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춘추]

감독 경험은 물론 코치 경험도 없는 전직 선수를 감독으로 앉히려는 러브콜이 쏟아진다. 통산 703홈런을 남기고 은퇴한 앨버트 푸홀스가 친정 LA 에인절스에 이어 볼티모어 오리올스로부터도 감독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ESPN은 15일(한국시간) 오리올스가 새 감독 후보로 푸홀스에게 관심을 보였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오리올스는 아직 푸홀스와 공식 인터뷰를 진행하지 않았지만, 조만간 면접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리올스는 2025시즌 87패를 기록하며 실망스러운 시즌을 보낸 뒤 5월 브랜든 하이드 감독을 경질했고, 그 후임을 찾고 있다. 임시 감독 토니 맨솔리노도 후보 중 한 명이지만, 오리올스는 외부 인사도 함께 살펴보는 중이다.

오리올스와 푸홀스가 뜬금없는 조합처럼 보일지 몰라도 나름 연결고리는 있다. 오리올스 야구부문 사장 마이크 엘리어스는 2000년대 후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스카우트로 일하며 푸홀스의 전성기를 지켜봤다. 푸홀스는 현재 오리올스 핵심 선수 중 하나인 잭슨 홀리데이의 아버지 맷 홀리데이와도 현역 시절 팀 동료로 절친한 관계다. 인맥이 푸홀스에게 유리하게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만약 두 팀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면 오리올스 쪽이 훨씬 매력적인 팀이다. 에인절스는 2015년 이후 승률 5할을 넘긴 적이 없다. 포스트시즌 가뭄은 11시즌째다. 올 시즌에도 72승 90패로 10년 연속 승률 5할 미만을 기록했다. 반면 오리올스는 올 시즌 주춤했지만 지난 2년간 좋은 성적을 냈다. 2023시즌 101승을 거두며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우승을 차지했고, 2024시즌에도 91승을 거두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오리올스는 홀리데이, 거너 헨더슨, 애들리 러치먼, 코비 메이요, 새뮤얼 바살로 등 젊고 유망한 야수진을 갖추고 있다. 투수진만 조금 보강하면 내년 시즌 다시 포스트시즌 도전이 가능한 전력이다. 물론 유능한 감독이 지도해야 가능한 일인데, 푸홀스가 그런 감독인지는 전혀 검증된 바가 없다.

푸홀스는 선수로서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22시즌 동안 703홈런과 3384안타를 기록했고, 내셔널리그 MVP를 3차례 수상했다. 2006년과 2011년에는 세인트루이스에서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 2개를 차지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감독 경험은 없다. 지난겨울 도미니카 윈터리그와 카리브시리즈 우승이 지도자로서 유일한 경력이다. 푸홀스는 내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모국 도미니카공화국 대표팀 감독으로 임명됐지만, 만약 메이저리그 감독직을 맡게 되면 WBC 감독직을 사퇴할 것으로 보인다.

명성 있는 선수 출신이라고 다 좋은 감독이 되는 건 아니다. 코치 경험 없이 현역 시절 이름값과 윈터리그 감독 경력만으로 2개 구단 감독 후보에 오른 푸홀스가 감독으로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