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도 처음, 선수도 처음' 화성FC, 소리소문없이 매서운 성장 중 [케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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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토도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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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화성] 김희준 기자= 지난 11일, 화성FC와 충북청주FC 경기 전 차두리 감독을 찾은 취재진이 처음 꺼낸 말은 "인터뷰는 해도 해도 적응이 안 되시죠?"였다. 차 감독은 멋쩍게 웃으며 "해야죠"라고 대답했다.
화성은 올해 처음으로 프로 무대에 섰다. K3리그에서는 꾸준히 강팀으로 군림해왔지만, K리그2라는 프로 무대를 경험하는 건 처음이었다.
화성은 자신들의 지도자로 경험 많은 감독 대신 FC서울 유스팀인 오산고를 지도하며 좋은 평가를 받은 차 감독을 선임했다. 차 감독의 첫 프로 감독직이었다. 코치진도 대부분 프로 경력이 일천했다. 윤현필 수석코치와 정훈기 피지컬 코치가 프로 무대를 경험했을 뿐 최현태 코치와 이인성 코치, 유현욱 골키퍼 코치는 이번이 처음 프로 코치를 맡는 거였다.
화성 선수단도 마찬가지였다. 대다수가 이번 시즌이 프로 데뷔 시즌이었다. 리그 개막전 선발진 11명 중 8명이 프로 데뷔전이었다는 게 단적인 예시다. 그나마도 K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연제민을 제외하면 백승우는 2020년 제주유나이티드(현 제주SK)에서 1경기 출장이 프로 경력의 전부였고, 최명희는 안산그리너스에서 2020년까지 3시즌을 뛰고 4년 동안 K리그2를 떠나있었다.
모두가 처음이어서인지 승점 쌓기는 쉽지 않았다. 화성은 개막전에 성남FC에 0-2로 패했고, 충남아산FC와 경남FC에 연달아 비긴 뒤 충북청주에 2-1로 이기며 첫승을 신고했다. 이후 화성이 다시 승리하기까지 50일이 걸렸다. 3월 마지막 경기에서 안산그리너스와 3-3으로 비겼고, 4월에는 인천유나이티드, 전남드래곤즈, 수원삼성, 부산아이파크 등 상위권 팀들에 연달아 패했다.
차 감독은 수비가 문제라는 진단을 내린 뒤 수비 조직력을 가다듬어 쉽게 지지 않는 팀을 만들었다. 화성은 1라운드 로빈 13경기에서 13득점 21실점을 기록했다. 무실점 경기는 없었고, 1라운드 로빈 마지막 3경기에서는 무득점 패배를 당했다. 반면 2라운드 로빈에서는 11득점 12실점으로 수비력을 크게 개선했다. 6월 첫경기였던 경남FC전에는 처음으로 클린시트를 기록했고, 무실점 경기 자체도 5경기로 늘렸다. 수비가 좋아지자 성적도 크게 개선됐다. 1라운드 로빈에서는 2승 3무 8패로 승점 9점밖에 얻지 못했는데, 2라운드 로빈에서는 4승 5무 4패로 승점 17점을 수확했다.
3라운드 로빈에는 2라운드 로빈보다 나은 경기력과 성적을 바라본다. 차 감독은 지난달 충남아산FC와 경기를 앞두고 "1라운드 로빈에서 실점을 많이 했고 수비가 불안해서 2라운드 로빈 들어 수비 조직 훈련과 개인 수비 훈련을 많이 하다 보니 확실히 실점이 줄었다"라며 "3골 넣어 이기고 하는 경기가 나와야 하는데 아직 그 정도 퀄리티가 나오지 않는다. 선수들이 아직 공격적인 면에서, 특히 파이널 서드에 진입해서 확실하게 마무리해주고 자신감을 얻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라며 공격력을 개선해 3라운드 로빈에서 더 많은 승리와 승점을 얻겠노라 공언했다.
공격은 전술만큼 개인 기량이 중요한 영역이어서 눈에 띄는 발전이 이뤄지진 않았지만, 화성은 지난 4일 인천전을 제외한 7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하며 또 다른 단계로 나아갔다. 성적도 8경기 3승 4무 1패, 9득점 7실점으로 지금 기세를 이어간다면 2라운드 로빈 성적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모든 게 처음이었던 화성이 이제는 경기장에서 프로다운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차 감독은 여전히 발전할 점이 많다며 웃었다. 지난 충북청주와 경기 전 인터뷰에서는 "미팅은 감독만 즐겁지 듣는 선수들은 항상 힘들다. 어느 시간이 지나면 지겨워진다"라며 "선수 때는 무조건 지도자 되면 미팅을 짧게 하려 했다. 그런데 안 된다. 선수들에게도 너희들 프로에 처음 와서 배우고 있고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K리그1 가기 위해 배우고 있는 거다. 나도 지도자가 처음이라 배워야할 게 많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고 싶은 의욕이다.
선수들도 차 감독의 '열정적 미팅'을 인정했다. 조동재는 차 감독이 가장 배워야 할 덕목으로 '미팅 시간'을 꼽았다. 올 시즌 처음 프로에 진입한 골키퍼 김승건 역시 미팅 시간에 대한 질문을 하자 척수반사처럼 "길죠"라고 대답한 뒤 "감독님도 알고 계시고, 우리에게 어떻게 하면 미팅을 줄일 수 있을까 말도 많이 하신다. 내년엔 미팅 시간이 줄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화성 선수들도 처음이기 때문에 서로의 부족함을 받아들이고, 이를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는다. 김승건은 "골키퍼 코치님도 처음 프로 코치를 하시는 분이다. 그래서 나와 의견을 조율해가면서 합의점을 잘 찾는다"라며 "감독님은 골키퍼에게 '파이팅'을 바라신다. 나도 처음에는 자신감이 없었는데 감독님과 함께하다 보니 감독님이 중시하는 열정이 업그레이드됐고, 감독님이 나를 믿어주신다는 사실에 자신감도 얻었다"라며 화성 선수단이 한 마음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차 감독은 '2라운드 로빈보다 나은 3라운드 로빈'이라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성적보다 중요한 건 동기부여임을 매번 강조한다. 차 감독의 명확한 방향성과 열정 속에 화성 선수들은 매 경기 프로에서 통할 수 있는 선수, 더 좋은 기량을 갖춘 선수로 발전하고 있다. 올 시즌 K리그2에서 자신들의 색채로 시간이 지날수록 두각을 나타내는 화성의 남은 시즌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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