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이형 7회까지 던질 수 있었는데…" 1~3선발 다 무너지고도 2승이라니, 한화 '불펜 문동주' 카드 초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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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대구, 이상학 기자] “그거 아니었으면 7회까지 던지지 않았을까.”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자랑하는 ‘1~3선발’ 코디 폰세(6이닝 6실점), 라이언 와이스(4이닝 5실점), 류현진(4이닝 4실점)이 플레이오프에서 3경기 연속 다 무너질 줄은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불펜으로 변신한 문동주(22)가 1차전 2이닝 무실점, 3차전 4이닝 무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봉쇄하며 한화를 살렸다. 1~3선발이 다 무너지고도 2승1패로 한국시리즈 진출에 다가섰다.
한화는 지난 21일 대구에서 열린 3차전을 5-4로 재역전승했다. 선발 류현진이 4이닝 6피안타(2피홈런) 1볼넷 3탈삼진 4실점으로 5회를 못 버티고 내려갔지만 6회부터 나온 문동주가 4이닝 2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9회까지 책임지면서 1점차 리드를 지켰다. 1차전 홀드에 이어 2차전 구원승. 한화의 2승 모두 데일리 MVP는 문동주였다.
한화로선 예상치 못한 흐름으로 전개된 경기라 당혹스러웠다. 선발 류현진이 3회까지는 투구수 35개로 삼성 타선을 2안타 무실점으로 봉쇄했다. 최고 시속 149km 강속구에 커브, 체인지업을 존 아래로 잘 떨어뜨리며 삼성 타자들의 헛스윙과 약한 타구를 이끌어냈다. 3회까지 투구수도 35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4회 1사 후 구자욱의 빗맞은 1루 땅볼 타구가 흐름을 바꿨다. 5구째 낮은 체인지업에 느린 땅볼 타구가 나왔고, 1루수 채은성이 잡는 사이 류현진도 달려서 베이스 커버했지만 구자욱이 1루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살았다. 아웃이 될 수 있는 타구였는데 간발의 차이로 늦었고, 베이스 커버를 위해 전력 질주한 류현진의 호흡이 가빠졌다.
이후 좋았던 투구 리듬과 밸런스가 깨졌다. 1사 1루에서 르윈 디아즈 상대로 직구 5개를 던지며 힘으로 승부했지만 바깥으로 벗어난 볼들이 연이어 나오며 볼넷. 이후 김영웅에게 던진 초구 체인지업이 한가운데 몰리는 실투가 되면서 우월 스리런 홈런으로 이어졌다. 한 방에 역전을 허용한 류현진은 김태훈에게도 우월 솔로 홈런을 맞아 추가 실점했다. 5구째 커브가 한복판에 들어갔다. 4회 한 이닝에만 39개의 고을 던지며 힘을 뺐고, 결국 4이닝 74구로 교체됐다.
경기 후 한화 포수 최재훈은 구자욱에게 허용한 내야 안타를 언급하며 “그때 (류)현진이 형이 흔들리지 않았나 싶다. 잡았으면 쉽게 갔을 텐데 거기서부터 흔들려서 안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오늘 전체적으로 현진이 형 볼이 진짜 좋았다. 딱 그거 하나 때문에 흔들렸다. 아니었으면 7회까지 던지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할 정도로 4회 1사까지 구위나 제구가 완벽했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박용택 KBS 해설위원도 전성기 수준이라고 말할 만큼 좋았다.
그렇게 잘 던지던 류현진이 한순간에 무너졌지만 한화는 무너지지 않았다. 5회 바로 다음 공격에서 손아섭과 루이스 리베라토의 연속 2루타로 1점을 따라붙은 뒤 노시환의 좌측 담장을 라인드라이브로 넘어가는 역전 투런 홈런이 터졌다. 류현진의 패전을 지운 한 방.
이어 5회 김범수가 1이닝을 막은 뒤 6회 선두타자 볼넷을 허용했지만 ‘불펜 문동주’가 모든 상황을 다 정리했다. 시즌 막판에 불펜의 힘이 빠진 한화는 가을야구를 대비해 문동주의 불펜 활용을 치밀하게 준비했다. 김경문 감독과 양상문 투수코치는 9월부터 이 같은 상황을 가정하며 문동주의 불펜 테스트 타이밍을 봤고, 지난달 20일 수원 KT전에서 시험했다. 당시 문동주는 최고 시속 161.4km 강속구를 뿌리며 짧은 이닝 전력으로 투구할 때 얼마나 위력적인지 보여줬다.
플레이오프에서 뜻밖의 선발 붕괴에도 한화는 문동주의 연이은 호투로 2승을 따냈다. 역대 개인 최고 시속 161.6km를 찍은 1차전과 달리 이날은 최고 시속 157km로 힘이 다소 떨어지긴 했다. 추워진 날씨 영향도 있었지만 150km대 중반 직구만으로도 충분히 타자를 압도할 만했다. 삼진 6개 중 4개 결정구가 직구였다. 여기에 6회 김태훈을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 9회 김지찬을 커브 루킹 삼진 잡는 등 변화구의 움직임도 좋았다. 좌우 보더라인을 찌르는 커맨드까지 흠잡을 데 없는 투구로 삼성 강타선을 억제했다.
공을 받은 최재훈도 연신 문동주에게 고마워했다. 그는 “(문)동주가 정말 열심히 잘 던져줘서 고맙다. 공이 1차전보다 힘이 떨어지긴 했지만 변화구 제구가 되니까 타자들이 힘들어했다. 이닝을 거듭할수록 자신감이 붙었고, 세리머니도 크게 했다. 기세로 막 하더라. 동주한테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최재훈은 “(타자 친화적인) 대구에서 1점차를 지키는 건 정말 힘들다. 주자를 모으면 큰 거 한 방이면 끝날 수 있기 때문에 차라리 홈런 하나 맞고 1점만 주고 편하게 가자고 생각했다. 동주가 너무 잘 던져줘서 우리 팀이 힘을 받았다”며 “워낙 잘 던지고 있어서 중간에 얘기할 필요도 없었다”고 돌아봤다.
그런 문동주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7회 박병호에게 우전 안타, 구자욱에게 볼넷을 주며 이어진 2사 1,3루 위기. 디아즈 상대로 던진 4구째 포크볼이 크게 원바운드됐고, 최재훈이 가까스로 블로킹하며 뒤로 빠지는 걸 막았다. 1루 주자가 2루로 갔지만 3루 주자의 홈 득점을 막은 결정적 수비. 이어 7구까지 간 문동주는 디아즈를 중견수 뜬공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문동주는 “지난번 대구(9월6일)에서 디아즈에게 홈런을 맞은 기억이 있다. 왜 홈런을 맞았는지 연구했고, 그 부분을 생각하며 집중해서 던졌다”며 “5차전까지 안 가는 게 좋지만 만약 가게 된다면 최대한 준비하겠다. 포스트시즌이 끝나면 더는 야구할 수 없으니 할 수 있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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