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돔 공연, 팬 있어 가능했다"…플레이브 '가짜 아닌 진짜'의 증명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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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토도사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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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버추얼 아이돌'의 신기원을 열었던 그룹 플레이브(PLAVE)가 팬들의 뜨거운 환호 속에서 아시아 투어의 끝을 향해 달렸다. 버추얼 캐릭터를 거쳐 나오는 멤버들의 진짜 목소리와 움직임, 라이브 밴드 연주와 댄서들의 퍼포먼스가 한 데 어우러진 콘서트는 플레이브가 단순히 '가상의 존재'에 그치지 않는다는 걸 증명했다. 가상과 현실이 균등하게 공존하는 공간, 플레이브이기에 가능한 무대였다.
플레이브는 21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대시: 퀀텀 리프(DASH: Quantum Leap)' 앙코르 공연을 개최했다. 이번 공연은 첫 아시아 투어를 마무리하는 무대로, 오는 22일까지 이틀간 진행한다.
지난 8월 서울 송파구 KSPO DOME에서 아시아 투어를 시작한 플레이브는 이후 타이페이, 홍콩, 자카르타, 방콕, 도쿄까지 돌며 총 6개 도시에서 팬들을 만났다.
플레이브는 '가장 성공한' K팝 버추얼 아이돌로 평가받는다. 버추얼 캐릭터를 내세워 활동하지만, 멤버별로 실존 인물이 매치되어 이들이 특수 장비를 착용하고 직접 캐릭터를 움직인다. 실존 인물은 누구인지 밝히지 않는다. 하지만 라이브로 노래하고, 춤추며, 곡까지 쓰는 그룹으로서 플레이브는 팬 비즈니스의 핵심인 감성 영역까지 잡을 수 있었다.
이날 역시 커다란 스크린을 뚫고 플레이브의 목소리가 장내에 가득 울려 퍼졌다. "소리 질러!"라는 우렁찬 함성 유도에 팬들은 환호했다. '와치 미 우!(Watch Me Woo!)'로 포문을 연 플레이브는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은데, (고척돔 입성이) 현실이 됐다. 미쳤다 진짜"라며 기뻐했다.
예준은 "다 쏟아붓겠다"며 각오를 다졌고, 노아는 "예전에 고척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고척돔에 가는 날이 있지 않겠나'라고 소원이라고 했는데 그걸 이뤘다"며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관계자에 따르면 플레이브는 별도의 스튜디오에서 장비를 착용하고 노래와 퍼포먼스를 소화한다. 이들의 움직임이 버추얼 캐릭터를 통해 현장의 대형 스크린으로 이원 생중계되는 식이다. 플레이브 멤버들 역시 팬들의 함성과 공연장의 모습을 보며 라이브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노아는 "지금 여러분들 표정까지 다 보고 있다"고 말했다.


버추얼 캐릭터를 활용한 영상 위주의 공연이기에 의상은 시시각각 변했고, 무대 연출도 곡마다 다른 무드로 탈바꿈하기 용이했다. 이는 곡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는 요소였다. 거대한 구조물도 영상으로 빠르게 무대 위에 나타났다.
'아일랜드(Island)' 무대에서는 하민이 피아노 연주를 하는 가운데 멤버들이 웅장한 세트에 앉아 노래했고, '여섯번째 여름' 무대 때는 돌출 무대에서 펼쳐진 커다란 다섯 개의 흰 천에서 플레이브가 각각 등장해 객석으로 가까이 다가간 느낌을 줬다. '디어. 플리(Dear. PLLI)'를 부를 땐 멤버들이 새하얀 설원에 누운 채로 등장해 팬들을 미소짓게 했다. '크로마 드리프트(Chroma Drift)' 무대에서는 멤버들이 자동차를 타고 무대 위를 날아다녔다.
히트곡 '웨이포러브(WAY4LUV)'에서는 우렁찬 떼창이 터져 나와 전율을 일으켰다. 이어진 '대시' 무대 역시 격렬한 멤버들의 안무와 함께 장내 온도가 폭발적으로 높아졌다. 특히 이날 깜짝 준비한 동방신기의 '주문' 커버 무대가 공개됐는데, 이때 현장은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멤버들의 열정적인 퍼포먼스에 팬들은 힘찬 떼창으로 화답했다.
버추얼 아이돌이기에 가능한 '플레이브 표' 농담과 무대도 관람 포인트였다. 팬들을 향해 '플레이브 입덕곡'을 물어보면서 "오류?"라고 재치 있게 말했고, 버스킹 콘셉트의 무대를 선보일 땐 배경이 순간 고척돔 야외로 바뀌어 보는 재미를 더했다.
다만 역설적으로 기술이 아닌 인간이 해내는 일에 대한 가치가 더욱 빛나는 순간들이 종종 있었다. 무대 위 밴드 세션들이 만들어내는 힘 있고 시원한 사운드, 댄서들의 박력 넘치는 무브먼트 등이었다. 어느 공연에나 있는 요소들이지만, 이러한 감상이 느껴지는 건 플레이브 공연이기 때문이었을 테다.
플레이브 역시 버추얼 아이돌이지만, 실제 사람인 다섯 멤버들의 구슬땀이 모여야만 존재할 수 있었다. '디어 플리'를 부르면서 이들은 "이거 라이브다"라고 상기시켜주기도 했다. 분명 기술이 만들어낸 가상의 것으로만은 완성될 수 없는 공간이었다. 현실감을 가장 깊숙하게 느끼게 해 준 건 힘차게 응원봉을 흔드는 팬들이었다. 소속사 추산 양일 총합 관객 수는 3만7000명이다.
노아는 "저희가 만든 노래가 세상 곳곳에 닿고 플리(공식 팬덤명)들과 만날 수 있다는 게 벅차다"고 고백했고, 은호는 "데뷔부터 시작해서 작년 팬 콘서트, 일본 데뷔, 아시아 투어, 그리고 고척돔에 있는 지금 이 순간까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민은 "중요한 건 모든 게 꿈이 아닌 현실이라는 거다. 이 현실을 있게 해준 건 모두 플리 여러분들"이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예준 역시 "이 순간이 도착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무대에 설 수 있게 해준 플리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고 인사했다.

노래 중간 마이크가 손에서 떨어져 공중에 붕 떠 있거나, 입이 움직이지 않거나, 손이 덜덜 떨리는 등의 오류 현상이 나타나긴 했지만 전체적인 공연은 매끄럽게 이어졌다.
히트곡 '펌프 업 더 볼륨(Pump up the volume)' 무대는 플레이브와 함께 밴드, 댄서들이 모두 한 호흡으로 완성했다. 가슴이 뻥 뚫리는 벅차고 흥겨운 멜로디에 어울리게 화려한 컨페티가 터지며 아시아 투어의 피날레를 환상적인 분위기로 자축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이 밖에도 플레이브는 '숨바꼭질', '기다릴게', '왜요 왜요 왜', 최근 발매한 두 번째 싱글앨범 '플뿌우(PLBBUU)'의 타이틀곡 '뿌우(BBUU!)'까지 선보이며 알찬 세트리스트로 팬들과 투어의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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