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토트넘의 심장이자 아시아 축구의 상징이었던 손흥민(33, LAFC)이 마침내 앨런 시어러, 티에리 앙리, 디디에 드로그바와 같은 평가를 받으면서 자신의 입지를 실감케 만들었다. 

프리미어리그(PL) 사무국은 8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역대 최고의 PL 공격수는 누구인가?’라는 주제로 팬 투표를 진행했다. 리스트는 단 15명. 그리고 그 안에 손흥민의 이름이 있었다.

이는 단순한 인기 투표가 아니다. 지난 10년간 손흥민이 PL 무대에서 남긴 기록·헌신·영향력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결과다. 아시아 출신 선수가 이 명단에 포함된 것은 리그 역사상 최초다.

2015년 여름, 손흥민은 독일 레버쿠젠을 떠나 토트넘 홋스퍼 유니폼을 입었다. 함부르크와 레버쿠젠에서 빠르게 성장했지만, 잉글랜드는 달랐다. 언어, 문화, 템포 적응에 어려움을 격었다.

첫 시즌엔 부진이 이어졌고, 현지 언론은 “1년 만에 독일 복귀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손흥민에게  “넌 반드시 성공할 거야. 포기하지 마라"고 말하면서 그의 이적을 만류했다.

그 신뢰가 토트넘의 운명을 바꿨다. 손흥민은 잔류를 택했고, 그 선택은 토트넘의 역사로 이어졌다.

손흥민은 이후 매 시즌 자신을 증명했다. 2015-2016시즌부터 2024-2025시즌까지 10년간 PL에서 333경기 127골 77도움을 기록했다. 이는 토트넘 역사상 2위이자, PL 전체 외국인 선수 중에서도 손꼽히는 기록이다.

숫자보다 더 대단한 건 지속성이었다. 수많은 공격수들이 반짝이다 사라질 때, 손흥민은 10년 동안 꾸준히 득점과 도움을 쌓았다. 그는 단 한 시즌도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를 놓치지 않았다.

손흥민의 이름을 PL 역사에 각인시킨 결정적 순간은 2021-2022시즌이었다. 그는 35경기에서 페널티킥 없이 23골을 기록하며 아시아 선수 최초로 득점왕에 올랐다. 

리그 전체를 통틀어 ‘순수 필드골’로 득점왕에 오른 사례는 극히 드물다. 손흥민의 기록은 아시아 선수가 프리미어리그 판도를 바꾼 순간으로 평가받았다.

2023-2024시즌, 해리 케인의 바이에른 이적으로 토트넘은 리더를 잃었다. 그 자리를 채운 건 손흥민이었다. 그는 주장 완장을 차고, 부상과 전술 혼란 속에서도 팀을 하나로 묶었다.

이듬해인 2024-2025시즌, 토트넘은 마침내 UEFA 유로파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손흥민에게는 프로 커리어 첫 유럽 우승이었다.

유로파 우승 직후 영국 'bbc'는 “토트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주장 중 한 명”이라고 손흥민을 찬양했다. 그는 단순한 골잡이를 넘어 ‘정신적 리더’로 성장했다.

이번 역대 최고의 PL 공격수’ 투표 명단에는 손흥민, 세르히오 아구에로, 티에리 앙리, 해리 케인, 드로그바, 호날두, 살라, 시어러 등 유럽 축구의 시대를 대표한 전설들이 포함됐다.

흥미로운 건, 득점 순위 상위권인 웨인 루니, 로비 파울러, 저메인 데포가 명단에 없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득점 수치가 아니라 ‘리그에 미친 영향력’과 ‘문화적 상징성’이 기준이 됐다는 의미다.

손흥민은 단순한 아시아 선수가 아니다. 그는 전 세계 팬들에게 PL의 매력을 알린 ‘브랜드 아이콘’이 됐다. 실제로 토트넘의 내한은 손흥민의 존재로 인해 매번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손흥민은 토트넘과 아름다운 이별을 택했다. 그는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LAFC로 이적해 새 출발을 알렸다. 그리고 그곳에서도 변함없이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이적 직후 손흥민은 9경기에서 8골을 넣었다. 당연히 미국 언론들은 “MLS에 등장한 세계적 슈퍼스타”라거나 “리그의 패러다임을 바꾼 이적”이라 극찬하고 있다.

현재 손흥민은 국가대표팀 소집에 응해 홍명보 감독의 부름을 받고 있다. 오는 10일 브라질, 14일 파라과이와의 A매치 2연전을 앞두고 그는“국가대표는 언제나 특별하다. LAFC에서의 흐름을 대표팀에서도 이어가겠다"라고 투지를 불태웠다. /mcado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