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4명 퇴장, 무더기 '추가징계'도 불가피... 30대 베테랑들이 자초한 '강등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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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토도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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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감독대행이 이끄는 제주는 28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31라운드 홈경기 수원FC전에서 무려 네 명이나 퇴장을 당했다. 1983년 프로축구 출범 이래 한 팀에서 네 명이 퇴장을 당한 것도 역대 처음이고, 한 경기에 네 장의 레드카드가 나온 것 역시 최초다. 그야말로 '불명예 기록'을 제주 구단 홀로 쓴 셈이다.
첫 퇴장은 전반 34분에 나왔다. 센터백으로 나온 송주훈(31)이 공과 상관없는 지역에서 왼팔을 강하게 휘둘러 상대의 얼굴 부위를 가격했다. 이를 직접 지켜본 신용준 주심은 가차 없이 레드카드를 꺼냈다. 송주훈은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경기 도중 몸싸움 과정도 아닌, 공과 한참 떨어진 지역에서 나온 불필요한 행동이었다. 논란의 여지가 없는 퇴장 장면이기도 했다.
그런데 찬물을 끼얹은 건 다름 아닌 제주 선수들이었다. 후반 추가시간 8분 골키퍼 김동준(31)이 페널티 박스 안에서 동료에게 패스를 하려다 빗맞아 흘렀고, 페널티 박스 밖에서 싸박에게 빼앗기는 바람에 일대일 위기를 맞았다. 김동준은 상대 슈팅 기회를 저지하려다 팔로 공을 막았다. 이미 한 차례 경고가 있던 김동준은 주심으로부터 두 번째 경고를 받고 퇴장당했다.
명백한 실점 위기 상황에서 손을 써 상대 득점 기회를 저지했으니, 카드가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심지어 이 위기를 자초한 건 다름 아닌 본인의 실수였다. 그러나 김동준은 오히려 신경질적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이었다.
이후 주심은 비디오 판독 심판(VAR) 권고로 온 필드 리뷰를 거쳐 김동준에게 준 두 번째 경고를 취소하고, 다이렉트 퇴장으로 정정했다. 페널티 박스 밖에서 손을 써 상대 득점 위기를 저지한 게 포착됐기 때문이다. 당초 경고 누적 퇴장으로 경기장을 나갔던 김동준은 주심의 온 필드 리뷰 과정에서 다시 경기장으로 들어왔다. 퇴장 판정 이후 주심에게는 박수를 치는 도발성 행동까지 했다. 심지어 대기심과는 얼굴을 맞댄 채 날 선 신경전까지 벌였다.
심지어 추가시간 15분엔 네 번째 퇴장 선수가 나왔다. 제주가 스로인을 하려던 과정에서 수원FC 싸박이 몸을 날려 손으로 이를 저지하려는 제스처를 취한 게 발단이었다. 교체 아웃돼 벤치에 있던 이창민(31)이 뒤에서 싸박에게 달려들어 몸으로 강하게 충돌했다. 싸박은 그대로 쓰러졌다. 제주 스태프와 동료들마저 이창민을 다급하게 막아설 정도의 돌발 행동이었다. 이 역시도 논란의 여지가 없는 퇴장이었다.
이미 퇴장을 당해 경기장 밖으로 나갔어야 했을 골키퍼 김동준이 제주 벤치 쪽에서 분노를 표출하는 모습도 고스란히 중계 화면에 잡혔다. 결국 이창민 역시도 이견의 여지없는 퇴장 판정을 받고 그대로 경기장을 나갔다. 결국 어수선한 분위기 속 경기는 후반 추가시간만 17분을 넘긴 뒤에야 가까스로 수원FC의 4-3 승리로 끝이 났다.
단순히 K리그 규정에 따른 징계로 끝날 사안들은 아니다. 안태현을 제외한 나머지 세 선수는 연맹 상벌위원회를 거쳐 추가 징계 가능성도 충분하다. 프로축구연맹은 경기 평가 회의 등을 거쳐 해당 선수들의 상벌위원회 회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이 경우 퇴장 징계에 추가로 출장 정지나 벌금 등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
퇴장 판정 주심에게 박수를 치고, 대기심과 맞선 채 신경전을 벌인 김동준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연맹 상벌 규정에 따르면 심판에 대한 협박이나 명예 훼손, 모욕하는 언동일 경우 5경기 이상 10경기 이하 출장정지 또는 500만원 이상의 제재금, 심판 판정에 대한 과도한 항의나 난폭한 불만 표시 행위일 경우 2경기 이상의 출장정지 또는 300만원 이상의 제재금을 부과토록 돼 있다. 송주훈이나 이창민도 경기 도중 자연스러운 플레이와는 거리가 먼 폭력적인 행동들이었던 만큼 추가 징계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무더기 추가 징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더구나 제주는 이날 패배로 승점 31(8승 7무 16패)로 강등권인 11위에 처져 있는 상태다. 최근 김학범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사퇴하면서 분위기가 어수선한 가운데, 이날 베테랑 네 명이 잇따라 퇴장을 당하는 바람에 전력 누수 속에 다가오는 경기들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당장 강등 위기에 내몰린 데다 '살얼음판'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만큼 매 경기 의미가 중요해진 상황이라 이날 퇴장 후폭풍은 더욱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날 임시 지휘봉을 잡은 김정수 대행 체제에서 나름의 반전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스스로 찬물을 거듭 끼얹은 이들이 다름 아닌 30대 베테랑들이었다는 점에서 구단과 팬들의 아쉬움은 더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김명석 기자 elcrack@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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