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춘추]

'어썸 킴' 김하성이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부상과 부진으로 실망스러운 시즌을 보낸 그에게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의 명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손을 내밀었다.

애틀랜타는 올해 24경기 출전에 그친 김하성에게 남은 시즌 연봉 200만 달러(약 28억원)와 내년 선수 옵션 1600만 달러(약 223억원)라는 거액을 지출하는 위험을 감수했다. 밥 나이팅게일 USA 투데이 기자는 "애틀랜타의 흥미로운 도박"이라 했지만, 애틀랜타는 오히려 '기회'라고 여기는 듯하다.

김하성 영입 소식에 애틀랜타 선수단은 환영하는 반응을 보였다. 브라이언 스니커 감독은 현지 취재진과 기자회견에서 "샌디에이고에서 부상당하기 전의 그를 좋아했다. 정말 좋은 선수"라며 김하성의 전성기 활약을 떠올렸다.

특히 2021~2024시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김하성과 함께 뛴 주릭슨 프로파의 증언이 눈길을 끈다. '김하성이 합류한다'는 현지 기자의 질문에 프로파는 "정말요?"라며 웃은 뒤 "정말 좋은 선수다. 정말 좋다. 줄곧 내년 시즌을 위해 김하성을 데려와야 한다고 이야기했는데, 더 일찍 이뤄졌다"고 말했다.

프로파는 팀 동료들에게 2026년에 구단이 김하성을 영입하면 좋을 것이라고 이야기해왔다고 한다. "수비적으로 뛰어나고, 공격적으로도 그렇다. 출루를 잘하는 타자다. 우리 라인업에 그런 선수들이 많은데, 김하성까지 추가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란 평가도 전했다.

애틀랜타는 김하성을 멀티포지션이 아니라 오직 유격수로만 기용할 예정이다. 스니커 감독은 김하성이 다른 포지션에서도 뛸 것이냐는 기자의 물음에,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유격수. 그래서 데려왔다"고 딱 잘라 말했다.

스니커 감독과 프로파의 기억대로 김하성의 샌디에이고 시절 성적은 눈부셨다. 2022~2024 3시즌 동안 WAR 10.5승을 기록했고, 162경기 평균 26개 2루타와 15개 가까운 홈런을 쳐냈다. 출루율 0.336, OPS 0.721로 안정적인 공격력을 보여줬다.

다만 탬파베이로 이적한 올해는 힘든 시즌을 보냈다. 작년 어깨 수술 이후 7월 4일에야 탬파베이 데뷔전을 치른 김하성은 연이은 부상에 시달렸다. 종아리 부상, 허리 염증으로 두 차례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24경기에서 타율 0.214에 OPS 0.612에 그쳤다.

에릭 네앤더 탬파베이 야구 운영부문 사장은 "우리가 5할 승률을 10경기 정도 웃돌았다면 김하성을 웨이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플레이오프 진출이 물 건너간 스몰 마켓 구단 탬파베이로선 22세 유망주 카슨 윌리엄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우선이었다.

반면 애틀랜타는 주전 유격수가 절실하게 필요했다. 현재 주전 유격수 닉 앨런이 OPS 0.534로 메이저리그 전체 야수 가운데 최악의 공격력을 기록 중인 상황. 시즌 막바지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200만 달러만 주고 주전 유격수를 기용하는 건 나쁘지 않은 장사다.

무엇보다 애틀랜타가 노리는 건 내년 시즌이다. 김하성에게는 내년 시즌 1600만 달러 선수 옵션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옵트아웃하지 않고 잔류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만약 김하성이 남은 시즌  반등 가능성을 보여주고 잔류한다면, 애틀랜타는 1600만 달러로 검증된 주전 유격수를 기용할 수 있게 된다.

김하성이 건강을 되찾고 2023년 수준으로 반등한다면 1600만 달러는 결코 아깝지 않은 투자가 된다. 만에 하나 옵트아웃하는 의외의 선택을 해서 나간다고 해도 손해 볼 것은 없다. 그만큼 애틀랜타에 머무는 동안 대활약을 펼쳤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잔류 후 내년 대활약에 베팅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ESPN도 김하성의 내년 잔류에 무게를 뒀다. 이 매체는 "애틀랜타는 내년 시즌 다시 지구 우승을 노리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계획 중이다"라며 "불확실한 내야 문제를 해결하고자 유격수와 2루수 수비가 가능한 김하성을 영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하성은 3일(한국시간)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서 애틀랜타 데뷔전을 치른다. 스니커 감독과 프로파의 기대대로 샌디에이고 시절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까. 김하성은 아주 중요한 시즌 마지막 한 달을 앞두고 있다. 봉중근 이후 22년 만에 한국 팬들의 시선이 애틀랜타로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