곡가의 음악 인생, 다큐로 부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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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토도사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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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완 기자]

지난 14일 동인천역 부근에 있는 독립영화관 '미림극장'에서 다큐 영화 '바람이 전하는 말'의 '관객 시사회'가 열렸다. 전찬일 영화평론가가 기획하고, 영화를 연출한 양희 감독 등이 참석했다.
▲ 다큐 영화 '바람이 전하는 말' 포스터 다큐 영화 '바람이 전하는 말' 포스터. 14일 인천 미림극장에서 진행된 행사
ⓒ 미림극장
러닝타임 100분 동안 참석한 50여명의 관객은 영화에 빠졌고, 불을 밝히자 박수가 나왔다. 조용필 콘서트에서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부르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이 곡을 작곡한 김희갑 작곡가와 작사가인 부인 양인자 작가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대중가요에서 작사, 작곡가는 일반에 그리 잘 인식되지 않은 부분이다. 필자 역시 그랬다. 하지만 영화에 삽입된 35곡의 노래는 한 곡 정도를 제외하고 내가 다 아는 노래였다. 이 곡들이 한 사람에 의해 작곡되었다는 것 만으로도 경이로웠다.

그 중심이 김희갑 작곡가가 있다. 1936년 평양 태생인 그는 중학생이었던 1·4 후퇴 당시 징집의 위협을 느끼고, 서울을 거쳐서 대구로 피난 간다. 기타를 잘 치는 고등학생으로 소문나 미8군 밴드 소속이 된다. 어린 소년 기타리스트는 이 악단이 주는 재즈나 소울의 정서를 자연스럽게 터득하고, 1969년 그가 작곡한 '바닷가의 추억', '달맞이꽃', '진정 난 몰랐었네' 등이 들어있는 앨범을 통해 데뷔한다.

놀라운 것은 포크라는 음악으로 시작했지만, 혜은이의 '열정', 김국환의 '타타타',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 임주리의 '립스틱 짚게 바르고', 양희은 '하얀 목련' 등으로 다양한 실험을 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8개월 동안 고심해 내놓은 가곡과 대중음악을 결합한 '향수', 국내 뮤지컬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명성황후' 등은 그가 우리나라 대중음악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 있게 한다. 그는 가왕 조용필의 대표적인 명곡인 '킬리만자로의 표범', '그 겨울의 찻집', '바람이 전하는 말', 'Q' 등을 작곡했다.

작곡가 김희갑을 더욱 빛낸 것은 양인자 작사가다. 둘은 1987년에 재혼했다. 방송 작가였던 양인자 작사가는 작사 미팅을 위해 몇 번을 만나다가 자연스럽게 부부의 연으로 이어지고, 이후 두 사람은 400곡을 만들었다. 결혼 이후 만든 곡은 대부분 '김희갑 작곡, 양인자 작사'다. 영화에는 두 사람의 산책 장면이 많이 나온다. 두 손을 꼭 잡고, 노래를 주고 받으면서 산책하는 이들 부부가 주는 울림이 크다.

영화는 연대기적으로 진행되어 올해로 89살을 맞은 김희갑 선생의 만년으로 넘어간다. 이제 요양원에서 알츠하이머로 인해 기억을 되돌리는 작곡가는 이 생과의 마지막 이별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세상에 대한 분노를 삭히는 소중한 경험
▲ 상영회 후 극장 2층에서 열린 관객시사회 상영회 후 극장 2층에서 열린 관객시사회. 전찬일, 양희감독, 허욱 제작자가 앉아있다. 오른쪽 사진은 김희갑 작곡가의 따님 김수나씨가 인사하는 모습
ⓒ 조창완
<우정의 무대>의 대본을 썼던 양희 감독은 2006년에 김희갑 작곡가를 알게 됐고, 2014년부터 다큐 작업을 해 10년만에 완성했다고 말했다. 남편인 용인대 영화영상학과 허욱 교수가 촬영을 했고, 두 아들들이 크고 작은 일을 도와서 만든 가족 영화라고 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시종일관 흥분된 목소리로 "외국에서 이런 다큐를 제작하면 수백억원이 드는데, 이 부부가 수억원을 들여서 이 위대한 작업을 했습니다"라며 "하지만 우리나라 영화 배급문제로 관객들은 영화를 볼 곳 조차 없습니다. 관객 시사회를 통해서라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관객 시사회에서 참석한 70대 중반의 한 남자분은 "언제부턴가 영화를 본 기억이 없다. 그런데 주변의 초대로 이번 영화를 봤는데, 마음이 따뜻해 지는 것을 느꼈다"라며 "얼마간 마음의 분노 만이 싹텄는데, 이번 영화로 너무 평안해 졌다. 분노 조절 장애가 사라진 느낌이다. 음악과 영화가 이런 효과가 있다는 게 고맙다"라고 말했다.

제작진에게 요청도 있었다. 수록된 곳이 너무 짧은데, 영화 상영 도중에 노래를 같이 부를 수 있는 형식으로 편집해서 같이 노래를 부르면 좋겠다는 요청도 이어졌다. '사랑의 미로'나 '알고 싶어요', '타타타'를 부른 후 '열정'으로 끝마치고 싶다고도 했다.

영화에도 출연하는 김희갑 선생의 딸 김수나씨도 행사에 참여했다. 김수나씨는 가족이라 잘 몰랐던 부모님의 삶을 너무 잘 기록해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 인천에 살아있는 독립영화관 미림극장 인천에 살아있는 독립영화관 미림극장. 1957년 설립된 미림극장은 중간에 사라진 시기도 있지만, 부활해 인천 지역 독립영화 산실이 됐다.
ⓒ 조창완
원문: 바로가기 (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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