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드] ② "돌투성이 운동장에 잔디 깔기, 그리고 한국 구단으로 선수 이적" 현실 FM 그 자체, 유튜버 창박골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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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김진혁 기자= 유튜버 '창박골' 이동훈 씨는 지난 6월 치주물루유나이티드 구단주 선언 이후 한달 동안 발로 뛰며 운영 자금을 모았다. 공식 스폰서 7곳의 자금 및 현물 지원, FC안양의 훈련용 축구공 기부, 디자이너를 통해 제작한 치주물루 유니폼과 머플러 등 구단의 기본적인 살림살이를 마련했다. 구단주로서 첫 발걸음을 디딜 준비를 마친 이 씨는 지난 7월 중순 설렘과 걱정을 안고 아프리카 말라위행 비행기에 올랐다. 말라위 출국 후 공식 구단주로 승인되는 과정은 어땠을까.
현지에 도착한 이 씨는 가장 먼저 말라위 북부주 축구협회(NRFA)를 방문해 구단주 등록을 위한 첫 절차를 밟았다. 맥팔른 마푸타 치주물루 감독과 소통하며 구단주 정식 등록 방법을 의논했고 맥팔른 감독의 연결로 NRFA 측과 미팅을 나눌 수 있었다. 먼 타국에서 온 낯선 이방인이 한 섬의 축구팀을 소유한다는 사실에 우려를 표할 수도 있었지만, NRFA 측은 말라위 축구 발전을 위해 이 씨의 결정을 크게 환영했다.
"내가 하는 모든 활동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해 줬다. 미팅, 계약 등 구단 자격으로 활동해도 되며 일단 진행 후 대면해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다. 말라위에 도착해서 NRFA 사무실에 방문해 협회 회장과 사무총장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그쪽에서 구단주가 되고 싶으면 치주물루섬에 가서 구단 관련 이해관계자들과 회의를 하고 구단주로서 인정을 받으면 된다고 했다. 구단주가 공석인 상태기 때문에 인수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었다. 치주물루 팀은 거주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근근이 운영되던 팀이어서 절차가 복잡하지 않았다. NRFA는 절차를 밟고 우리에게 통보를 해주라는 식으로 말을 전했다."
"외국인이 말라위 축구에 투자하는 일이 흔하지 않아 협회는 매우 고마워했다. 치주물루섬은 본토에서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어 말라위 내에서도 굉장히 소외된 지역이다. 배로 4~5시간을 가야 한다. 축구로도 그렇고 행정적으로도 소외된 지역이기에 NRFA 입장에서는 해당 지역을 신경 쓰려 해도 여건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내가 투자를 하면 지역의 균형 발전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NRFA에서는 크게 환영했다. 난 외국인이기에 행정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줄 알았는데 전혀 없었다. 외려 NRFA는 자금 지원은 어렵지만 행정적으로는 무조건 도와주겠다고 이야기했다."
말라위 방문 후 이 씨는 본격적인 치주물루 구단주 업무에 돌입했다. 가장 최근 공개된 영상 속에는 선수단 프로필 사진을 촬영하고 코칭 스태프들과 경기 관련 미팅을 나누는 등 구단주 업무가 생생히 담겨 있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한다는 '풋볼리스트'의 질문에 이 씨는 최근 재밌는 영입 제안이 있었다고 했다.
"업무? 팀의 모든 최종 결정을 다 내가 내린다. 선수를 영입하고 방출하는 결정 같은 것 말이다. 일례로 우리 팀에 유망한 선수들이 몇 명 있다. 지금 우리는 3부인데, 2부 팀에서 3명 정도 영입하고 싶다는 제안이 있었다. 직접 선수들과 소통하면서 이적 의사를 물었는데 선수들이 안 간다고 하더라. 지금이 좋다고 해서 상대 팀에 이적 불가를 전달하기도 했다."
가장 중요한 업무는 예산 관리다. 매 리그 경기에 돈이 든다. 대부분 치주물루 주민으로 구성된 팀이지만 다른 지역에서 온 선수 6명은 감독 집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이들의 숙박 및 생활비도 줘야 한다. 원정 비용이 많이 들어서 매 원정 경기마다 보고서를 엑셀로 받는다. 엑셀 내용을 검토하고 비용을 보내주면서, 뜻밖에 회계업무를 수시로 처리하게 됐다.
"한국에 있을 때는 매일 감독, 코치와 전화를 나눈다. 매일 상황을 보고 받고 관여할 부분이 있으면 뜻을 전달한다. 시차가 7시간 정도 차이 나는데 나한텐 딱 좋다. 원래 늦게 일어나고 늦게 자는 편이다. 평소 축구를 좋아하다 보니 야행성인데 반대로 말라위는 되게 일찍 일어나고 일찍 하루를 끝낸다. 섬에 전기가 잘 안 들어오다 보니 새벽에 일어나서 9시면 자더라. 그래서 생활 패턴이 얼추 맞다."
이 씨는 현재 구상 중인 가까운 목표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정말 어려운 단기 목표가 하나 있다"라고 운을 띄운 이 씨는 "홈구장에 잔디를 깔려고 한다"라는 원대한 계획을 밝혔다. 설명에 따르면 잔디 설치는 단순히 인프라 개선을 넘어 치주물루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고 한다. 이 씨는 치주물루가 더 큰 구단으로 도약했을 때를 상상하며 인터뷰를 이어갔다.
"만약 우리가 2부 리그로 승격하게 될 경우 잔디가 없으면 홈 경기 개최를 못한다. 잔디는 물론 기본적인 경기장 시설이 갖춰져야 심사를 통과해 치주물루섬에서 경기를 개최할 수 있다. 명확한 기준이 있는 건 아니다. 협회에 질의를 했는데 두루뭉술 이야기했다. 어쨌든 원정 팀이 정상적으로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시설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원정 라커룸, 관중석 스탠드 등을 어느 정도 갖춰야 하고 잔디도 있어야 한다. 섬 팀이다 보니 어느 정도 이해해 주긴 하는데 적어도 잔디는 꼭 있어야 되는 상황이다."
잔디를 깔지 못하면 승격한 뒤 매 경기를 원정에서 치러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섬 구단 치주물루 입장에서 큰 부담일 뿐 아니라, 지역사회에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력을 다 잃어버리게 된다. 이 씨는 "치주물루섬 사람들에게 구단이 하나의 즐길거리가 되고 어린 선수들은 우리 팀을 우러러 볼 수 있는 선순환을 원한다. 리그 내 다른 팀들도 치주물루섬을 방문해 지역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구조를 원한다. 그래서 치주물루섬으로 원정 오는 팀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잔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비용 문제로 인조잔디는 어렵다. 천연 잔디로 생각 중이다. 현지에서 잔디를 심을 인적 자원은 확보됐다. 섬에서 인력은 굉장히 저렴하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농사를 해서 유지 보수를 해줄 수만 있다면 천연 잔디가 괜찮을 것 같다. 근데 내가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유지 보수 방법을 잘 모른다. 한국에 있는 관련 업계와 이야기를 하려고 계획 중이다."
이 씨에게 구단주라는 직책은 단순한 명예가 아니었다. 자신의 꿈에서 비롯된 책임감이었다. 실제로 이 씨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아프리카 팀 구단주가 되는 것이 꿈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치주물루 구단주가 되며 생각보다 빨리 꿈을 이룬 이 씨는 실패를 감수한 도전이라며 구단주로서 마음가짐을 말했다.
"책임감도 있고 부담도 있다. 걱정도 없다면 거짓말이다. 구단주가 된 이상 선수들과 코치 그리고 팀을 다 책임져야 하는 위치다. 갑자기 돈이 떨어졌다고 그냥 놓게 되면 이들은 더 이상 축구를 못하게 된다. 구단주를 맡게 된 이상 그런 부담감은 감수해야 된다. 시작하기 전에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했다. '1년 만에 돈 없어서 관두게 되면 어쩔거냐,' '밑 빠진 독에 물붓기 아니냐' 이런 말을 많이 들었다. 일단 해보고 실패하는 게 아예 안 해보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팀을 한번 끌어올려보겠다는 시도 자체로 이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에 대해 이 씨는 "불가능한 일을 현실로 만들어 보고 싶다"라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이 씨의 시선은 당장 앞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그의 포부는 치주물루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원대한 수준이었다.
"불가능한 일을 현실로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 치주물루섬의 작은 팀이 리그에 참여하는 것 자체도 굉장히 비현실적이다. 만약 이 팀이 말라위 슈퍼리그(1부)에 진출한다면 그 누구도 상상 못 한 일이 실현되는 것이다. 그리고 치주물루 출신 선수가 유럽이나 한국에 진출하는 이야기도 써보고 싶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K3리그나 K4리그 진출에 성공한다면 거기서부터 시작될 것 같다. 말라위 입장에서 1부에 진출해도 K3리그 연봉보다 적다. 한국에 진출하는 선례가 생기면 그걸 기점으로 선수들이 더 많이 진출하게 될 수 있다. 그런 식으로 이 팀을 지속 가능한 클럽으로 만드는 게 내 비전이다."
이 씨는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낸 축구팬들에 대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이렇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될 줄 정말 몰랐다. 이 비현실적인 일을 현실로 만들려는 프로젝트를 응원해 주시는 만큼 나도 내 자리에서 이 프로젝트가 해피 엔딩을 맞이할 수 있게끔 열심히 노력해보겠다."
(다음 기사에서 계속됩니다.)
사진= 풋볼리스트, 창박골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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