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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욱의 스토리텔러] “형, 오늘 내 기사 쓰는거 맞죠?” 1648일 만의 30분, 장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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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토도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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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잠실/정지욱 기자]“유재학 감독님 때문에 이 팀(현대모비스)에 왔는데... 이제 감독님이 없네요”


3년 전쯤 장재석과 나눈 대화 내용이다.

2022년 유재학 KBL경기본부장이 현대모비스 감독직을 내려놓고 총감독으로 한걸음 물러났을 때 이를 가장 아쉬워했던 선수가 장재석이었다.

2020년 여름 생애 첫 FA 자격을 얻었던 그는 당시 고양 오리온을 떠나 울산 현대모비스로 이적했다. 이유는 분명했다. ‘KBL 최고의 감독인 유재학 감독에게 농구를 배우고 싶다’는 것.

당시 계약기간 5년, 보수총액 5억 2000만 원이라는 거액의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복수의 팀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재학 감독이 있다는 이유로 현대모비스를 선택했다.

유재학 감독과 함께한 2020-2021시즌 장재석은 정규시즌 54경기 모두 출전, 평균 9.1점(야투55.1%) 4.4리바운드 1.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현대모비스 국내선수 중 가장 높은 득점이었고 그의 커리어하이 시즌이었다.

2021년 3월 3일 KCC와의 경기에서는 32분 3초를 뛰면서 무려 20점을 넣었다.

장밋빛 미래가 펼쳐지는 듯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팀내 불미스러운 일로 안면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해 차기시즌(2021-2022) 그 여파가 고스란히 경기력 하락으로 이어졌다. 2022년을 끝으로 유재학 감독이 현직에서 물러났고 2021년 3월 3일 이후 장재석이 현대모비스에서 30분 이상 뛰는 일은 없었다.

시간은 순식간에 흘렀고 2024-2025시즌 직후 장재석은 다시 FA가 됐다. 사실상 사인&트레이드 방식으로 KCC에 새 둥지를 틀었다.

어느덧 30대 중반(35세)이 된 그에게 다시 주전자리는 없는 듯했다. ‘슈퍼팀’ KCC는 그가 주전자리를 꿰차기에 선수 구성이 너무 화려했다.

그러나 세상 일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법. 최준용이 2025-2026 LG전자 정규시즌 개막 2경기 만에 부상으로 이탈했다. 최준용의 빈자리에 이상민 감독은 장재석을 중용했다.

개막 2경기에서 10분 내외였던 출전시간이 10월 11일 현대모비스 전(86-68 승) 19분 58초로 확 늘었다.

이어 13일 서울 SK와의 원정경기. 장재석은 30분 44초를 뛰었다. 화려함은 허웅(23점)과 숀 롱(28점 19리바운드)이 가져가고 장재석이 실속을 챙겼다. 득점은 8점(7리바운드 3어시스트) 뿐이었지만 블록슛이 무려 4개. SK 팀 전체(3개) 블록슛 보다 많았다.

수비가 약한 숀 롱의 약점은 장재석의 존재로 상쇄되고도 남았다. SK는 롱을 밖으로 끌어내 KCC의 페인트 존을 공략하려 했으나 장재석이 가로막았다. 덕분에 KCC는 페인트존 득점(36-30), 리바운드(40-24) 우위를 가져가며 75-67로 승리(3승 1패)했다.

2021년 3월 3일 이후 1648일 만에 30분 이상 코트를 누빈 장재석을 원정팀 라커룸에서 만났다.

땀투성이였지만 당연히 표정은 밝았다.

“서른여섯에 제일 많이 뛴 것 같네요. 이렇게 많이 뛸 날이 올까 싶었는데... 형, 알잖아요. 제가 늘 준비되어 있었다는거. 물론, 오늘은 너무 많이 뛰어서 힘들지만... 그래도, 좋네요”

자기 어필에 확실한 성격답게 경기장을 떠나면서도 나에게 인사는 확실하게 했다.

“형, 근데 오늘은 내 기사 쓰러온거 맞죠?”

그래, 니 기사 정성껏 썼다. 장재석 오늘 꿀잠 자겠네.

 

 

사진=박상혁 기자

 

원문: 바로가기 (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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