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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소식

박찬욱, 수고롭게 만든 '헛수고' 이야기 '어쩔수가없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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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토도사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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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 ENM

세계 영화계의 거장 박찬욱 감독이 신작 '어쩔수가없다'로 3년 만에 돌아왔다. '공동경비구역 JSA', '올드보이', '박쥐', '아가씨', '헤어질 결심'에 이르기까지 경계를 허무는 서사와 매혹적인 미장센으로 한국 영화의 지평을 넓혀온 박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한순간에 삶이 무너져 내린 평범한 중산층 가장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 한번 관객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24일 개봉하는 '어쩔 수가 없다'는 한순간에 모든 기반이 흔들리는 한 가장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안정된 직장과 가정을 꾸리며 더할 나위 없이 충만한 삶을 살아가던 직장인 만수(이병헌)는 예기치 못한 해고 통보를 받는다. 아내 미리(손예진)와 두 아이, 그리고 어렵사리 마련한 보금자리를 지켜내기 위해 그는 치열한 재취업 전선에 몸을 던진다.

영화는 만수가 생존을 위해 새로운 일자리를 쟁취하려 애쓰는 과정에서 점차 벼랑 끝으로 몰리는 모습을 그린다.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전개 속에서 드러나는 그의 심리적 균열은 관객에게 긴장과 몰입을 안긴다. 여기에 박찬욱 감독 특유의 블랙 코미디적 시선이 더해져,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씁쓸한 웃음을 자아낸다.

박 감독과 '어쩔수가없다'의 여정은 무려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찬욱 감독은 2009년,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작가의 '엑스(The Axe)'의 판권을 확보하기도 전에 각색 작업을 먼저 시작했다.

그는 "무슨 자신감인지 각색을 내가 먼저 손댔다"며 웃었다. 이 과정에서 초기 초고는 이경미 감독과 함께 써내려갔다. 그는 "이경미의 메모를 보니 2009년에 이미 이야기를 시작했고, 2010년에야 판권을 샀더라"라고 떠올렸다.

초기의 각색은 영어 영화를 전제로 한 기획이었다. 이 때문에 캐나다의 작가를 영입해 대사 다듬기 작업을 함께 진행했다. 박찬욱 감독은 "죽이 잘 맞아서 대사 다듬기를 넘어 그 이상의 작업까지 함께 했다"고 설명했다. 이 시기 새롭게 들어온 장면 중 하나가 바로 미국 역사를 테마로 한 무도회 시퀀스였다. 링컨, 워싱턴, 포카혼타스로 분장한 사람들이 어우러진 장면은 박 감독이 원작의 풍자를 시각적으로 확장한 대표적인 사례다.

박 감독은 기획 단계에서 실제 제지 공장들을 방문하며 산업 리서치를 병행했다. 공장 내부 취재를 통해 원작의 배경을 보다 구체적으로 체화했다. 당시에는 해외 제작을 염두에 두었으나, 여러 차례 기획 변경을 거친 끝에 결국 한국화를 결정하게 됐다.

최종 단계에서 박찬욱은 이경미 감독과 함께 집필을 이어가며 한국적 맥락에 맞게 서사를 재정비했다. 이 과정에서 새롭게 추가된 요소가 바로 구범모(이성민) 아내 아라(염혜란)의 외도 설정과 AI 경쟁자의 등판이다. 그는 "사람 경쟁자를 제거했더니 결국 AI라는 새로운 경쟁자 앞에 무력해지는 구조가 더 큰 아이러니를 만든다"며 "내가 좋아하는 말이 '헛수고'인데 거대한 헛수고라는 테마와 맞닿아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CJ ENM


15년 간의 담금질 끝에 내놓은 '어쩔수가없다'에 대해 박 감독은 "결국 이병헌을 만나기 위해서였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동경비구역 JSA' 이후 25년간 이병헌과 꾸준히 교류해 온 그는 "항상 작품 한번 같이해야죠"하곤 말했다고. "극 중 아라의 대사처럼 이병헌이 항상 너무 팽팽했어요. 언제 나이 들어, 빨리 나이 들어~ 농담으로 그런 얘기 많이 했죠. 이 영화를 일찍 만들었다면 이병헌과는 못 만났을 거예요. 너무 젊고 백인도 아니고 그러니깐요."

이병헌은 시나리오를 받고 "이 정도로 경쟁자 3명을 죽이는 게 관객의 이해를 얻을 수 있을까요"라고 되물었다고. 박 감독은 "절절한 호소력과 설득력을 가진 이병헌이란 배우라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관객이 순간 끌려들어 가 이병헌을 응원하고, 또 바보짓을 하면 실수할까 봐 안타까워하면서도 정신을 차려보면 '뭐 하는 짓이지' 하길 바랐다. 동정과 비판의 거리감이 왔다 갔다 하는 거다. 그건 이병헌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예진에 대해서는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없을 만큼 훌륭한 배우"라고 말했다. "'클래식', '비밀은 없다'와 같은 작품에서 보여준 섬세한 표현이 딱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사실 손예진이 연기한 미리 역이 원작에서 적은 분량의 캐릭터에요. 손예진은 작더라도 친구들에게 '그 영화 왜 했어'라는 소리는 안 듣게 해달라더라고요. 정말 무서운 말이었죠. 그 약속을 지키려고 각본을 고쳤고 대산 한 줄이라도 더 재밌게 만들려고 애썼어요. 리딩 때도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이거 좋다'고 할 때까지 다듬었죠. 공을 제일 많이 들인 캐릭터입니다."

박 감독은 염혜란에게 첫눈에 반한 순간을 떠올렸다. "디렉터스컷 어워즈에서 '마스크 걸'로 수상을 했을 거예요. 처음 보고 반했어요. 너무 섹시하고 멋있고 스피치와 유머도 뛰어나더라고요. 바로 프로듀서에게 아라 역을 맡기자고 했죠. 그런데 아라는 관능적이고 미인이라고 쓰여있으니 염혜란이 '이게 난가?'했다는 거 아닙니까."

/사진=CJ ENM


베니스와 토론토 영화제 이후 '어쩔수가없다'를 접한 외신들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비교하기도 했다. 박 감독은 "'기생충'이 계급 간의 전쟁이라면 '어쩔수가없다'는 중산층의 처절하고 안타까운 이야기"라고 구분 지었다.

"'어쩔수가없다'는 같은 업종에서 와이프보다 자신의 처지를 더 잘 이해하는 그런 남자들끼리 죽고 죽이고 싸워야 하는 서글픈 이야기입니다. 중산층 생활 수준에서의 전락을 피하겠다는 아주 속물적인 사람들이 나오죠. 불쌍하기보다 그래서 안타깝습니다. 그런 면에서 '기생충'과는 다르죠. 하지만 블랙코미디와 계급 이야기가 나온다는 점에서 외국인 입장에선 비슷하게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언제나 부조리함, 패러독스를 좋아해요. 만수가 가족을 지킨답시고 한 일인데 어쩌다 보니 가족이 파괴되죠. 자질구레한 아이러니입니다."

'어쩔수가없다'는 박 감독의 전작들과 비교해 '순한맛'에 포함된다. 그는 "각본 쓰고 촬영하면서 청소년관람불가 나오겠는데 싶을 땐 굳이 피해 가지 않았다"며 "'헤어질 결심'이나 '어쩔수가없다'는 위험한 일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하고 싶은 대로 했다. 일부러 줄인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원문: 바로가기 (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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