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라린 패배에도 이강인(24·파리 생제르맹)의 왼발은 빛났다. 이강인이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일 년 만에 성사된 ‘코리안 더비’의 주인공이 됐다.

파리 생제르맹(PSG)은 5일 프랑스 파리의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2025~2026 챔피언스리그 리그 페이즈 4차전에서 10명이 뛴 바이에른 뮌헨에 1-2로 졌다. 리그 페이즈에서 첫 패배(3승·승점 9)을 떠안은 ‘디펜딩 챔피언’ PSG는 뮌헨(4승·승점 12)에 선두 자리를 내준 채 3위로 밀려났다.

반대로 뮌헨은 독일 분데스리가 개막 9연승을 비롯해 챔피언스리그 4승, DFB 포칼(독일축구협회컵) 2승, 독일 슈퍼컵 1승 등 공식전 16연승의 상승세를 제대로 탔다. 유럽 프로축구 5대리그(잉글랜드·스페인·독일·이탈리아·프랑스)를 통틀어 개막 이후 공식전 최다 연승 신기록(종전 13연승)이다.

이날 벤치에서 출발한 이강인은 뮌헨에 0-1로 끌려가던 전반 25분 우스만 뎀벨레의 부상으로 교체 출전했다. 이강인은 매끄러운 플레이 메이킹 솜씨를 뽐내면서 어시스트 1개를 기록했다. 이강인의 이번 시즌 첫 도움이다. 이강인은 지난 8월 토트넘 홋스퍼와 유럽축구연맹(UEFA) 슈퍼컵에서 1-2로 추격하는 만회골을 터뜨린 뒤 공격 포인트가 없었다.

이강인은 교체로 출전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생긴 아쉬움을 이날 그라운드에서 마음껏 풀어냈다. PSG가 전반 4분과 32분 루이스 디아스에게 연속골을 헌납하면서 생긴 위기가 거꾸로 기회였다. 이강인은 전반전 막바지 디아스의 퇴장으로 생긴 수적 우세를 날카로운 패스로 살렸다. 이강인은 후반 25분 페널티지역 오른쪽 측면에서 왼발로 감아찬 중거리 슛으로 본격적으로 공세를 펼치더니 4분 뒤 주앙 네베스의 선제골을 도왔다. 이강인이 페널티지역 오른쪽 측면에서 왼발로 절묘하게 감아찬 공이 몸을 던지는 네베스의 발 끝에 맞고 뮌헨의 골문을 흔들었다.

이강인은 동료들의 신뢰 속에 쉼없이 날카로운 패스를 뮌헨 골문 쪽으로 배달했다. 이강인이 후반 34분 수비수 2명의 사이로 연결한 침투 패스가 워렌 자이르 에머리에게 연결됐지만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의 선방에 가로막힌 게 아쉬웠다. 이강인이 후반 36분 코너킥 상황에서 네베스를 겨냥해 날린 크로스는 골키퍼조차 꼼짝할 수 없는 헤더로 이어졌으나 골문을 빗겨갔다. 당황한 뮌헨이 마이클 올리세 대신 김민재를 투입해 수비를 보강했지만 이미 흐름은 PSG로 넘어간 뒤였다. 이강인이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을 때마다 상대 선수 2명이 달라붙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강인의 눈부신 활약에도 PSG가 1골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챔피언스리그 첫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패배에도 빛난 이강인의 활약상은 기록에서도 확인됐다. 스포츠통계업체 ‘옵타’에 따르면 이강인은 48개의 패스가 모두 동료에게 전달되면서 패스 성공률 100%를 기록했다. 공격 지역에서 패스 32회를 모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동료의 슈팅을 빚어낸 기회 창출 횟수가 7회에 달했다. 챔피언스리그를 기준으로 본다면 종전 최다였던 2024년 10월 1일 아스널전 5회를 뛰어넘었다. 이강인이 최고 평점을 받은 것도 당연한 수순이었다. 후스코어드닷컴은 승자가 아닌 패자인 이강인에게 양 팀을 통틀어 가장 높은 7.81점을 줬다. 이강인의 발 끝에서 시작된 PSG의 공세를 온 몸으로 막아낸 뮌헨 수문장 노이어도 7.46점으로 큰 차이가 있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