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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구단들은 마치 중동 같다" 영입하려다 좌절하는 유럽 구단들의 푸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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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토도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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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수(뉴캐슬유나이티드).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한국은 마치 중동처럼 자신들만의 축구 세계에 갇혀 있다." 한 축구 관계자가 전해 준 유럽 구단들의 한국 이적시장 평가다.


얼핏 보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한국은 자국에서 육성해 유럽으로 보낸 선수가 일본 다음으로 많은 아시아 국가다. 유럽에서 스타로 자리잡았던 손흥민, 김민재는 물론 이강인, 황인범, 황희찬 등이 유럽 진출을 성사시켰다. 현재 대표팀 선수풀에서 절반에 가까운 약 20명이 유럽파다.


그럼에도 위와 같은 시각으로 한국을 보는 이유는 뭘까. 이 이야기를 들은 건 최근 제주SK가 바이에른뮌헨 및 로스앤젤레스FC의 유망주 발굴 및 육성 벤처 '레드 앤드 골드(R&G)'와 맺은 협약을 기타 관계자들에게 추가 취재하면서였다. 하지만 갑자기 튀어나온 지적은 아니다. 과거에도 비슷한 아쉬움은 해외 스카우트들을 통해 계속 제기되곤 했다. 오랫동안 암암리에 거론되어 온 한국 유망주 기용의 아쉬움과 최근 유럽축구의 트렌드를 아울러 분석했다.


▲ '한국 구단은 선수를 판매할 때 비협조적이다'


이미 한국 선수들의 재능은 과거보다 훨씬 많은 해외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은 재능 있는 선수를 많이 배출하고 있으며, 전국 단위 유소년 대회 몇 개를 찾으면 되기 때문에 스카우트가 비교적 쉬운 나라다. 굵직한 중고등학교 대회는 해외 스카우트 및 에이전트가 자주 찾는다.


그런데 선수를 해외로 영입하고자 협상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한국 구단들은 유독 상대하기 까다롭다는 게 해외 구단들의 전언이다. 이적료 협상이 어려운 경우도 있고, 아예 연락에 응답을 안 하는 식으로 시간을 끌면서 협상을 무산시키는 경우도 있다. 유소년 선수는 준프로 계약 상태에서 해외진출이 애매하기 때문에 프로 계약으로 조기 전환하는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이때도 해외 구단들은 업무 속도에 애를 먹는다.


최근 행정가로 변신한 구자철 제주SK 유소년 어드바이저는 "일본 선수는 유럽행이 굉장히 활발한데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사실 다 행정 문제다. 유럽 팀이 한국 선수를 영입하려 할 때 행정적으로 풀지 못해 무산되는 경우가 많다. 지금 제주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그 행정 절차를 유연화하는 내용을 많이 포함시켰다"고 문제의식을 밝혔다.


조기 유럽행에 성공한 사례조차 내막을 들어보면 한국 구단들의 유독 깐깐한 태도를 들을 수 있다. 최근 어린 나이에 유럽으로 나간 A 선수는 결과만 놓고 보면 K리그 팀이 잘 놓아준 듯 보이지만, 사실은 이 선수의 유럽행을 위해 에이전트가 1년 가까이 구단을 설득하고 실질적으로 사전 작업을 했을 정도로 과정이 어려웠다. 여전히 에이전트가 수완을 발휘해 현 구단과의 관계를 잘 풀어야 유럽행이 가능한 문화다.


▲ 당장의 수억 원보다, 미래에 수십억 원이 될 가능성을 봐야 한다


한국은 병역 의무라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아예 20대 초반에 상무부터 다녀오는 경우도 많지만, 상무가 모든 선수에게 열려 있는 건 아니다. 프로에서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20대 초반이 되고, 해외에서 뭔가 해보기도 전에 입대 시기가 다가온다. 유럽에 가자마자 적응하지 못한다면 시간제한에 쫓겨 뭔가 해보지도 못하고 귀국하게 된다. 유럽에서 단 2년을 보낸 이동경, 1년을 보낸 이동준이 이 경우다. 선수 입장에서는 20대 초반이 아니라 아예 더 어린 나이에 해외에 도전하고 싶은 이유다.


한국 선수는 이적료도 비싼 편이다. K리그 구단들이 깐깐하다고 하는 이유 중 중요한 부분인데, 협상할 때 당장 돈을 받는 계약을 유독 선호한다. 이에 대해 아쉬워하는 입장에서는 "선수 판매 수익은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고 꼬집는다. 조기에 해외 진출한 선수가 성공을 서둔다면 훈련보상금과 연대기여금을 통해 많으면 추후 수십억 원까지 수입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협상 조건으로 이적료 증액 대신 셀온 조항(추후 이적시 차익의 일부를 받는 조건)을 삽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일본 J리그 구단들이 K리그에 비해 선수를 싸게 보내주는 듯 보이지만, 사실 대승적인 차원에서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추후 더 많은 수익의 가능성을 기대하는 면도 있다. 아직 K리그 팀들은 이 점에 있어 보수적이다.


양민혁(토트넘홋스퍼). 게티이미지코리아
오현규(헹크). 게티이미지코아
구자철 제주SK 유소년 어드바이저. 서형권 기자

▲ 세계적으로 어려지는 데뷔 연령, 만 19세도 이젠 빠르지 않다


근본적으로는 K리그에 좋은 유망주들이 있는데도 프로에 데뷔하는 시기와 출장시간을 확보하는 시기가 너무 늦다는 게 해외의 시선이다. 해외 스카우트 입장에서는 10대부터 관찰해 온 선수가 19, 20세에 자리 잡지 못하고 교체 출장 위주로 뛰다가 23세 즈음에야 활약하는 사례가 유독 많다는 것이다. K리그 구단들 입장에서는 아직 프로에서 뛸 준비가 안 된 선수라고 보며 베테랑을 더 많이 기용하지만, 해외 시각에서는 출장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아 성장이 지체된다고 본다.


또한 과거에는 어린 선수의 해외 진출이 이적료는 얼마 남겨주지 않는 유망주 '유출'이었다면, 이제는 같은 실력이라면 어릴수록 비싸지는 시대라는 점 또한 놓치면 안 되는 흐름이다. 갈수록 10대나 20대 초반 선수에게 큰 돈을 쓰는 양상이 자주 보인다. 지난 여름 유럽 이적시장에서 가장 비싼 이적료를 발생시킨 상위 5명 중 3명이 23세 이하였다. 이들은 모두 유럽 빅 리그에서 이미 기량을 인정받은 뒤였는데 20대 초반이었다. 빅 리그 내에서 20대 초반 거래기 주로 이뤄지면, 빅 리그 중하위권이나 그 아래 수준의 리그 구단들은 10대 선수를 찾아 전세계를 뒤질 수밖에 없다.


이미 빅 리그 사이에서도 부유한 구단과 가난한 구단 사이에서 10대 선수의 몸값이 폭증하는 사례가 보인다. 이탈리아의 파르마는 올여름 18세 센터백 조반니 레오니를 리버풀에 3,100만 유로(약 509억 원) 받고 팔았다. 파르마에서 딱 1시즌 뛴 레오니의 이적료는 파르마 역사상 최고 수입 4위였다. '레전드'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을 팔았을 때보다 더 비싼 몸값이다.


아무리 K리그 최고 선수라 해도 나이가 20대 중반만 되면 빅 리그에서 찾지 않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 여름 잉글랜드의 뉴캐슬유나이티드는 고등학교 3학년 나이인 박승수를 수원삼성으로부터 영입했다. 반면 20대 중반에 접어든 선수들은 K리그 최고 기량, 한국 대표팀 활약 K리그 최고 활약 중이었던 만 25세 전북현대 공격수 전진우에게 최고 이적료를 제시한 팀은 벨기에, 세르비아 등 빅 리그가 아닌 곳들이었다.


제주와 R&G의 협약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구자철은 "월반에 대한 고민이 많다. 우리 유소년 시스템에서는 고등학교 1학년의 출장 기회를 많이 주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구단조차 유망주가 있으면 일단 출장기회를 주고 본다.


다시 레오니의 사례를 보면, 만 16세 시절에는 청소년 대표도 아니고 딱히 전국구 유망주가 아니었다. 그런 레오니에게 2부 삼프도리아가 출장 기회를 줬기 때문에 1년 뒤 1부 이적, 다시 1년 뒤에는 리버풀행이라는 급속 성장이 가능했다. 한국에서 19세, 20세가 되어서야 프로에 데뷔하는 것으로는 너무 늦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양민혁(강원→토트넘, 현재 포츠머스 임대)의 성공사례를 통해 준프로 제도로 고등학교 3학년을 프로 경기에 기용하는 팀이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준프로 선수 중 안정적인 출장시간을 따낸 선수는 리그 전체에서 손에 꼽는다.


사진= 풋볼리스트, 게티이미지코리아


 
원문: 바로가기 (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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