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새 월화극 ‘얄미운 사랑’에 출연한 배우 이정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시청률 공약을 묻는 질문에 “‘유퀴즈 온 더 블럭’에서 말했다”고 전했다. 이윽고 29일 방송된 ‘유퀴즈 온 더 블럭’에서 이정재는 “첫 방송 시청률 3%를 넘기면, 명동에서 영화 ‘관상’의 수양대군 분장을 하고 사인회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정재의 입장에서는 JTBC ‘보좌관’ 이후 6년 만에 진짜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작품이라, 그 흥행 여부에 대한 불투명한 기대가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오랜만에 돌아온 그의 작품에 대해 시청자들은 호응했다. 지난 3일 첫 방송 된 ‘얄미운 사랑’은 무려 5%를 넘었다. 닐슨코리아 집계 결과 유료플랫폼 기준으로 전국 가구 평균 5.5%, 최고 6.5%. 수도권 가구 기준 평균 5.2%, 최고 6.5%를 찍었다.

동시간대 1위의 기록이었다. 뚜껑을 연 ‘얄미운 사랑’은 역시나 대본을 쓴 정여랑 작가의 인장이 진하게 박혀있는 느낌이었다. 화려하거나, 어쩌면 자극적일 수 있는 소재 속에서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공감을 숨겨놓는 그의 스타일이 첫 회부터 진하게 배어 나왔다.

‘얄미운 사랑’은 초반 초심을 잃은 특급스타와 특종에 목멘 기자와의 로맨스물로 여겨졌다. 여기에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끈 이정재의 차기작이라는 점, 역시 넷플릭스 ‘더 글로리’와 함께 지난해 JTBC ‘옥씨부인전’으로 원톱 주인공으로 떠오른 임지연이 호흡을 맞춘다는 점도 화제가 됐다.

톱스타와 기자의 연애는 다뤄지지 않았던 소재는 아니었다. 할리우드에서도 휴 그랜트,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노팅힐’이 톱스타의 연애담을 다뤘고, 김혜수 주연의 드라마 ‘스타일’에서도 이런 서사는 등장했다. 하지만 정여랑 작가는 톱스타와 기자의 연애담 이전에 이들의 전사(前史)를 꼼꼼하게 배치해 공감을 부르기 시작했다.

남자 주인공 임현준은 톱스타이기 이전에 배우로 실패를 맛봤던 인물이다. 인쇄소를 운영하며 연인에게도 매몰차게 배신당했던 그는 그 과정에서 출세작 ‘착한형사 강필구’의 대본을 읽고 빠져든다. 결국 출연도 해서 시즌 4까지 방송하는 대히트 속에 톱스타가 된다. 사랑에 배신당할 당시 취한 여주인공 위정신과 처음 만나 소동으로 인연을 맺는다. 그들의 인연이 다시 시간이 지나 톱스타와 정치부 에이스가 돼 이어진다는 줄거리다.

정여랑 작가는 2023년 엄정화, 김병철 주연의 JTBC ‘닥터 차정숙’으로 이름을 알렸다. 당시 경력단절을 겪었던 중년여성의 꿈을 찾는 서사를 보였던 정 작가는 강한 막장드라마의 틀 속에서 사람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와 공감을 숨겼다. 간이식 수술을 받을 만큼 사경을 헤맸지만, 남편은 오랜 첫사랑과 불륜 중이었고 결국 차정숙은 자신도 성공하면서 남편도 응징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꿈을 위한 서사와 의사로서 겪는 성장 그리고 친정 어머니, 자녀들과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도 숨겨놓으면서 공감을 불렀다. 서인호 역 김병철은 ‘천하의 나쁜 놈’이었지만 코믹 터치를 가미해 미워도 밉지 않은 캐릭터로 재탄생시켰다. 시청자들도 20%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호응했다.

정 작가는 ‘얄미운 사랑’에서도 톱스타를 처음부터 하늘을 찌르는 인기가 있는 인물이 아닌 과거 실패도 시련도 있었던 인물로 설정하면서, 향후 시청자가 공감할 여지를 만들었다. 여기에 기자와 스타가 서로의 직업이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 서로를 이해하며 성장하고 교감하는 서사를 그릴 예정이다. 설정보다는 사람을 바라보는 정 작가 특유의 시선이 또 한 번의 흥행을 이끌지. ‘얄미운 사랑’은 매주 월, 화요일 오후 8시50분 tvN에서 방송된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