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성 대주자가 뭐 이리 화려해… 오타니가 포효하고, 야마모토가 껴안았고, 커쇼와 기념샷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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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토도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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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LA 다저스는 10일(한국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필라델피아와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4차전에서 연장 11회 승부 끝에 2-1의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다저스는 이날 승리로 시리즈 전적 3승1패를 기록, 난적 필라델피아를 누르고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 선착했다.
1~3차전에서 2승1패를 기록했지만 뜯어 놓고 보면 쉬운 경기가 하나도 없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벼랑 끝에 몰린 필라델피아는 1차전 선발로 나섰던 크리스토퍼 산체스를 4차전 선발로 투입했다. 산체스가 잘 던지고도 리드를 잡지 못하자 결국 경기 막판에는 2차전 선발로 나섰던 헤수스 러사르도까지 불펜 출격하며 총력전을 벌였다.
하지만 다저스도 선발 타일러 글래스나우의 6이닝 무실점 역투에 이어 8회 등판한 사사키 로키가 3이닝 무실점 대활약을 펼치며 불펜 약점을 지웠다. 보통 같았으면 불펜 3~4명이 해야 할 몫을 사사키 홀로 해치운 것이다. 그렇게 경기는 연장 11회까지 왔고, 다저스가 기회를 잡았다.
다저스는 1-1로 맞선 연장 11회 1사 후 토미 에드먼이 좌전 안타를 치고 나갔다. 그러자 결국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은 ‘김혜성 대주자’ 카드를 꺼냈다. 김혜성은 팀은 와일드카드 시리즈 로스터, 그리고 디비전시리즈 로스터에 모두 포함됐으나 지난 5경기에서 단 1초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하고 벤치만 지켰다. 하지만 딱 1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보다 더 좋은 카드는 없었다.
에드먼이 발목 부상을 안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로버츠 감독은 그간 경기 막판 점수가 간절한 상황에서 에드먼이 출루하면 김혜성 대주자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런데 에드먼 자체가 부진하기도 했고, 경기 상황상 김혜성이 나갈 만한 일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이날 딱 기회가 온 것이다. 그리고 김혜성은 딱 한 번의 찬스에서 주인공이 되는 스타성을 과시했다.
윌 스미스가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이어 맥스 먼시가 중전 안타를 쳤다. 유격수의 수비 위치가 2루 뒤에 있었는데 공을 잡지 못했다. 김혜성의 주루 플레이는 완벽했다. 스텝을 잘 밟으며 1루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김혜성은 공이 맞자마자 완벽한 중심 이동과 함께 2루로 스타트를 끊었다. 공은 외야로 빠져 나갔고, 김혜성은 유유히 3루까지 들어갔다. 걸음이 느린 주자나, 발목이 아팠던 에드먼의 스타트가 행여 느렸다면 무리해서 3루까지 가지 않았을 타구이기도 했다.
결국 이어진 2사 만루에서 김혜성이 끝내기 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앤디 파헤스가 투수 강습 땅볼을 쳤다. 그런데 필라델피아 투수 오리온 커커링이 이를 한 번에 잡지 못했다. 투수는 당황했다. 포수 J.T 리얼무토는 1루로 던지라고 손짓을 했다. 하지만 당황한 커커링이 가까운 홈으로 던진다는 게 악송구가 되며 김혜성이 홈을 밟았다. 설사 정상적인 송구라고 해도 김혜성이 간발의 차이로 먼저 홈에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만큼 김혜성이 빠르게 홈을 파고들었다.
사실 커커링은 홈으로 던지면 안 됐다. 비록 한 번에 타구를 처리하지는 못했지만, 공은 자신의 앞에 떨어졌다. 2사 만루라 침착하게 1루로 던지면 됐다. 실제 분석 결과 커커링이 다시 공을 잡았을 당시 김혜성은 홈까지 약 30피트 거리였다. 반대로 파헤스는 1루까지 55피트 거리였다.
김혜성이 파헤스보다 빠른 주자이기도 하지만, 그것과 관계 없이 타구가 맞자 마자 바로 스타트를 걸어 전력 대시를 한 김혜성과 타격 후 자세를 가다듬고 1루로 뛰어간 파헤스의 스피드는 비교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홈으로 던졌다. 당황이 만든 치명적인 판단 오류였다. 리얼무토가 냉정하게 보고 있었지만 커커링은 리얼무토의 손짓을 볼 여유가 없었다.
포수 리얼무토가 홈을 밟고 있었기에 김혜성이 정상적으로 홈을 찍었는지는 약간 불분명했고, 모두가 흥분한 상황에서도 김혜성은 냉정을 유지하며 다시 홈으로 가 발을 넣었다. 대기타석에서 기다리고 있던 오타니 쇼헤이가 가장 먼저 김혜성을 반겼고, 하이파이브로 김혜성의 득점을 축하한 뒤 두 선수 모두 끝내기 파티로 향했다. 어떻게 보면 오타니는 대기 타석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아웃이 되든, 끝내기가 되든 둘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오타니의 얼굴 표정은 포효하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경기 후 선수들이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을 자축할 때는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김혜성의 어깨를 쳐 득점을 축하했다. 등을 돌리고 있어 야마모토를 보지 못했던 김혜성은 뒤를 돌아봤고, 야마모토는 따뜻한 포옹을 먼저 권하며 껴안았다. 야마모토는 클럽하우스에서 진행된 챔피언십시리즈 진출 자축 샴페인 파티에서도 야마모토와 다정하게 사진을 찍기도 했다. 김혜성은 다저스의 전설이자,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커쇼와도 기념샷을 남기기도 했다. 어쩌면 평생 다시 못 찍을 사진일 수도 있었다.
김혜성은 경기 후 ‘스포츠넷LA’와 인터뷰에서 마지막 상황에 대해 “일단 마지막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홈까지 전력 뛰기였다. 맞는 순간 슬라이딩보다는 전력으로 뛰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물론 내가 경기에 많이 나가고 있지는 않지만, 로스터에 있을 때 팀에 꼭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언제나 나갔을 때 팀이 승리할 수 있게끔 보탬이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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