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가장 깊은 울림을 주는 보컬리스트 임재범이 데뷔 40주년을 맞아 신곡과 전국투어로 돌아온다. 그는 17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일지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음악 인생 40년의 무게와 앞으로의 각오를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임재범은 데뷔 초창기를 회상하며 “어렸을 때는 겁도 없이 시작해 뭐든 할 수 있을 거라 착각했지만 10년, 20년, 30년이 지나면서 음악이란 게 점점 무겁고 두렵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이어 “소리를 내는 것조차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늘 점검하게 되고, 가면 갈수록 더 어려워진다”고 털어놨다.

그는 젊은 시절 힘으로 밀어붙이던 보컬에서 벗어나 이젠 절제와 편안함을 지향한다고 했다. 그는 “예전에는 잘난 척하는 소리로 모든 걸 해결하려 했다. 하지만 지금은 듣는 분들이 평안함을 느끼고, 노래가 그저 노래로 들리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임재범은 오는 40주년 투어에 맞춰 정규 8집을 준비 중이다. 선공개곡 ‘인사’는 이날 오후 6시 발표된다. 그는 “멜로디도 좋지만, 가사가 너무 와닿았다. 녹음을 마치고도 가사를 다시 들여다보게 됐다”며 “이 노래는 팬들에게 드리는 감사, 신에게 드리는 감사, 그리고 어머니께 드리는 감사가 될 수도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팬들에게 말로만 감사하다고 하기보다, 기억에 남는 무언가를 남기고 싶었다”며 “다른 곡을 먼저 발표하려 했지만 ‘인사’를 가장 먼저 들려드려야 한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도 ‘니가 오는 시간’, 김이나 작사가와 함께한 ‘라이프 앤 드라마’ 등이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임재범은 40년 세월 동안 자신을 지켜준 팬들에게 각별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그는 “제가 가진 건 노래뿐이다. 팬들이 아니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인사’라는 곡으로 그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새 앨범 준비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예전엔 지나친 자신감으로 오버하거나 혼자 만족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늘 다시 점검하고 자문을 구한다”며 “녹음 후에도 미련이 남아 다시 하고 싶을 때가 많아 시간이 지연됐다”고 털어놨다.

임재범은 11월 29일 대구 공연을 시작으로 인천과 전국 주요 도시를 돌며 40주년 투어를 이어간다. 특히 서울 공연에서는 아시아 최초로 ‘이머시브 오디오 시스템’을 도입한다. 그는 “그동안 들어보지 못한 살아있는 소리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당부했다.

무대에서는 시나위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음악 여정을 담는다. ‘비상’, ‘너를 위해’, ‘위로’, ‘여행자’, ‘고해’ 등이 셋리스트에 포함될 예정이다. 그는 “어떤 곡을 넣고 뺄지가 늘 고민이지만, 이번엔 40년의 시간을 담아내려 한다”고 밝혔다.

‘레전드 보컬리스트’라는 수식어에 대해서는 겸손하게 말을 아꼈다. 임재범은 “레전드라는 호칭은 조용필, 윤복희 선배님들이 받아야 한다”며 “저는 활동을 자주 하지 않았음에도 팬들이 인정해주셔서 붙여주신 이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든 것에 대해서도 진중하게 말했다. “나이가 들며 힘은 빠졌지만, 그만큼 감성과 깊이가 더해졌다. 어렸을 땐 노래를 건방지게 했지만 지금은 영혼을 갈아 넣어야 한다는 걸 안다”며 “그래서 더 신중해지고, 음악에 대한 책임감이 무겁다”고 고백했다.

임재범은 40주년 이후 계획에 대해 “아직은 생각하지 않았다. 당장 눈앞의 숙제인 앨범, 콘서트, 방송에 최선을 다하는 게 우선”이라며 “제 노래가 앞으로도 오래 남아, 듣는 분들께 깊은 울림을 주는 노래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기백 (giback@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