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있을 법한 이야기다. 그래서 더 공감이 가고 웃프다.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고백하지마’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감독 류현경과 배우 김충길, 김무건이 참석해 영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영화 ‘고백하지마’는 현경(류현경 분)이 충길(김충길 분)에게 고백을 받으며 시작된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완성된, 류현경 감독의 독립장편 데뷔작이다. 이번 작품을 위해 류현경은 1인 영화배급사 ‘류네’를 설립, 연출 외에도 편집, 마케팅, 배급까지 직접 도맡으며 많은 관심을 끌었다.

류현경은 “대학을 다닐 때 연출을 전공하며 단편 영화를 많이 찍어봤다”며 “배우 활동을 하면서도 촬영을 해보고 싶다는 갈증이 있어서 혼자서 시나리오도 써보기도 했다”며 연출을 하게 된 동기를 밝혔다.

“한국 영화가 개봉하기 너무 힘든 시기다”라며 운을 뗀 류현경은 “‘고백하지마’를 위해 많은 배급사들과 미팅을 했는데 어렵다고 하시더라”며 “그러던 중 전주영화제에서 뵌 한 프로그래머 분께서 ‘혼자 개봉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주셨다. 처음에는 엄두가 안 났는데 많은 분들의 조언을 받은 덕분에 혼자 다 하는 배급사를 만들고, 작품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고 첫 연출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고백하지마’는 김오키 감독의 영화 ‘하나, 둘 , 셋 러브’ 촬영 뒷풀이 다음날, 류현경을 향한 김충길의 고백으로부터 시작된다. 류현경은 “김오키 감독과 뭐라도 찍어보자고 한 마음이 김충길 배우가 현장에서 고백을 해주신 덕분에 실행으로 옮겨졌다”며 “현장에서도 대본 없이 정말 리얼하게 촬영이 진행됐다. 촬영하면서도 ‘충길아, 너 진짜로 나한테 고백한 거야?’라고 몇 번이고 물어봤다”고 말했다.

김충길은 “대본 없이 진행되는 현장이 더 재미있고 마음이 편한 편”이라며 “고백 장면에서 진심으로 연기해야 더 흥미롭고 재밌을 것이라고 생각해 그 순간에는 진짜로 고백을 한다고 생각했다”고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김무건은 “대본 없는 촬영 현장은 처음이었다”며 “영화를 찍는다는 생각보다는 우리끼리 재밌게 논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번 경험이 앞으로 연기할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백하지마’는 GV(관객과의 대화) 황금라인업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최근 ‘청룡영화상’으로 화제를 모은 배우 박정민을 비롯해 고아성, 공명, 염혜란, 문소리 등 걸출한 배우들을 비롯해 가수 이적, 정인, 유튜버 곽튜브 등이 참석을 알리며 이목을 끌었다.

“일일이 직접 (섭외를) 했다”던 류현경은 “개봉한다고 했을 때 선뜻 먼저 나서서 GV를 하겠다고 하신 분들도 많이 계셨다. 제 지인들로 채워진 라인업”이라며 “다들 영화를 귀여워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문소리 선배님이 ‘이번 과정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응원해주셨다”고 말했다.

평소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애청자라는 류현경은 “송은이 언니가 혼자 출연하는 ‘나는 솔로’ 같다고 한줄평을 하시더라”며 “극의 1부는 ‘나는 솔로’ 느낌, 2부는 ‘환승연애’ 느낌이다. 좋아하는 성향이 많이 투영된 것 같다. 프로그램 제작진분들께 감사하다는 얘기를 드리고 싶다”며 웃었다.

‘고백하지마’의 영문판 이름은 ‘Don’t go back’이다. 극 중 충길의 고백을 받은 현경은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면서도 충길과의 인연이 끊기지 않았고,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현경의 감정에 대해 류현경은 “반반이지 않았을까? 너무 열 받으면서도 너무 웃긴, 단순히 불편함 이면의 감정이 또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작품은 충길의 고백이 없었다면 탄생할 수 없었다”고 공을 돌리기도 했다.

한국 영화와 독립 영화에 대한 위기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류현경은 계속해서 연출에 도전하고 싶다는 뜻을 드러냈다.

류현경은 “이번 작품은 순간적으로 우연히 일어나는 일들을 찍어내려고 노력했다. 앞으로도 이런 방식으로 찍는 것을 기획 중”이라며 “관객 분들이 좋아하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편 ‘고백하지마’는 오는 17일 개봉한다.

강신우 기자 ssinu423@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