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경기 골 넣는 손흥민, 리그 수준이 어떻게 돼?…유럽축구와 다른 MLS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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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토도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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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불모지’로 불리던 미국 축구가 관심을 받는다. 리오넬 메시(38·인터 마이애미)가 2년 전 메이저리그사커(MLS)에 뛰어든 데 이어 아시아 최고의 스타 손흥민(33·LAFC)까지 마지막 둥지로 선택한 효과다.
메시가 지난 2년간 MLS에서 차원이 다른 축구의 맛을 보여줬다면, 손흥민은 MLS 역대 최고 이적료(2650만 달러·약 373억원)에 걸맞는 골 폭죽을 터뜨리고 있다. 불과 8경기 만에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8골 3도움)를 올린 그의 활약에 아시아와 한국에서도 MLS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
MLS가 유럽리그에 익숙한 기존 축구 팬들에게는 많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궁금증과 함께 관심도를 끌어올린다.
MLS는 30개팀이 동·서부를 나뉘어 정규리그(34경기)를 소화한 뒤 플레이오프(MLS컵)에서 진정한 승자를 가리는 구조다. 미식축구, 야구, 농구, 아이스하키 등 북미 4대 스포츠에 더 가깝다. MLS에서는 MLS컵 우승자가 공식 챔피언이다.
정규리그 사이에 병행하는 3개의 컵대회도 익숙한 그림은 아니다. 한국으로 따진다면 코리아컵에 해당하는 US오픈컵(3월~10월), 북중미 챔피언스리그 격인 CONCACAF챔피언스컵(2~6월), 미국과 멕시코 클럽들이 맞붙는 리그스컵(7~8월)까지 시즌 사이에도 챔피언이 나온다. 10월 정규리그가 끝나고 11월 MLS컵의 주인공이 가려질 때까지 쉼 없이 우승을 즐길 수 있는 셈이다.
선수를 뽑는 방식도 남다르다. MLS 모든 팀에 의무화된 것은 아니지만 드래프트가 여전히 존재한다. 폐쇄적인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표방하는 MLS 사무국은 선수와 계약을 맺은 뒤 구단으로 파견하는 방식도 고수하고 있다. 유럽식 승강제는 없다.
MLS는 축구에서 보기 드문 샐러리캡(연봉 총액 상한제·595만 달러)도 있다. ‘베컴 룰’로 잘 알려진 지정 선수 규정을 신설하면서 구단별로 최대 3명까지 슈퍼 스타들이 뛸 수 있는 환경이다. 손흥민은 LAFC에서 1300만 달러(약 183억원)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 명의 지정 선수인 데니스 부앙가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의 연봉을 합친 금액의 두 배를 넘는다.
출범 초기인 1996년 무승부를 대신해 도입했던 슛아웃(골대에서 32m 떨어진 거리에서 공을 드리블해 5초안에 슛을 쏴서 승패를 가리는 제도)을 1999년 폐지하는 등 그나마 축구의 룰 자체는 국제축구연맹(FIFA) 기준대로 동일하게 가져가고 있다.
한준희 쿠팡플레이 해설위원은 MLS가 타 축구리그와 다른 원인을 ‘로컬화’에서 찾는다.
한 해설위원은 “미국은 종목에 상관없이 익숙해진 4대 스포츠의 방식이 따로 있다. 정규리그보다 플레이오프가 중요한 시스템을 깨뜨리는 스포츠는 미국에서 성공하기 어럽다. 생존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본다”면서 “MLS에서 독특한 플레이오프나 드래프트는 사실 K리그에서도 10여년 전 있었던 제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동부와 서부로 나뉘어 정규리그를 치르는 것도 큰 땅덩이의 문제일 수 있다. 유럽은 이웃 도시에 원정을 가더라도 1~2시간이면 해결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아 지역을 나누는 게 합리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MLS의 축구 수준도 궁금증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손흥민이 경기를 치를 때면 골이나 도움이 적어도 하나 씩을 쏟아내는 것을 보면서 K리그와 비교하는 팬들이 적잖다. 샐러리캡이 있는 MLS의 한계로 슈퍼스타들이 버티는 공격보다 수비는 허술한 것도 사실이다.
손흥민이 뛰는 LAFC에서 먼저 활약했던 김문환(30·대전)은 “수비만 살펴본다면 K리그가 조직적인 측면에서 나은 부분이 있다”면서도 “전체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는 느낌이다. 시장 자체는 세계적인 선수들이 뛰기에 MLS가 더 높은 수준이라고 본다”고 진단했다.
MLS의 수준을 짐작할 만한 지표는 있다. 스포츠통계업체 ‘옵타’에 따르면 MLS의 파워랭킹은 전체 12위다. 글로벌 풋볼 랭킹은 이보다 조금 낮은 14위로 매긴다. MLS에 대한 고평가는 타 대륙과 직접적인 실력에 대한 비교가 어렵다보니 시장의 크기가 주요 잣대가 된 것으로 보인다. 트랜스퍼마크트에 따르면 MLS는 올 여름 이적시장 지출 순위에서 전체 9위(-4065만 유로)를 자랑하고 있다.
MLS의 남다른 시장 규모는 앞으로 한국 선수들이 유럽 대신 선택할 가능성도 높게 만드는 대목이다. MLS는 첫 한국인 선수인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LA 갤럭시에 입단할 때만 해도 은퇴 무렵에 가는 무대였지만 점점 정상빈(23·세인트루이스 시티)과 김준홍(22·DC유나이티드), 정호연(25·미네소타 유나이티드)처럼 전성기의 선수들이 뛰는 무대로 바뀌고 있다.
손흥민도 MLS에 예상보다 빠른 시기에 입성해 화려한 플레이로 현지 팬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내년 북중미 월드컵을 겨냥해 미국 현지에 익숙해지겠다는 의지로 풀이됐지만, MLS 역시 최고의 스타인 손흥민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손흥민이 앞으로도 MLS에서 득점 행진을 이어간다면 경기장에서 마치 홈팀처럼 그를 응원하는 풍경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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