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노인의 꿈' 신은정 "9년 만의 연극, 더 늦기 전에 용기 냈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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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토도사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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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늦기 전에 용기를 내야겠다 하던 순간 만난 작품이었어요."
배우 신은정이 새 도전에 나섰다. 적지 않은 부담 속 9년 만에 다시 찾은 연극 무대는 기분 좋은 동력이 됐다. 올해로 데뷔 32년 차 베테랑 배우인 신은정은 박성웅의 아내로 대중에 친숙하다. 오랜만에 오른 무대인만큼 '신인의 마음'으로 임하려 한다는 신은정에게서 여전히 빛나는 연기 열정이 느껴졌다.
내년 1월 9일 LG아트센터 서울 U+스테이지에서 막을 올리는 연극 '노인의 꿈'은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작은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봄희가 자신의 영정사진을 직접 그리고 싶다며 찾아온 할머니 춘애를 만나며 시작되는 특별한 이야기를 그린다. 세대를 아우르는 따뜻한 이야기는 웃음과 감동을 전할 전망이다.
1994년 HBS 1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뒤 드라마 '카이스트' '에덴의 동쪽' '여인천하' '태왕사신기' '미생' '가면의 여왕'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 '폭군의 셰프' 등에 출연하며 꾸준한 연기 활동을 이어온 신은정은 이번 작품을 통해 두 번째 연극 무대에 도전한다. 지난 2017년 '킬 미 나우'에 출연한 뒤 9년여 만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명지동의 한 연습실에서 본지와 만난 신은정은 "9년 만에 다시 연극을 하다 보니 긴장을 많이 했다. 이제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중"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처음 연습에 들어가기 전에는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란 마음이 컸어요. 함께 출연하시는 선생님들, 선배님들 모두 너무 베테랑이시니 제가 누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긴장도 많이 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으면서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다행히 연습을 시작하고 리딩을 하고, 합을 맞춰가면서 많이 편해지고 있어요."
신은정의 말대로 최근 줄곧 매체 연기를 중심으로 활동을 전개해 온 그에게 9년 만의 연극 무대 복귀는 큰 부담을 지닌 결정이었다. 그는 '노인의 꿈' 출연을 결심하게 된 배경에 대해 "예전부터 공연 보는 것도 너무 좋아했고, 대학 시절에도 연극을 전공했다 보니 주변에 연극을 하는 동료, 선배들도 정말 많았다. 저 역시 무대에 서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런데 과거에는 연극 전공자가 매체 연기를 하면 본의 아니게 배신을 한 것 같은 분위기가 있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매체 연기와 연극 활동을 병행하시며 좋은 시너지를 내는 분들이 많아졌고, 저 역시 '용기를 내도 되겠다'라는 마음으로 도전한 것이 9년 전 출연작인 '킬 미 나우'였어요. 그렇지만 이후에 또 스케줄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고, 그러면서 점점 무대가 무서워지더라고요. '더 늦기 전에 용기를 내야겠다' 하던 차에 만난 작품이 '노인의 꿈'이었어요. 처음에는 '정말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컸죠.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니까 오히려 선뜻 결정을 못 하겠더라고요. 혼자서 고민도 많이 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는데 '잘하고 싶으면 지금 해야겠다. 더 늦기 전에'라는 생각이 들어서 출연을 결심했어요. 지금은 신인의 마음으로 임하는 중이에요. 다음 작품(연극)도 더 무대와 가까워지기 위해서 시동을 걸어보자 싶어요."
매체 연기와 사뭇 다른 결의 연극 무대에서의 연기를 위해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는 신은정은 "막상 와보니 '정말 다르구나'라는 걸 또 한 번 느끼고 있다. 무대를 더 풍성하게 만들고 싶은 욕심 때문에 스스로의 역량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또 무대에서의 연기는 매체 연기와 호흡이 조금 다른데, 계속 연습하며 부족한 부분을 고쳐나가는 중"이라고 전했다.

신은정은 이번 연극에서 한때 화가를 꿈꾸다 오래된 미술학원을 운영하며 현실을 살아가는 인물인 봄희 역을 맡았다. 그는 내공 깊은 연기와 섬세한 감정선으로 가족과의 갈등 속 잊고 있던 꿈을 다시 마주하게 되는 삶의 이야기를 그려낼 예정이다.
내년 1월 개막을 앞두고 인물에 대한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는 그는 봄희라는 인물을 '봄같은 사람'에 비유했다. 그는 "매일 연습을 하면서 무대에서 보여주고 싶은 봄희의 모습이 계속 달라지고 있다. 지금 제가 생각하는 봄희는 '봄' 같은 사람이다. 봄처럼 따뜻하고 다정하고, 부모님에 대한 아픔도 간직한 인물인데 그런 면을 너무 가라앉기 보다는 밝고 입체적으로 그려내고 싶더라. 잘 완성시켜서 무대에서 보여드리고 싶다"라는 욕심을 전했다.
"지금까지 제가 했던 작품을 봤을 때 느끼셨던 저의 이미지와는 다른, 조금 더 밝고 생기있는 느낌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간 드라마 등 작품을 할 때 유독 슬픈 역할을 많이 했었거든요. 사실 저는 조금 더 거친 걸 하고 싶은데, 제게 그런 역할을 맡기기가 조금 두려우신가 보더라고요. (웃음) 이 작품에서는 기존에 보여드린 모습들보다 조금 더 제 본연의 모습을 많이 녹여낸 인물을 보여드리고자 해요. 부족하고 덜렁거리고, 모자란 모습도 많은 그런 자연스러운 모습들이요."
신은정이 맡은 봄희 역은 하희라와 이일화가 트리플 캐스팅으로 이름을 올렸다. 세 배우 중 막내인 신은정은 "제가 막내다 보니 저는 부담되는 것이 별로 없다. 두 선배님께 배울 것이 너무 많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정말 좋은 선배님들을 만났다. 함께 연습을 하면서 선배님들의 좋은 점을 바로 흡수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좋더라. 시작부터 신인같은 마음으로 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만큼, 좋은 건 바로 흡수하고 모르는 건 의논하면서 같이 만들어가고 있다"라고 부담보단 배움이 크다는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춘애 역으로 함께 호흡을 맞추는 선배 배우 김용림 김영옥 손숙에 대한 존경심도 덧붙였다. "계속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나갈 수 있는 연기자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 신은정은 "선생님들께서 조금씩 몸이 안 좋아지심에도 매일 나와서 연습을 하시고, 연기 활동을 위해 체력 관리를 하시는 모습, 가지신 생각을 들여다 보면 정말 존경스럽다. 저도 훗날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선생님들처럼 나이가 들어서도 멋진 할머니 역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 호흡만으로도 그 감정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다양한 세대를 관통하는 작품인 '노인의 꿈'은 개막 이후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을 만날 전망이다. 슬하에 아들 한 명을 두고 있는 신은정은 "아들도 작품을 꼭 봤으면 한다"라며 "평소 아이가 저랑 작품을 볼 때 굉장히 잘 통하는 편이다. 분명 아들도 이번 작품을 보여주면 많은 것을 느낄 것 같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남편 박성웅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상대가 먼저 물어보기 전에 서로 출연작 피드백은 하지 않는다"라고 말한 신은정은 '그럼에도 이번 작품을 보고 박성웅이 들려줬으면 하는 평가가 있나'라는 질문에 "'열심히 노력했구나'라는 말을 해준다면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예전에 남편이 연극을 했을 때 제가 보고 느꼈던 감정이 '굉장히 열심히 했구나'였어요. 제가 그랬듯 이번엔 남편이 '열심히 한 만큼, 애 쓴 만큼 좋았다'라는 말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사실 평소 남편과 서로의 출연작에 대한 평가는 잘 하지 않는 편이에요. 딱 한 번 영화 '신세계' 당시 눈빛이 너무 무섭다는 관객들의 평가를 보고 '아직 약하다'라고 말했던 게 전부였던 것 같아요. (웃음) 연기에 대해서는 디테일한 피드백을 나누진 않아요. 연기는 답이 없고, 스스로 (연기를) 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가야지만 더 발전을 하는 걸 알아서 그런 것 같아요. 또 동료 배우의 마음으로 너무 현실적인 조언을 하게 되면 위로를 바랐던 남편은 삐지는 경우도 생기더라고요. 하하"
끝으로 신은정은 '노인의 꿈'을 가족 드라마로 규정짓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작품에서 나오는 이들의 모습이 가족인데, 가족이 아니고, 가족이다. 무슨 말인가 싶으실 수 있지만 마치 다른 조각들이 만나서 하나의 가족이 된 것 같은 '퀼팅 가족'의 형태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 그 속에서 나오는 감정들이 담겨 있다 보니 보시는 분들도 많은 공감을 하실 것 같다"라고 전했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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