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김인오 기자) 19일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공동 3위로 출발한 신다인이 중위권 밖으로 밀렸다. 2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기분 좋게 시작했지만 5번홀에서 예기치 못한 룰 위반으로 인한 벌타로 순위 상승에 제동이 걸렸다. 이번 대회에 적용된 로컬 룰 '볼 닦기' 위반이 발목을 잡았다. 그야말로 '운수 나쁜 날'이다.

골프는 규칙의 스포츠다. 작은 공 하나를 어디에 두고, 어떻게 치느냐에 따라 경기의 양상이 달라진다. 그 중에서도 아마추어와 프로, 일반 라운드와 대회 현장에서 종종 혼동되는 규칙이 있다. 바로 '볼 닦기 룰(Cleaning the Ball Rule)'과 '프리퍼드 라이 룰(Preferred Lies Rule)'이다. 두 규칙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적용 배경과 철학은 크게 다르다.

◇볼 닦기 룰-공을 닦을 순 있지만 환경이 변하면 안 된다.

'볼 닦기' 룰이 적용되면 골퍼는 언제든지 페널티 없이 자신의 공을 들어 올려 닦을 수 있다. 단, 원래 자리로 정확히 되돌려 놓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이를 위반하면 2벌타를 받는다. 그래서 공을 집어 올리기 전에 반드시 그 지점을 마크해야 한다. 

이는 골프 룰이 '청결권'이다. 공에 묻은 흙, 잔디, 이물질은 경기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단순히 미관의 문제가 아니라, 스핀이나 구질에까지 차이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페어웨이가 아닌 러프에서도 이 룰은 적용된다.

하지만 이 권리는 오직 '볼의 표면을 닦는 것'에 국한된다. 원래 공이 있던 곳의 잔디 상태나 라이의 난이도를 바꿀 수는 없다. 다시 말해, 공은 깨끗해질 수 있지만, 경기 환경은 그대로 둬야하는 것이다. 앞서 신다인이 벌타를 받은 이유는 공을 닦은 후 원래 위치에서 조금 벗어낫기 때문이다. 

◇프리퍼드 라이 룰-코스가 불완전할 때 적용됨.

반면 프리퍼드 라이는 본질적으로 예외 규칙이다. 예를 들어 장마나 일시적인 폭우로 인해 물러앉은 페어웨이, 잦은 플레이로 파손된 잔디, 그리고 겨울철 잔디 손상으로 흙이 드러난 구간 등 '코스 자체가 정상적인 경기 조건을 보장하지 못할 때' 경기위원회가 임시로 적용한다.

이 룰은 '볼 닦기'와 달리 페어웨이에서만 적용된다. 플레이어는 페어웨이 위의 공을 집어 들어 클럽 길이(보통 15cm 또는 1클럽 이내) 안에서 더 나은 위치에 놓을 수 있다. 단, 구제구역은 기준점(원래 공이 놓였던 자리)보다 홀에 더 가깝지 않아야 한다. 프리퍼드 라이 룰 위반도 볼 닦기 룰처럼 위반하면 2벌타가 주어진다. 

프리퍼드 라이는 공정한 경기를 위한 배려다. 플레이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코스의 결함 때문에 불리한 상황을 겪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판단에서 제정됐다. 그러나 여기에는 명백한 위험도 따른다. '조금 더 좋은 자리'를 찾아내려는 심리가 개입되면서, 룰의 경계가 흐려지기 쉽다.

◇골프 룰, 공정성과 일관성 지켜져야

볼 닦기와 프리퍼드 라이의 차이는 단순한 규정 해석의 문제가 아니다. 하나는 항상 보장돼야 하는 기본권, 다른 하나는 철저히 제한돼야 하는 특례다.

그런 이유로 프로 대회에서는 프리퍼드 라이 룰 적용을 가급적 최소화한다. 올 시즌 KLPGA 투어에서 프리퍼드 라이 룰이 적용된 대회는 아직까지 없다. 볼 닦기 룰은 지난 8월 열린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와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이 적용됐다. 

특히 경계할 점은 두 개 룰의 혼용이다. 대회마다, 라운드마다, 심지어 홀마다 규칙 적용이 달라진다면 선수들은 혼란에 빠지고, 팬들은 신뢰를 잃는다. 대회의 권위를 깎아내릴 수 있다. 프로 무대는 가장 엄격한 원칙이 지켜져야 하는 곳이다.

사진=인천 청라, 박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