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재호 감독이 이끄는 상동고, 첫 프로선수 배출 경사…“영월군이 들썩, 신일고 선후배들의 울력 덕분” [홍윤표의 휘뚜루마뚜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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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가민가했는데, 확신으로 바뀌었다. 폐교 위기에 놓여 있던 영월 상동고(교장 한승용)가 야구부를 창단한 지 3년째에 처음으로 프로선수를 배출, 온 동네는 물론 영월군이 들썩이고 있다.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은 예전 중석(텅스텐) 광산으로 유명했으나 시나브로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1994년 광산이 문을 닫았다. 그에 따라 지역 소멸 지경에 이르렀고, 상동고는 신입생을 받지못해 폐교 위기에 내몰렸다. 달랑 3명의 학생만 남아 절망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던 2023년, 야구부 창단이라는 소생의 묘수를 찾아냈고, 그해 8월 9일, 신일고와 동국대를 거쳐 한화 이글스에서 내야수로 활약했던 백재호 감독이 지휘봉을 들고 선수들을 그러모아 어렵사리 야구부를 창단했다.
그로부터 3년째인 올해 드디어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통의 청룡기고교대회에서 뭇 강호들을 물리치고 16강에 오르는가 하면, 야구선수라면 누구나 갈망하는 첫 프로선수가 탄생했다.
지난 9월 17일에 열렸던 ‘2026 KBO 신인 드래프트’ 결과, 3학년생 우완투수인 임종훈이 7라운드 67번으로 두산 베어스에 지명되는 감격을 누린 것이다. 이번 드래프트에는 모두 1261명이 신청, 그 가운데 110명만이 10개 구단의 선택을 받았다. 경쟁률 10대 1이 넘는 아주 ‘좁은문’을 임종훈이 통과한 것이다.
두메산골에 있는 상동고는 아연 활기를 띠고 있다. 국내 최초 야구전문 고교로 특화한 상동고는 올해 강원도 내 자율형 공립고로도 선정됐다. 영월군과 강원도의 지원까지, 든든한 배경을 업고 상동고는 이제 무시하지 못할 야구 강호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무엇보다 상동고는 오로지 야구를 하는데 가장 적합한 최적의 환경 여건을 갖춘 고교로 거듭나고 있다. 야구선수로 ‘출세’하려는 학생들이 선망하는 학교가 되고 있다는 얘기다. 전교생 40명에 지나지 않는 ‘작은 학교’이지만 올해 ‘야구부 첫 졸업생’ 12명이 모두 진로(진학과 프로 진출 등)가 일찌감치 결정될 정도로 순조롭게 ‘야구 명문’의 입지를 차곡차곡 다져나가고 있다. 그 가운데 4명은 공부로 진로를 틀어 대학 재활의학과와 물리치료학과로 진학하기로 됐다.
백재호 감독은 우선 임종훈의 프로 지명과 관련, “상상도 못한 프로선수가 나와 학교나 주민들은 물론 영월군도 엄청 좋아한다”고 전하면서 “현재는 시즌이 끝나서 체력훈련 위주로 하고 있지만 너무 학생들을 가둬두면 안 돼 주말에는 일찍 집으로 보낸다”고 말했다.
백 감독은 “오지에 있다 보니 (선수 수급에 유리한) 특별한 것이 있어야 할 것 같아 야구선수들 숙소(기숙사)도 4인 1실 기준으로 40베드를 갖추었고 체육관(200평)을 웨이트트레이닝장으로 개조한 데다 강원랜드의 기부로 테니스장을 15m 높이의 망을 설치해 피칭 장으로 개조해 사용하고 있다”고 자세히 설명했다.
무엇보다 상동고는 그동안 1시간 걸리는 거리에 멀리 떨어져 있는(44km) 영월 덕포리로 나가서 훈련하는 불편함이 있었으나 오는 11월에 학교 안에 짓고 있는 야구장이 완공되면 한결 수월하게 훈련을 할 수 있게 된다. 사격 국가대표 출신인 한승용 교장이 앞장서 야구장 건립을 추진, 공사가 절반가량 진척됐다.
백 감독의 자랑이 늘어진다. “처음에는 영월군에서도 ‘야구부가 될까’하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지만 막상 와보고선 놀란다. 소문이 잘나서(!!)) 신입생 15명 충원도 이미 이루어졌다. 남다른 시설에다 학부모들의 회비(운영비)도 30만 원으로 다른 학교에 비해 3분의 일 수준인 데다 일체의 야구 도구를 전부 지급하고 전지훈련비도 강원도와 영월군에서 적극 지원해준다.”
상동고 야구부 선수들의 구성은 강원도(40%)와 경기도 출신이 주축으로 서울, 충청도 지역의 학생들도 포함돼 있다. 이번에 프로 지명을 받은 임종훈도 경기도 청담고 1학년 때 전학을 온 경우다.
백재호 감독은 “임종훈은 공 빠르기가 145, 6km 정도지만 성장판이 열려 있다.. 체구(키 180cm)에 비해 폭발력이 있고 다이내믹해 성장 가능성이 크다. 올 시즌 볼넷은 8개에 불과했지만 삼진을 53개나 잡아낼 정도로 기록도 괜찮다. 동생도 상동고에서 야구를 했으나 수술로 그만뒀다. 5남매 집안의 장남으로 어린 동생들을 잘 돌보고 인성이 좋다”고 칭찬하는 한편 프로 지명이 유력했던 2루수 선한빛의 지명 불발을 아쉬워했다.
상동고는 비록 벽지 학교이지만 오로지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잘 돼 있다. 게다가 백재호 감독(24회)의 모교인 신일고 동문 선후배들의 물심양면 지원이 큰 힘이 되고 있다. 발이 넓고 수완이 좋은 양승호(신일고 10회)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단장을 맡아 음양으로 도움을 주고 있고, 김지훈 고려대 감독(23회)과 함께 일하고 있는 최선호 멘탈코치(22회)와 전상준 서울시청 웨이트트레이닝센터장(27회)이 일주일에 한두 번 선수들을 지도하거나 훈련 프로그램을 짜준다. 다른 학교 야구부에서는 흉내 내기 어려운 훈련 방식으로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신일고 신문반 출신 선배들이 격려를 하고 돌아갔다. 인근 영월군 한반도면에 미디어기자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일보 사진부장 출신 고명진(2회) 관장을 필두로 일간지 기자 출신 정철욱(11회) 신일학교 회보(신우회보) 편집장이 특집 취재차 다녀갔다.
상동고는 농촌 지역 인구 소멸 위기의 하나의 훌륭한 대안이자 모범적인 성공 사례로 평가할 만하다. 다만 백재호 감독의 말처럼 “지속 가능”이 중요하다. 정착 단계인 상동고에 대한 지자체의 끊임없는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글. 홍윤표 OSEN 선임기자.
사진(건립 공사 중인 상동고 야구장과 두산 베어스에 지명된 임종훈 선수)=제공 상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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