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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금메달 돌려준 박시헌 "부정한 결과, 평생 가슴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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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토도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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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헌 서귀포시청 복싱 감독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왕지웅 이대호 기자 =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불행해진 남자가 있다.

박시헌(59) 서귀포시청 복싱 감독은 1988 서울 올림픽 복싱 남자 라이트 미들급 결승전에서 모로코 출신의 주심 히오드 라비가 자기 손을 들어 올리는 순간을 잊지 못한다.

자신도 패배를 직감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상황에서 심판은 자신을 승자라고 선언했고, 금메달을 목에 건 시상식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박 감독은 최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평생 가슴에 한이 돼 응어리진 금메달이다. (상대 선수인) 로이 존스 주니어 손이 올라갔어야 했는데, 심판이 제 손을 들고부터 야유와 지탄을 받았다. 올림픽 최악의 오심이라는 멍에를 쓰고 복싱계를 떠났다"고 돌아봤다.

또 "올림픽 당시 내 손이 안 올라갔다면 정말 행복하고 즐겁게 인생을 살았을 거다. 난 그저 선수로서 경기에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최근 존스 주니어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박 감독이 등장하는 영상을 한 편 올렸다.

지난 2023년 박 감독은 존스 주니어가 살고 있는 미국 플로리다주 펜서콜라를 직접 방문해 포옹한 뒤 올림픽 금메달을 돌려줬다.

로이 존스 주니어를 만나 금메달을 돌려준 박시헌(왼쪽) [로이 존스 주니어 SNS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 올림픽으로부터 35년이 지난 뒤의 일이다.

이 영상은 세계 스포츠계에 큰 파장과 감동을 한꺼번에 불러왔다.

박 감독은 "올림픽이 끝난 직후부터 금메달을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면서 "아들이 결혼하고 미국에서 사는데, 아들에게 연락해서 존스 주니어를 찾아가자고 말했다. 그리고 그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줬다. 주인에게 돌려주고 왔다"며 한 맺힌 메달과 작별해 오히려 마음의 평안을 얻었다고 했다.

박 감독의 금메달 획득과 존스 주니어의 패배는 세계 복싱계 최대 스캔들이었다.

국내외 언론은 박 감독이 떳떳하지 못한 메달을 땄다고 비난했고, 미국올림픽위원회는 우리나라가 심판을 매수했다는 주장까지 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 1997년 이 사건을 심의해 존스 주니어에게 별도의 금메달을 수여하는 방안까지 고려했으나 '한국이 뇌물을 심판에게 줬다'는 존스 주니어 측의 주장을 입증하지 못해 '공동 금메달'은 없던 일이 됐다.

그 이후로도 20년 가까이 번민하던 박 감독은 직접 존스 주니어를 찾아가 뒤늦게 바로잡은 것이다.

서울 올림픽 당시 시상대 꼭대기에 선 박시헌(왼쪽 3번째) [연합뉴스 자료사진]

박 감독은 "존스 주니어가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재대결하자고 연락이 왔다. 그런데 저는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은퇴하고 교직의 길을 걷고 있었고, 손을 다쳐서 경기를 치를 여건이 안 됐다"며 "몇 년 전에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존스 주니어를 만나서 집을 찾아가겠다고 약속한 뒤 메달을 돌려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도 구슬땀을 흘리는 수많은 어린 선수들은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서는 목숨까지 바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정의롭지 못한 금메달은 돌려주는 게 옳다는 박 감독의 말에도 공감한다.

박 감독은 "금메달에 대한 열정은 당연하지만, 부정하게 얻는 건 바라지 않을 것"이라며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는 평생 가슴에 담고 가야 한다. 스포츠는 정직하고 올바르다. 노력을 통해 기량을 키워서 어린 선수들이 금메달의 꿈을 키워갔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박 감독이 생각하는 '공정'은 무엇일까.

"사람과 사람이 비슷한 실력으로 경기하면 판정이 어려울 때가 있지요. 승패를 떠나서 상대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스포츠맨십입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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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바로가기 (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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