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돌이인줄 알았는데...구단 매각 후 전 직원에게 수백억원 보너스 쾌척한 탬파베이 구단주 "다 함께 일한 사람들 덕분" [스춘 MLB]
작성자 정보
- 작성자 토도사뉴스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조회 3
본문
[스포츠춘추]
MLB에서 가장 인색한 구단주로 통했던 남자가 구단 매각 직후 뜻밖의 행보를 보였다. 선수 영입엔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더니, 정작 떠나는 순간엔 직원들에게 거액을 쥐여줬다.
11일(한국시간) 디 애슬레틱의 켄 로젠탈 기자는 스튜어트 스턴버그 전 탬파베이 레이스 구단주가 구단 매각 완료 후 500명이 넘는 전·현직 직원 전원에게 현금 보너스를 지급했다고 보도했다. 보너스 총액은 수천만 달러(수백억원)에 달한다.
보너스는 근속 연수에 따라 차등 지급됐다. 스카우트와 마이너리그 코치를 포함해 10년 이상 일한 직원들은 연봉 전액을 보너스로 받았다. 최소 지급액도 2만5000~5만 달러(3500만~7000만원) 수준이다.
스턴버그의 보너스 지급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가 20년간 보여온 경영 방식 때문이다. 탬파베이는 그의 재임 기간 내내 MLB 최하위권 예산으로 운영됐다. 구단 연봉 총액은 항상 하위 10위 안에 머물렀고, 대부분 하위 5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데도 성적은 최상급이었다. 2008년 이후 탬파베이는 MLB 세 번째로 높은 승률을 기록했다. 관중 동원과 페이롤은 최하위권이었지만 지난 20년간 승률 6위라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스몰마켓 구단의 여러 제약 속에서도 혁신적 전략으로 한계를 극복한 것이다.
스턴버그 재임 기간 탬파베이는 2008년과 2020년 두 차례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연속을 포함해 총 9차례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2008년 구단명을 '데블레이스'에서 '레이스'로 바꾼 뒤론 다저스, 양키스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승률(.545)을 기록하고 있다.
비결은 혁신과 조직력이었다. 적은 돈으로 많은 걸 이뤄내려면 남들보다 앞서가고 똑똑해야 했다. 탬파베이는 MLB에서 가장 혁신적인 프랜차이즈로 꼽힌다. 데이터 분석과 선수 육성, 창의적 전략으로 부족한 예산을 메웠다.
스턴버그는 선수단 보강엔 소극적이었지만, 조직 운영엔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스카우팅과 분석 부서를 강화했고, 마이너리그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했다. 직원들의 역량을 믿었고, 그들이 만든 시스템을 신뢰했다.
그 결과 탬파베이는 인재 배출의 산실이 됐다. 현재 리그에서 단장급 인사로 일하는 4명이 탬파베이 출신이다. 밀워키 브루어스의 맷 아놀드, 마이애미 말린스의 피터 벤딕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차임 블룸, LA 다저스의 앤드루 프리드먼이 모두 여기서 시작했다. 전 휴스턴 애스트로스 단장 제임스 클릭도 탬파베이 출신이다.
조 매든에게 빅리그 감독 첫 기회를 준 구단도 탬파베이다. 2014년 매든이 시카고 컵스로 떠난 뒤 케빈 캐시가 후임을 맡았다. 캐시는 지금 빅리그에서 가장 오래 재임 중인 감독이다.
스턴버그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존 피셔 같은 '악당' 구단주와는 확연히 달랐다. 피셔는 주축 선수를 전부 팔아치우고 형편없는 팀을 만들었고 자기 주머니만 채웠다. 스턴버그는 제한된 예산 속에서도 경쟁력 있는 팀을 만들었고, 무엇보다 조직 구성원들을 존중했다.
2004년 2억 달러(2800억원)에 인수한 구단을 지난 9월 17억 달러(2조3800억원)에 매각하며 8.5배의 차익을 남겼다. 매각을 앞당긴 건 지난해 10월 초대형 태풍 허리케인 밀턴이었다. 홈구장 트로피카나 필드의 돔 지붕이 완전히 뜯겨 나가면서 새 구장 문제가 불거졌다.
스턴버그는 세인트피터스버그에 13억 달러(1조8200억원)짜리 구장을 짓기로 지자체와 합의했지만, 허리케인 피해로 승인이 지연되자 올해 3월 계획을 철회했다.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와 일부 구단주들의 압력 속에서 구단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새 주인은 부동산 개발업자 패트릭 잘룹스키다. 미국 남동부 최대 주택건설업체 드림 파인더스 홈즈의 창업자로, 포브스는 그의 재산을 14억 달러(1조9600억원)로 추산한다. 지난 9월 22일 MLB가 매각을 만장일치로 승인했고, 거래는 9월 30일 완료됐다.
"야구 역사에 남을 멋진 여정이었다"고 스턴버그는 말했다. "이 모든 건 함께 일한 사람들 덕분이다." 그가 500명이 넘는 직원에게 수천만 달러를 나눠준 이유다. 구단 가치를 8.5배로 만든 건 그들이었고, 스턴버그는 그 사실을 잊지 않았다.
관련자료
-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