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 담당자나 넣어라' 비아냥에… 이강인, 단 10분으로 경기 뒤집었다
작성자 정보
- 작성자 토도사뉴스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조회 7
본문
[OSEN=이인환 기자] 말보다 실력이다. 경기 전 조롱에 가까운 비난이 쏟아졌지만, 이강인(24·파리 생제르맹)은 피치 위에서 그것을 산산조각냈다. 단 10여 분의 출전으로 경기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으며 PSG의 극적인 승리를 이끌었다.
이강인은 2일(한국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루이스 콤파니스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2025-2026 UEFA 챔피언스리그(UCL) 리그 페이즈 2차전 바르셀로나와의 원정 경기에 후반 35분 교체 투입돼 짧지만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경기 전 “장비 담당자가 나아 보인다”는 조롱까지 들었던 그는, 실력으로 모든 잡음을 잠재우는 답을 내놨다.
경기 전 프랑스 축구 방송 ‘카날 챔피언십 클럽’에서 출연한 PSG 담당기자 베르트랑 라투르는 “이강인 대신 장비 담당자를 넣는 게 낫다”고 조롱 섞인 발언을 했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바르셀로나전 선발 라인업에서 이강인이 아닌 18세 공격수 세니 마율루를 선택한 것을 두고 한 말이었다.
너무나 무례한 라투르의 발언에 대해서 현지 팬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일었고, 이강인의 입지에 대한 회의론이 퍼졌다. 그러나 이강인은 말이 아닌 실력으로 답했다. 후반 35분 교체 투입된 그는 등장과 동시에 경기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투입 3분 만에 페널티 박스 안으로 파고들어 왼발 감아차기 슈팅을 날렸고, 이는 골대를 강타하며 바르셀로나 수비진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비록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단 한 번의 장면으로 경기의 흐름이 PSG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이강인의 진짜 존재감은 후반 44분, 극적인 장면에서 폭발했다. PSG 진영에서 공을 잡은 그는 침착한 탈압박으로 바르셀로나의 전방 압박을 한순간에 무력화했다. 그의 터치로 전환이 시작됐고, 곧장 비티냐를 거쳐 오른쪽 측면의 하키미에게 연결됐다. 하키미의 크로스는 문전으로 쇄도하던 곤살루 하무스에게 정확히 전달됐고, 하무스는 침착한 마무리로 결승골을 터뜨렸다.
도움 기록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이 결승골의 시발점이 이강인의 발끝에서 시작됐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경기장을 지배한 건 말이 아닌 ‘한 번의 탈압박’과 ‘한 번의 전환’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강인의 활약은 통계로도 드러났다. 통계 매체 ‘풋몹’에 따르면 그는 약 10분 동안 92%의 패스 성공률(11/12)을 기록했고, 기회 창출 3회, 드리블 성공 1/1, 크로스 성공 1/1, 지상 경합 승리 1/1을 모두 성공했다. 공수 전환의 기점이자 창조적인 연결고리 역할을 완벽히 수행한 것이다.
‘FotMob’은 그에게 7.2점이라는 높은 평점을 부여했다. 이는 교체 투입된 선수 중 단연 최고 수준이었다. 영국 ‘BBC’ 역시 “이강인의 슈팅이 골대를 강타한 뒤 PSG의 결승골이 나왔다”며 흐름을 바꾼 장면을 주목했고, ‘가디언’은 “결승골 장면은 이강인의 압박 탈출에서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이번 활약은 이강인 개인에게도 큰 의미를 가진다. 현재 PSG는 데지레 두에,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 우스만 뎀벨레 등 주요 공격 자원이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이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새로운 조합을 찾고 있고, 이강인이 바르셀로나 원정에서 보여준 존재감은 그 고민에 강력한 답안을 제시했다.
경기 후 엔리케 감독도 “동점골 이후 팀이 자신감을 되찾았다. 마지막 순간 집중력을 발휘해 기회를 살렸다”며 교체 카드들의 활약에 만족감을 표했다. 이는 곧 이강인의 역할 변화 가능성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장비 담당자보다 못하다”는 조롱은 경기 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이강인은 말 대신 축구로 증명했다. 단 10분의 출전이었지만, 그는 판을 바꿔놓았고, PSG를 승리로 이끌었다. 부상 변수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이강인이 PSG 전력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임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킨 경기였다.
/mcadoo@osen.co.kr
관련자료
-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