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박동원의 ‘빈 글러브 태그’,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 주인 바꿀 스노우볼 되나…‘폭풍 연기’로 박동원 속여낸 한화 노시환 “체념한 표정은 계획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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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토도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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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안방마님’ 박동원의 ‘빈 글러브 태그’가 만들어낼 스노우볼의 크기가 어느 정도일까.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의 향방을 바꿀 수 있을 것인가. 아직 속단하긴 이르다. 여전히 절대 유리한건 LG다. 적어도 26~28일 열리는 LG와 한화의 3연전이 더욱 쫄깃해진 건 맞는 듯하다.
한화는 26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KBO리그 LG와의 홈 경기에서 4-1 역전승을 거뒀다. 시즌 성적 81승3무55패가 된 2위 한화는 선두 LG(84승3무53패)와의 승차를 2.5경기 차로 줄였다. LG는 올해 한화와 정규시즌 상대 전적에서 우위(7승 6패 1무)를 유지하긴 했지만, 대전 원정에서는 1무4패로 절대 열세다. 만약 한화와 한국시리즈를 치르게 되면 대전에서 치를 원정에서 심적 부담감이 더 커질 요소다.
전날 LG가 롯데를 11-1로 대파하고, 한화가 두산에 0-7로 패하면서 LG의 정규리그 우승을 위한 매직넘버는 5에서 3으로 한꺼번에 2가 줄었다. 이는 곧 한화가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쥐기 위해선 3연전을 스윕해야만 사실상 가능하다는 얘기다. 2승1패만 해도 LG의 매직넘버는 1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정규리그 역전 우승을 위한 실낱같은 희망으로 임한 3연전의 첫 머리. 이날 경기는 팽팽한 투수전으로 펼쳐졌다. LG 선발 치리노스와 한화 선발 류현진의 쾌투 속에 5회까지 0의 행진이 이어졌다.
균형을 먼저 깨뜨린 건 LG였다. LG 역사상 최고 외인 타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오스틴 딘이 잘 던지던 류현진에게 일격을 가했다. 6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 타석에 들어선 오스틴은 류현진의 시속 129㎞짜리 낮게 떨어진 체인지업을 걷어올렸고, 이 타구는 왼쪽 담장을 넘겼다. LG 1-0 리드.
LG의 살얼음 같은 리드로 진행되던 경기는 7회말 요동치기 시작했다. 7회 1사 후 한화는 노시환의 좌전 안타에 이어 채은성의 좌중간 안타 때 좌익수 김현수의 송구가 2,3루 사이에 어정쩡하게 흘렀고, 채은성은 이를 틈타 2루까지 내달려 2,3루 기회를 만들어냈다. 잘 던지던 치리노스가 마운드를 내려갔다.
LG 염경엽 감독의 선택은 순수신인으로 필승조 한 자리를 꿰찬 우완 김영우. 여기서 하주석이 이해할 수 없는 플레이를 펼쳤다. 스퀴즈 번트라고 하기엔 타구 속도가 너무 빠른 기습 번트를 댔고, 이 타구는 3루 주자 노시환이 홈까지 반도 달리기 전에 투수 김영우에게 잡혔다. 김영우는 노시환을 런다운 플레이로 몰았다. 공을 이어받은 박동원은 노시환을 글러브로 태그했다. 어이없이 아웃카운트 하나가 올라가는 듯 했다.
그러나 한화 벤치는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고, 판독 결과 박동원이 공은 오른손에 쥐고 왼손에 낀 빈 포수 미트로 노시환을 태그한 것으로 나왔다. 야구에서 태그는 공을 쥐고 있는 손으로 하거나 공이 들어있는 글러브로 해야만 유효한 것으로 인정돼 아웃 처리된다. LG 염경엽 감독은 노시환이 박동원의 태그를 피하는 과정에서 쓰리 피트 라인을 벗어난 게 아니냐고 항의해봤지만, 소용없었다.
하주석의 본헤드성 플레이가 박동원의 이를 뛰어넘는 본헤드 플레이로 인해 한화가 1-1 동점을 만듬과 동시에 1사 2,3루 기회를 그대로 이어가는 상황이 됐다. 기세가 오른 한화는 대타 이도윤의 2타점 우전 적시타로 3-1 역전에 성공했다. 김경문 감독은 또 다시 대타 손아섭을 냈고, 손아섭은 우전 안타로 1사 1,3루 기회를 만들며 벤치의 기대에 부응했다. 손아섭은 이 안타로 KBO리그 통산 6번째로 3700루타를 달성했다. 이어 타석에 선 심우준은 1루 쪽으로 기습 번트를 댔고, LG 1루수 오스틴은 이를 글러브로 주워 그대로 홈으로 토스하려다 공을 흘렸고, 한화는 4-1로 점수차를 벌렸다.
승기를 잡은 한화는 8회 한승혁(1이닝 1피안타 무실점), 9회 마무리 김서현(1이닝 무실점)을 올려 경기를 매조지했다. 한화 선발 류현진은 6이닝 7피안타 1실점으로 시즌 10승을 쌓는데는 실패했지만, 시즌 12번째 퀄리티스타트 피칭으로 팀 승리에 디딤돌을 놨다.
이날 결승타의 주인공은 이도윤의 2타점 적시타였지만, 씬스틸러는 단연 빈 글러브 태그를 눈치채고, 끝까지 홈을 밟으며 동점 득점을 해낸 노시환이었다. 노시환은 “박동원 선배가 나를 태그한 건 느꼈다. 하지만, 빈 글러브로 태그한 것 같았다. 바로 심판께 세이프라고 말씀드렸고, 김경문 감독님이 비디오 판독을 신청하면서 득점으로 바뀌었다”고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
‘체념한 듯한 표정’도 “계획된 것”이라는 노시환이었다. 그는 “‘그냥 나를 죽여’라는 듯한 제스처로 상대가 방심하게 했다. 포스 태그를 피할 때도 ‘스리 피트’를 넘어가지 않도록 신경 썼다”며 “런다운에 걸렸을 때를 가정하면서 ‘이렇게 해보자’는 상상을 해봤는데, 오늘 그 전략을 사용했고 통했다”고 웃었다.
올 시즌 32홈런으로 한 시즌 개인 최다 홈런 기록을 경신한 노시환이지만, 이날 주루 플레이가 홈런보다 기분이 좋았다고. 노시환은 “오늘 경기 분위기를 바꾼 주루여서 홈런 쳤을 때보다 기분 좋았다”라고 말했다.
1만7000명의 만원 관중 앞에서 특급 주루를 선보인 노시환은 “나는 아직 포스트시즌(PS)을 치른 적이 없는데, 선배들이 오늘 ‘PS 분위기가 난다’라고 하셨다. PS 맛보기를 했는데 정말 재밌었다. 불타오르는 기분이었다”라고 활짝 웃었다. 미리 보는 한국시리즈에서 특급 주루를 펼친 노시환은 “분위기를 이어가서 내일도, 모레도 이길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원문: 바로가기 (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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