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그라운드] "셔틀콕 주봉, 다시 안방으로". 박주봉 감독의 귀환과 코리아오픈 새로운 전설. 안세영 서승재-김원호 황금빛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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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토도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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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의 신(神)' 불리는 사나이는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한 듯 보였습니다. 부담이라는 단어를 꺼낸 걸 보면 말입니다.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 박주봉 감독(61). 그는 23일부터 28일까지 경기 수원시 수원종합운동장 내 체육관에서 열리는 2025 코리아오픈 배드민턴선수권대회-BWF 월드 투어 슈퍼 500에 대표팀을 이끌고 출전합니다.
선수와 지도자로 50년 넘게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올림픽, 세계선수권 등 메이저 대회를 숱하게 치렀지만, 이번 대회를 앞둔 소감을 물었더니 박 감독은 "한국 감독이 된 뒤 처음으로 고국 팬들 앞에 대표팀과 참가하게 돼 영광스러운 동시에 부담이 크다"라고 말했습니다.
20년 가까이 일본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박 감독은 올해부터 오랜 해외 생활을 접고 한국에서 처음으로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극마크를 단 감독으로는 국내 무대에서 처음 출전하는 겁니다.
선수 시절 박 감독은 '셔틀콕 대통령'으로 불렸습니다. 코리아오픈이 처음 시작한 1991년 박 감독은 김문수와 짝을 이뤄 남자복식 초대 챔피언에 오른 뒤 이듬해에는 2년 연속 우승했습니다. 한국에서 개최하는 최고의 배드민턴 대회인 코리아오픈을 연이어 제패한 박 감독은 배드민턴이 처음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황금 콤비 김문수와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코리아오픈이 박 감독에게는 세계 최고를 향한 디딤돌이었던 셈입니다.
박주봉 감독 역시 선수 생활 기억에 남는 순간 가운데 하나로 1991년 코리아오픈 1회 우승을 꼽을 정도입니다. 코리아오픈 원년 대회 때 박 감독은 남자복식과 함께 정명희(김중수 아시아 배드민턴연맹 회장 부인)와 짝을 이룬 혼합복식에서도 우승해 2관왕이 됐습니다. 당시 동아일보는 코리아오픈 기사를 다루며 박주봉은 '복식의 주봉(主峯)'이라는 재치 있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박 감독은 이제 지도자로서 선수 때 같은 코리아오픈 영광을 다짐하고 있습니다. 마침,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은 박 감독이 활약하던 1900년대와 같은 전성기를 맞았기에 금빛 기대감이 한껏 높아지고 있습니다.
박주봉 감독은 "코리아오픈에서는 모두 세계 랭킹 1위인 여자 단식과 남자복식에서 좋은 결과를 예상한다. 아울러 여자복식에서도 선전을 기원하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파리올림픽 이후 심각한 내홍을 겪은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은 박주봉 감독 합류 후 안정을 되찾았다는 평가입니다. 특히 개성이 강한 대표팀 선수들도 선수와 지도자로 화려한 경력을 쌓은 박 감독의 지도력에 하나 된 모습을 보입니다. 정인선 대한정구협회 회장은 "박주봉 감독의 리더십과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 방법이 인상적이다. 진천선수촌에서 정구 대표팀을 위한 특강을 부탁할 계획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에이스는 단연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삼성생명)입니다. 안세영은 2022년과 2023년 2년 연속 코리아오픈 정상에 올랐습니다. 한국 선수의 여자 단식 2연패는 방수현 이후 29년 만의 쾌거였습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파리올림픽 금메달을 딴 뒤 부상을 이유로 불참해 3연패에 도전도 못 했습니다. 파리올림픽 우승 후 개인 스폰서 허용과 대표팀 관리 문제 등을 지적하는 돌출 발언에 따른 마음고생도 코리아오픈을 건너뛴 배경 가운데 하나였기에 아쉬움이 컸습니다. 안세영 개인으로도 올해 코리아오픈에서 다시 우승하겠다는 의지가 강할 수밖에 없습니다.
안세영은 21일 끝난 리닝 차이나 마스터스에서 가볍게 2연패를 달성하며 건재를 과시했습니다. 올해에만 7개의 우승 트로피를 수집한 안세영은 안방에서 시즌 8승째를 노립니다. 코리아오픈 톱시드를 받은 안세영의 라이벌로는 야마구치 아카네 정도가 꼽힙니다. 중국의 왕즈이, 천위페이, 한웨 등은 참가하지 않아 안세영의 정상 가는 길이 한결 수월할지 모릅니다.
박주봉 감독은 리닝 차이나 마스터스에는 선수단과 동행하지 않고 국내에 머물며 코리아오픈 작전 구상에 집중했습니다.
안세영과 함께 서승재-김원호(이상 삼성생명) 가 나서는 남자복식도 강력한 우승 후보입니다. 세계 랭킹 1위 서승재와 김원호는 박주봉-김문수, 김동문-하태권, 이용대-유연성으로 이어지는 한국 남자복식 환상 콤비 계보를 잇고 있습니다. 지난해 코리아오픈에서 서승재와 김원호는 16강전에서 탈락하며 메달권 진입에도 실패했습니다.
서승재와 김원호 역시 리닝 차이나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며 올해에만 7개의 우승 트로피를 합작하는 초강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박 감독이 다크호스로 꼽은 여자복식에서는 세계 6위 공희용(전북은행)-김혜정(삼성생명) 조와 세계 7위인 인천국제공항 백하나-이소희 조가 주목됩니다. 공희용과 김혜정은 올 시즌 인도네시아 마스터스, 오를레앙 마스터스, 싱가포르오픈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김혜정은 지난해 코리아오픈에서 정나은과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번에는 공희용과 짝을 바꿔 2연패에 도전합니다.
이번 대회는 모처럼 수도권에서 열려 구름 관중이 예상됩니다. 안세영과 서승재-김원호 조는 세계 최강의 기량과 함께 화끈한 세리머니를 펼치는 최고 흥행 카드입니다. 박주봉 감독이 눈부신 활약을 펼친 1991년 1회 코리아오픈 때는 결승이 열린 이틀 동안 총 1만 명의 관중이 경기장인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을 찾아들어 성황을 이뤘습니다. 선수가 아니라 감독으로, 팬들로 꽉 들어찬 관중석을 바라보는 박 감독의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선수 시절 코리아오픈에서 혼합복식 6연패, 남자복식 3연패의 대기록을 세운 김동문 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은 "회장 된 뒤 첫 국제대회라 많이 설렌다. 한국 대표 선수들이 좋은 성적과 함께 많은 배드민턴 팬분에게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어서 더 기대된다. 새로운 도전과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대한배드민턴협회의 모습을 국내 팬에게 보여드리겠다"라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다시 박주봉 감독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1992년 박 감독은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그동안 저의 선수 생활을 위해 아껴주고 사랑해 주신 팬들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은 '후배들을 훌륭한 선수로 길러 '배드민턴 강국'의 전통을 이어가도록 저의 모든 심혈을 쏟는 것이다'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20대에 품었던 박주봉 감독의 부푼 꿈이 오랜 기다림 끝에 비로소 안방에서 이뤄질 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김종석 채널에이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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