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말자, 홈런 이전에 '배찬승-이호성' 역투 있었음을…"팬분들 함성에 감동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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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토도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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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최원영 기자] 너무 기특하다.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 4차전 SSG 랜더스와의 홈경기에서 5-2로 승리했다. 시리즈 전적 3승1패를 이루며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에 올랐다.
경기 후반 절체절명의 위기가 있었다. 2-0으로 앞선 8회초 투수 김태훈이 등판했다. 선두타자 정준재에게 볼넷을 준 뒤 이승현(우완)과 교체됐다. 이승현은 오태곤에게 중전 안타를 맞아 무사 1, 3루에 처했고 박성한에게 2타점 좌중간 적시 2루타를 허용했다. 순식간에 2-2 동점이 됐다. 중계 플레이 과정에서 유격수 이재현의 홈 송구가 빗나가 박성한은 3루까지 진루했다.
무사 3루, 추가 실점이 유력해 보였다. 이때 신인 투수 배찬승이 구원 등판했다. 기예르모 에레디아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최정을 몸에 맞는 볼로 내보낸 후 한유섬을 헛스윙 삼진으로 요리했다. SSG에 넘어가려 했던 경기 흐름이 다시 삼성으로 돌아왔다. 2사 1, 3루서 투수 이호성이 출격했다. 준플레이오프 3경기 연속 홈런을 터트린 고명준을 좌익수 뜬공으로 묶어내며 기세를 높였다.
2006년생 배찬승, 2004년생 이호성이 무실점을 합작하며 팀을 구한 순간이었다.
삼성은 8회말 중심타자 르윈 디아즈의 결승 투런 홈런, 이재현의 연속 타자 홈런으로 5-2를 만들며 승기를 가져왔다. 9회초 마무리 김재윤이 출격해 깔끔하게 승리를 지켜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위기 때 배찬승과 이호성이 너무 잘 던져줬다. 팀을 살렸다"며 "주자가 3루에 있을 때 구위로 타자를 압박할 수 있는 투수를 생각했다. 배찬승이 삼진 잡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 기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배찬승이 역전당하지 않게 발판을 만들어줬고 이호성도 잘해줬다"고 덧붙였다.
경기 후 만난 배찬승은 "대구에서 준플레이오프를 끝낼 수 있어 너무 다행이다. 정말 기분 좋다"며 입을 열었다.
등판 상황을 돌아봤다. 배찬승은 "선배님들, 코치님이 3루 주자는 신경 쓰지 말고 스트라이크존 안에 공을 넣으라고 하셨다. 존 안에 과감하게 투구했던 게 도움이 됐다"며 "사실 엄청 긴장했고 많이 떨리기도 했다. 그래도 내 공을 던지면 막을 수 있다고 믿었다"고 전했다.
지난 13일 3차전서 승리했지만 9회 고명준에게 투런포를 맞기도 했다. 배찬승은 "그때는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간 것 같다. 이번엔 힘을 조금 빼고 던졌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고명준과 한 번 더 상대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냐고 묻자 단칼에 "네"라고 답했다. 배찬승은 "잘 잡을 수 있는 투수들이 많아 공을 넘겨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멋쩍게 웃었다.
팬들의 기립 박수를 받으며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배찬승은 "진짜, 엄청, 너무 감사드린다. 실감이 안 날 정도의 함성이라 진심으로 감동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뒤엔 어땠을까. 배찬승은 "선배님들이 네가 경기 살렸다고 말씀해 주셨다. 많이 안아주시고, 고맙다는 말씀도 해주셨다"고 밝혔다. 이승현은 경기 종료 후에도 배찬승을 한 번 더 안아줬다.
배찬승은 "매 경기가 정말 박빙이고 긴장감 넘치게 흘러가고 있다. 숨도 못 쉴 만큼 압박감이 크다. 하지만 재밌어서 즐기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이호성은 "불펜에서 팔 풀 때부터 고명준 선수가 타석에 있다고 생각했다. 어떤 공을 노릴지, 나와의 승부나 타격 타이밍은 어땠는지, 어떤 공에 반응이 제일 좋았는지 등을 계속 떠올렸다"며 "정말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 매 경기가 내겐 피와 살이 되는 듯하다. 무척 좋다"고 설명했다.
배찬승의 호투는 어떻게 봤을까. 이호성은 "정말 좋은 공을 던지고 삼진도 잡아줘서 '나도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더 커졌다. 하지만 그걸 억누르고 마운드에 올라왔다"며 "마운드에서 너무 흥분하거나 상기되지 않으려 노력했다. 차분히 투구하기 위해 감정을 눌렀다"고 회상했다.
8회말 홈런 2개를 보고 승리를 예감했을까. 이호성은 "확실히 승리하기 전까지는 절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마운드에서 내려온 뒤 동점이면 (9회에도) 계속 던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음 이닝을 위해 집중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호성은 "모든 선수들이 다 (호투를) 축하해줬다. 고맙다고, 너와 (배)찬승이 덕분에 이긴 거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래서 자신감이 더 생겼다"고 밝게 웃었다.
배찬승에게 한마디를 부탁했다. 이호성은 "너무 잘하고 있다. 내가 1년 차였을 땐 이런 무대에서 이런 경험은 상상도 해볼 수 없었다"며 "찬승이가 다치지 않고 한 자리를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특하다. 후배지만 존경하는 마음도 있다"고 강조했다.
배찬승은 "아니다. 내가 존경해야 할 형이다. 시즌 중반 형과 (육)선엽이 형이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잘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이)호성이 형을 따르고 존경하고 있다"며 "형이 몸을 회복하는 방법이나 구종 등을 많이 알려줬다. 큰 도움이 됐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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