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12연패’, 야구가 인생에 주는 교훈 [경기장의 안과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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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토도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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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올해 8월7일 사직 KIA전부터 8월23일 창원 NC전까지 14경기에서 무려 12연패를 당했다. 무승부 두 번이 있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무승부가 발생하면 연패나 연승 기록이 이어진다고 본다.
연패 전 롯데는 58승 45패 3무로 승률 0.563을 기록하고 있었다. 12연패를 당했을 때 승률은 0.504로 극적으로 하락했다.
롯데가 12연패를 당한 데에 대해 여러 이유를 들 수 있다. 베테랑 타자인 전준우가 8월6일 왼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1군 로스터에서 말소됐다. 하필 그다음 날부터 롯데의 연패가 시작됐다. 외국인 투수 터커 데이비슨은 6월부터 부진에 빠졌다. 롯데는 데이비슨에게 ‘포스트시즌 에이스’를 맡기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그를 방출하기로 결정했다. 마지막 등판에서 데이비슨은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전준우가 이탈한 8월6일 경기였다. 데이비슨 대신 입단한 빈스 벨라스케스는 연패 기간 중 두 경기에서 모두 패전투수가 됐다.
연패 전까지 롯데는 팀 타율 1위였지만 파워는 약했다. 팀 홈런은 53개로 최하위였다. 연패 기간 불펜이 특별히 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의 불펜 운영은 우려를 자아냈다. 롯데는 3일 연투 투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팀이었다.
대진운도 좋지 않았다. 연패 기간 롯데는 1위 LG와 2위 한화와 각각 3연전을 치러야 했다. 전력이 같은 팀끼리 만나면 기대승률은 5할이다. 하지만 프로야구 리그에서 각 팀은 전력이 다르다. 야구의 경우 선발투수 전력이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점을 고려해 스포츠베팅 배당률을 만드는 오즈메이커들은 매 경기 각 팀 기대승률을 매긴다. 롯데는 12연패 중 8경기에서 열세, 4경기에서만 우세로 평가됐다.
야구는 득점보다 실점이 많으면 지는 경기다. 무승부를 제외하고 패한 12경기에서 롯데는 27득점 65실점을 했다. 득실점으로 계산하는 ‘피타고라스 승률’로는 0.147. 이를 적용할 때 롯데는 2승 10패는 할 수 있는 팀이었다. 하지만 이길 수 있었던 접전을 여러 번 놓쳤다. 이 기간 네 번 1점 차 패배를 당했고, 2점 차 패배도 두 번이었다. 불운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연패 기간 전까지 롯데는 리그에서 가장 운이 좋은 팀이었다. 8월6일까지 롯데는 514득점, 513실점을 했다. 피타고라스 승률로는 0.501. 당시까지 롯데는 5할 승률 +13승을 거두고 있었다. 피타고라스 승률을 적용하면 딱 5할 승률 팀이다. 어떤 이유에선지 롯데는 ‘실력’보다 훨씬 많은 승리를 거둔 팀이었다. 하지만 야구에서 행운과 불운은 장기적으로 공평해진다. 12연패는 이런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연패가 지나가고 9월2일 기준 롯데는 62승 60패 6무로 여전히 5할 승률 +2승이다. 하지만 피타고라스 승률과 비교하면 4승을 더 거둔 팀이다. 여전히 ‘운이 좋은’ 팀으로 분류된다. 이 점에서 추가적인 성적 하락이 일어날 가능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너무 비관적이 될 필요는 없다. 프로야구 역사에서 득실점과 비교해 더 많은 승리를 거둔 팀은 거의 매 시즌 있어왔다.
스포츠는 정직하다. 대체로 실력만큼 결과가 나온다. 정규시즌에 몇 번을 이기고 몇 번을 졌는지에서 ‘실력’이 잘 드러난다. 하지만 긴 연패는 긴 연승과 마찬가지로 통계적인 운이 작용한다. 프로야구 역사상 단일 시즌 12연패 이상이 올해 롯데까지 딱 15번만 일어났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가장 긴 연패는 1985년 삼미 슈퍼스타즈의 18연패다. 그해 삼미의 피타고라스 승률은 0.212. 단순화하자면 득실점 기반으로 삼미가 한 경기에서 질 확률은 78.8%다. 18연패를 당할 확률은 1.37%에 불과하다. 동전 여섯 번을 던져서 모두 앞면이 나올 확률보다 낮다.
올해 롯데의 경우 8월6일까지 득실점에 기반한 12연패 확률은 0.03%가 된다. 1985년 삼미보다 더 낮은 확률이다. 연패가 더 짧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건 롯데가 더 강한 팀이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강팀이 연패를 할 확률은 약팀보다 낮다. 2025년 롯데 이전까지 12연패 이상을 한 모든 팀은 시즌 승률이 5할에 미달했다. 2개 팀은 2할대였고, 3할대가 8팀이다. 승률 4할이 넘은 팀은 4개. 올해 롯데가 승률 5할 이상으로 시즌을 마친다면 프로야구 역사상 첫 기록을 세운다.
연패는 다음 경기에 영향을 미칠까?
연패는 선수와 팬을 미치게 한다. “연패에 빠졌을 때는 뭘 해도 안 된다” “귀신에 홀린 것 같다”라는 푸념은 낯설지 않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연패는 운이다. 야구뿐 아니라 인생에서도 무슨 일이든 꼬일 때가 있다. 이러면 사람과 조직은 부정적인 정서에 짓눌리기 마련이다.
올해 롯데의 12연패 확률은 0.03%였다. 하지만 12번째 경기에서 질 확률은 상대 팀과 전력이 같다는 조건에서 50%다. 야구 통계를 연구하는 이들은 오늘 경기 결과는 전날 경기 결과에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시행으로 본다. 혹시 ‘독립시행’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야구도 사람이 하는 일인데 전날 패배가 오늘 경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방송 해설가들은 대패한 경기에서도 9회 점수를 내거나, 대승한 경기에서도 막판 실수가 나오면 “내일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긴 야구 역사는 ‘개별 경기 결과는 독립시행’이라는 결론을 더 지지한다. 발생빈도가 낮은 긴 연패가 아닌 시리즈 스윕(전승)을 놓고 보자. 두 팀 기대승률이 50%일 때 홈 팀이 3연전 시리즈를 스윕할 확률은 0.5의 3승인 12.5%다. 원정 팀의 스윙 확률도 같은 12.5%이니 이론적인 스윕 발생 확률은 25.0%가 된다. 메이저리그에서 1961년부터 올해 전반기까지 3연전 스윕은 전체 2만8411번 시리즈 중 7625회 일어났다. 발생 확률은 26.8%다. 이론적인 확률과 실제 발생 확률이 거의 비슷하다. 홈 팀이 1, 2차전을 모두 이긴 뒤 3차전에서 이겨 스윕을 달성한 확률은 55.2%, 원정 팀의 경우 48.3%다. 이 차이는 야구뿐 아니라 다른 단체 구기종목에도 발생하는 홈 어드밴티지로 설명이 가능하다.
긴 페넌트레이스를 치르는 프로야구의 가장 큰 매력은 오늘 져도 내일 다시 경기가 열린다는 점이다. 그리고 매 경기는 독립시행이다. 연패는 사람을 미치게 하지만, 오늘 연패를 벗어날 확률은 승률 5할 팀이라면 50%다. 연패라는 절망에 짓눌리지 말아야 할 이유다. 야구가 인생에 주는 교훈이기도 하다.
최민규 (한국야구학회 이사)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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