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골프에서 힘의 진정한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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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토도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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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한국] 골퍼에게 '힘을 빼라'는 조언은 평생 화두(話頭)다. 골프를 하다 보면 '힘(power)'이라는 단어가 마치 두 얼굴을 가진 신(神)처럼 다가온다. 하나는 우리 몸을 밀고 끌어 회전을 완성시키는 생명력이고, 다른 하나는 스윙의 흐름을 막아버리는 경직이다. 그래서 골프에서 힘을 잘 이해한다는 것은 '힘을 버리는 법과 쓰는 법'을 동시에 배우는 일이기도 하다.
골프를 하면서 평생 듣게 되는 "힘을 빼라"는 조언은 근육 자체를 약하게 만들라는 뜻이 아니다. 그보다는 다음을 경계하라는 뜻임을 간파해야 한다.
어깨, 손목, 팔에 들어가는 '버티는 힘'은 회전을 막는다. 회전이 막히면 손과 팔이 스윙을 주도하게 되고, 궤도는 흔들리며 헤드는 제때 던져지지 않는다. 이런 힘은 공을 치기 전부터 미리 들어가 몸의 길을 막는 해로운 힘으로 작용한다.
그럼 공을 맞히려는 순간의 힘의 정체는 무엇인가. 임팩트 직전 "세게 치겠다"는 욕심으로 들어가는 경직된 힘이다. 이 힘은 리듬을 깨고, 헤드의 자연스러운 가속을 방해한다. 스윙은 끝까지 일정한 흐름 속에서 가속되는 운동이기에 중간에 힘을 보태면 오히려 속도가 늦춰지게 돼 있다.
골퍼에게 꼭 필요한 힘은 경직의 힘이 아니라 지탱하는 힘, 순환하는 힘, 순서를 지키는 힘이다.
스윙의 에너지는 두 다리가 버티고 선 지면에서 올라온다. 그러려면 허벅지·둔근·코어가 단단해야 한다. 그래야 필요한 곳에 힘을 담아둘 수 있다. 나무가 바람을 타며 흔들리면서도 뿌리는 땅을 꽉 움켜쥐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지면 반발력을 받아낼 수 있는 하체의 안전성이 필요한 이유다.
골프는 회전운동이다. 회전은 뼈와 관절이 궤도를 따라 움직일 수 있도록 코어 근육이 중심을 잡아줄 때 비로소 힘을 발휘한다. 팔의 힘을 빼라는 말은 곧 코어가 일을 하도록 팔은 길을 열어주라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클럽헤드를 가속시키는 것은 유연한 함이다. 순간적으로 폭발하는 힘이 아니라 탄성과 리듬이 만들어내는 힘이다. 백스윙에서의 '저장', 다운스윙에서의 '풀림', 임팩트에서의 '최대 가속'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때 유연한 힘이 생긴다.
강물이 부드럽게 흘러가다가 낭떠러지를 만나 폭포가 되듯, 스윙도 흐름이 있어야 에너지가 살아난다.
팔·어깨·손목에서는 힘을 빼고, 하체·엉덩이·코어에서는 힘을 키워라는 것이다. 팔과 어깨는 방향과 속도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비워두는 공간이고 하체와 코어는 회전을 일으키고 버텨내는 엔진이다.
골프에서 힘의 본질은 결국 '힘을 버리는 예술'과 '힘을 축적하는 과학' 사이에 있다고 보면 틀림없다. 힘 자체는 악도 선도 아니다. 단지 흐름을 돕느냐, 흐름을 끊느냐가 모든 차이를 만든다.
"힘을 빼라"는 말은 결국 '쓰지 말아야 할 곳에 힘을 쓰지 말라'는 뜻이다. 모아둔 힘을 쓰여야 할 곳에 쓰라는 것이다.
골프에서 힘은 무게를 짊어지는 힘이 아니라, 흐르고 회전하며 리듬 속에서 살아나는 유연한 힘이다. 강은 힘으로 흐르지 않고, 흐르기 때문에 힘을 갖는다. 골퍼도 먼저 흐를 수 있어야 진짜 힘을 갖게 된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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