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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

[김종석의 그라운드] 도로 위에 핀 꽃 신다인…슬럼프 터널 벗어나 골프 인생 탄탄대로 개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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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토도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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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천재 골프 소녀였다가 오랜 슬럼프 끝에 KLPGA투어 첫 우승을 신고한 신다인. 브리지스톤 제공

주말골퍼 사이에 '목생도사(木生道死)'라는 은어가 있습니다. 라운드 도중 나무에 맞으면 살고 도로에 맞으면 죽는다는 뜻입니다. 같은 미스샷이라도 나무에 맞으면 코스 안쪽으로 들어올 확률이 높지만, 도로는 크게 튀길 수 있어 자칫 OB가 나거나 타구 방향을 놓치기 쉬워 로스트볼이 되기도 합니다. 그만큼 골프에서 도로는 금단의 영역으로 간주합니다.


  하지만 신다인(24)은 도로 덕분에 그토록 손꼽아 기다리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첫 승의 감격을 누렸습니다. 31일 경기 용인시 써닝포인트CC(파72)에서 열린 KG 레이디스 오픈에서 3라운드 최종 합계 12언더파 204타를 기록한 뒤 2차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기어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습니다.


  KLPGA투어 올해의 장면을 꼽는다면 1, 2위를 다툴 상황은 18번 홀(파5·470m)에서 열린 1차 연장전에서 나왔습니다. 신다인의 드라이버 티샷이 크게 흔들리며 오른쪽으로 심하게 휘어져 내리막 카트 도로를 맞고 계속 굴러 홀 68m 앞 러프에 멈췄습니다. 티샷 비거리는 무려 407.9m. 웨지로 가볍게 투온에 성공한 신다인은 홀에서 2.2m 거리를 남겨뒀습니다. 유현조와 한빛나는 버디 퍼트를 남겨 두고 있었기에 신다인이 지난주 김민솔처럼 2주 연속 이글로 승부를 결정지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유현조가 8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는 반전 드라마를 쓴 뒤 신다인의 이글 퍼트가 컵을 비켜나갔고, 버디를 낚아 두 선수가 2차 연장전을 넘어갔습니다.

신다인이 1차 연장전에서 티샷한 공이 카트 도로를 타고 굴러내려 가고 있다. MHN스포츠 제공

신다인은 "첫 번째 연장에서 티샷이 카트 도로를 타면서 잡은 이글 기회를 놓쳐 '우승은 내 것이 아닌가 보다'라고 했었는데 하늘에서 우승을 다시 내려줘 기쁘다"라며 웃었습니다. 신다인의 말처럼 2차 연장전에서는 유현조가 훨씬 유리해 보였습니다. 분위기가 넘어갈 만했습니다. 해설을 맡은 이시우 프로도 은근히 유현조 편을 드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똑같이 18번 홀에서 치른 2차 연장전에서 장타자 유현조는 신다인보다 30m가량 더 멀리 티샷을 보냈습니다. 신다인의 두 번째 샷은 러프에 들어갔고, 유현조는 훨씬 짧은 클럽으로 투온으로 노렸지만, 그린 옆에 떨어졌습니다. 이 홀에서 두 선수가 남긴 버디 퍼트 거리는 신다인이 5m, 유현조는 4.5m. 먼저 퍼트를 시도한 신다인의 공이 홀로 사라졌고, 유현조가 실패하면서 치열한 우승 경쟁도 마무리됐습니다.


   지난해 KLPGA투어에 합류해 한 번도 '톱10'에 든 적이 없던 신다인은 첫 '톱10을 우승으로 장식하며 상금 1억8000만 원을 받았습니다. 지난주 74위(약 8000만 원)에 머물며 투어 잔류가 불투명했던 그는 상금 랭킹을 29위(약 2억6000만 원)까지 끌어올렸습니다. 게다가 2027년까지 시드를 확보해 안정적으로 투어 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신다인의 우승은 두고두고 도로 얘기가 나올 것 같습니다. 도로를 맞고 엉뚱한 곳으로 공이 날아갔다면 자칫 1차 연장전에서 패배를 떠안을 수 있었겠죠. 비록 이글이라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나오지 않았지만 신다인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버디를 해 2차 연장전까지 끌고 간 뒤 비거리 열세를 딛고 결정적인 퍼트를 적중시키며 우승 트로피를 안은 걸 보면 결코 행운이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신다인은 중학교 3학년 때 국내 최고 권위의 강민구배 한국여자아마추어골프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매치플레이 결승에서 박민지를 눌렀을 만큼 강심장을 지녔다. 강형모 현 대한골프협회 회장, 장세훈 현 대한골프협회 경기력향상위원장, 박민지, 유해란 등의 모습도 보인다. 대한골프협회 제공

신다인의 이름이 어딘가 낯설지 않아 예전 기사를 찾아보니 2016년 강민구배 한국여자아마추어선수권에서 우승했더군요. 당시 신다인은 중학교 졸업반으로 국내 최고 권위의 아마추어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며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특히 매치플레이로 치른 결승에서 세 살 위 박민지를 눌렀습니다. 당시 3위가 미국 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유해란이었습니다. 필자가 쓴 동아일보 기사 제목은 '중3 신다인, 언니들 제치고 한국여자아마골프 초대 매치퀸 등극'이었습니다. 


  강민구배 우승으로 국가대표에 선발된 신다인은 승승장구할 줄 알았습니다. 당시 대표팀 멤버는 박민지, 임희정, 최혜진, 유해란, 박현경 등이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KLPGA투어를 대표하는 스타로 성장했죠. 신다인 역시 "아마추어에서 정상이라고 할 수 있는 대표팀에 들어가고 나서 지금도 너무 잘하고 있는 좋은 동료 선수들과 훈련하면서 골프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었다"라고 되돌아봤습니다. 하지만 스윙 교체로 심각한 드라이버 입스에 시달리며 5년 가까이 슬럼프에 빠졌습니다. 


  도로나 나무, 해저드보다 더 무서운 입스를 겪으며 운동을 관둬야 하나 방황했던 그에게 백약이 무효였습니다. 2020년 7월 KLPGA에 입회한 그는 2, 3부 투어를 전전하다가 지난해 늦깎이 신인으로 KLPGA투어에 데뷔했습니다. 하지만 성적 부진으로 투어 카드를 잃은 뒤 시드전을 거쳐 다시 투어에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회사원으로 일하던 아버지에게 SOS를 청했습니다. 아버지는 독학으로 유튜브까지 봐가며 딸 스윙 교정에 2년 가까이 매달린 끝에 서서히 정상을 되찾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5월부터 두 달 가까이 5개 대회 컷 탈락의 수모를 당했지만, 그 후 7개 대회 연속 컷 통과로 안정세를 보인 끝에 우승에 골인할 수 있었습니다. KLPGA투어 48번째 대회에서 그토록 바랐던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습니다.


  신다인 주변에는 가족은 아니지만 가족만큼이나 도움을 준 은인들이 많아 보입니다. 국가대표 선발 후 대한골프협회(회장 강형모)는 물품 지원뿐 아니라 합숙, 국제대회 출전 등 어린 나이에 다양한 경험을 쌓도록 거들었습니다. 

3년 전부터 신다인에게 용품 후원을 하는 브리지스톤 석교상사 이민기 회장, 신용우 상무 등이 우승을 기뻐하고 있다. MHN스포츠 제공

그가 잊지 못할 첫 우승을 한 현장에는 용품을 후원하는 브리지스톤 석교상사 이민기 회장과 신용우 상무 등 직원들이 직관을 와 열띤 응원을 보냈습니다. 


  신다인이 넉넉지 않은 가정 환경에 변변한 후원사 하나 없이 어렵게 운동하고 있다는 얘기가 동료 선수들을 통해 석교상사 측에 전달됐다고 합니다. 이런 사연을 접한 석교상사 측에서 신다인이 투어 생활을 잠시 접었다 다시 시작한 2023년부터 볼, 장갑을 시작으로 이젠 클럽까지 지원하고 있다고 합니다. 


  신다인은 "브리지스톤 팀 분들이 너무 큰 힘이 된다. 항상 많은 응원과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셔서 이번 우승을 할 수 있었던 이유 중 꽤 큰 영향을 주셨다"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이민기 회장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첫 승을 거두고 진짜 착하고 열심히 연습하는 선수다. 우리가 고마울 따름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신용우 상무는 "누구보다도 샷 메이킹이 뛰어난 선수다. 그동안 많은 우여곡절이 있다 보니 심적인 어려움이 많았는데 이번 우승으로 좀 더 안정된 환경이 갖춰지며 더 성장할 거라 기대된다. 우승할 실력을 갖춘 선수가 드디어 우승한 것이다. 특히 퍼팅이 아직 자신감이 없었는데 마지막 퍼트로 극복했다고 생각한다"라고 평했습니다.


  신다인은 우승과 함께 부상으로 받은 3700만 원 상당의 KG모빌리티 액티언 하이브리드를 유난히 반겼습니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 한 달짜리 렌터카를 빌려 딸 경기를 보러 다니는 아버지에게 선물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확정을 지은 뒤 신다인은 방송 생중계 인터뷰에서 밝은 표정으로 씩씩하게 또박또박 소감을 밝혔습니다. '써닝 포인트' 골프장에서 우승한 게 자신의 골프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거라는 재치있는 멘트도 남겼습니다. 신다인은 "그 순간 느낀 마음과 생각을 솔직하게 전해 드리려고 하다 보니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마흔 살까지 오래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라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백신의 아버지 루이 파스퇴르는 "행운은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다"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가시밭길을 헤쳐 나온 신다인에게 '도로공사 협찬'이라는 행운이 하늘에서 거저 떨어진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앞으론 꽃길만 걷기를 기대해 봅니다.


김종석 채널에이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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