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으로 뛰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김혜성(26·LA 다저스)이 활짝 웃었다. 가을야구 내내 벤치만 달구다 나선 첫 출전 기회에서 팀을 챔피언십시리즈로 이끄는 결승 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자신의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시 다짐했다.

김혜성이 포스트시즌 들어 출전하지 못하다 처음 대주자로 나서 결승 득점을 올렸다. 김혜성은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 4차전에서 1-1 동점이던 연장 11회말 1사 1루에서 대주자로 투입됐다. 이번 가을 야구들어 첫 출전. 김혜성은 앞선 신시내티와의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시리즈 2경기에 이어 NLDS 1~3차전까지 모조리 결장했다.

김혜성을 잊은 듯했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가을야구 6경기 만에 김혜성을 찾았다. 1-1로 맞선 연장 11회말 토미 에드먼이 1사 후 헤수스 루사르도에게 좌전안타를 날리자 김혜성을 투입했다. 다저스 15명의 야수 중 가장 마지막으로 실전에 투입됐다. 그리고 2사 1루에서 맥스 먼시의 중전안타에 2루를 돌아 빠르게 3루로 향했다.

이어진 2사 만루에서 앤디 파헤스의 투수 땅볼이 나왔다. 김혜성은 앞만 보고 홈으로 달렸다. 필라델피아 불펜 오리온 커커링의 홈 악송구가 있었다. 포수 J.T 리얼무토가 1루 송구를 지시했으나 커커링은 급하게 홈으로 던졌다. 1루로 여유있게 던지면 충분히 타자를 아웃시킬 수 있는 상황. 그러나 커커링은 김혜성이 빠르게 홈으로 돌진하는 모습을 보고 당황했는지 급하게 홈으로 던지다 악송구를 범하고 말았다. 필라델피아에겐 뼈아프고 다저스에겐 행운의 상황이었다.

김혜성은 승리 후 라커룸에서 진행된 축하행사 도중 현지 방송 스포츠넷과 인터뷰에 나섰다. 김혜성은 “마지막엔 홈까지 전력으로 뛰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지만, 출전한다면 꼭 팀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며 첫 출전에 감격의 결승 득점을 올린 기쁨을 말했다.

김혜성의 빠른 발과 수비력은 경기 후반 이처럼 1점을 짜내고 지키는 상황에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도 김혜성에게 출전 기회는 충분히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타격 기회도 잡아 흐름을 이어간다면 팀에 더 많은 공헌을 할 수도 있다. 김혜성의 진짜 가을야구가 시작된다.

양승남 기자 ysn93@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