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웃으며 '21번'의 '21년' 마무리…오승환 "야구·가족·삼성·팬분들, 내게 가장 소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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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대구, 최원영 기자] 굿바이, 끝판 대장.
삼성 라이온즈의 영원한 '수호신' 오승환이 21년간 현역 생활을 마무리하고 떠난다. 30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올해 정규시즌 마지막 홈경기인 KIA 타이거즈전을 마친 뒤 은퇴식을 통해 작별 인사를 남겼다.
오승환은 이날 5-0으로 앞선 9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KIA에선 선두타자로 대타 최형우가 등장했다. 과거 삼성에서 동고동락하며 두터운 우정을 쌓은 두 선수는 마주 보며 미소 지었다. 오승환은 최형우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워 마지막 투구를 끝마쳤다. 최형우를 비롯해 그간 호흡을 맞춰온 포수 강민호, 삼성 내야수들과도 뜨겁게 포옹하며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삼성은 5-0 승리와 함께 2연승을 달렸고, 정규시즌 4위를 확정했다.
경기 종료 후 1982년생 동갑내기 황금세대 동료들이 그라운드로 나와 오승환의 은퇴를 축하했다. 또한, 삼성에선 수술 및 부상 등으로 재활 중인 선수들과 2군 퓨처스팀에 내려갔던 선수들까지 라이온즈파크를 찾아 오승환의 은퇴식을 함께했다.
은퇴식은 오프닝 영상으로 시작됐다. 오승환이 더그아웃에서 불펜 전화를 받자 오치아이 에이지 전 삼성 코치의 목소리가 나왔다. "승환아 오치아이 코치다. 그동안 고생 많았고, 이제 마무리하러 가자"는 말을 전했다.
오승환은 자신을 상징하는 등장곡 'Lazenca, Save Us'와 함께 외야 그라운드에서 마운드까지 천천히 걸어왔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회장인 KIA 양현종이 경기 종료 후에도 야구장에 남아 오승환의 은퇴식을 기다렸다가 꽃다발과 기념패를 전달했다. 이어 주장 구자욱과 삼성 이종열 단장, 유정근 대표이사가 기념 선물과 트로피, 꽃다발 등을 안겼다.
은퇴 축하 영상에는 미국, 일본에서 오승환과 한솥밥을 먹었던 옛 동료들이 등장해 깜짝 선물이 됐다. 다르빗슈 유, 야디에르 몰리나, 애덤 웨인라이트, 놀란 아레나도, 찰리 블랙몬, 아라이 다카히로, 후쿠도메 고스케가 축하 인사를 남겼다. 특히 다카히로는 한국어로 말했다.
오치아이 전 코치는 인사한 뒤 삼성 유니폼을 입고 말을 이어갔다. 그는 "몇 번이고 '9회 오승환 가요'라고 말할 수 있게 해준 것, 몇 번이나 승리를 지켜 경기를 끝내준 것 감사합니다. 이제 이런 마무리투수는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해요. 21년간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라고 전했다.
은퇴사에서 오승환은 "늘 승리만 생각하며 걸어 나오던 이 길을, 이렇게 마지막 인사를 드리기 위해 걸으니 가슴이 벅차고 한편으론 먹먹하다"며 운을 띄웠다.
오승환은 "내게 정말 소중하고 특별한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야구, 가족, 삼성 그리고 팬 여러분들이다. 내게 야구는 말로 다할 수 없이 특별한 존재이자 인생 그 자체였다. 공을 던지는 자체가 너무 즐거웠고 매 순간 행복했다. 모든 조건을 타고난 편도 아니었고, 모든 길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지만 노력하면 이겨낼 수 있다는 걸 야구가 알려줬다"고 돌아봤다.
이어 "처음 프로 무대에 올라 수많은 관중 앞에서 공을 던지던 그 순간이 아직도 눈앞에 생생하다. 온 힘을 다해 던진 공으로 팀이 승리하고 팬들이 기뻐하는 모습에 행복했고 큰 희열을 느꼈다"며 "더 잘하고 싶어 쉬지 않고 노력했고, 그 노력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다시 태어나 또 선택의 기로에 선다 해도, 나는 주저 없이 야구를 택할 것이다. 결과가 어떻든 후회는 없을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승환은 "삼성은 내게 매우 특별한 팀이었다. 난 다른 선수들보다 늦게 프로에 입단했다(대졸 신인). 입단 당시엔 부상도 있었고 그저 평범한, 내세울 만한 성적도 없었던 선수였다"며 "하지만 내 가능성을 보여줄 자신이 있었다. 그런 나를 삼성 구단이 선택해 줬다. 삼성이라는 최고의 환경에서 뛰었기에 다섯 번의 우승을 팬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고 이건희 회장님과 이재용 회장님, 유정근 사장님 그리고 구단 관계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늘 함께 땀 흘리며 싸운 동료들, 늘 맞서 싸워준 상대 선수들에게도 존경과 감사를 전한다. 여러분 모두가 있었기에 내 야구 인생이 더욱 빛날 수 있었다"며 "지금의 동료들과 함께 삼성의 9번째 우승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팀에 자부심을 갖고 후배들이 꼭 이뤄주길 바란다"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가족을 떠올렸다. 오승환은 "내게 가장 중요한 가족. 어린 시절 넉넉하지 않은 환경에도 부모님과 형들은 나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해 주셨다"며 "아버지"라고 외친 뒤 눈물을 삼키려 노력했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자 팬들이 오승환의 이름을 연호하기도 했다.
오승환은 "언제나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보여주신 그 사랑이 힘이 됐다. 지금의 돌부처 오승환을 있게 한 건 마운드 위에서는 감정을 숨기라고 알려주신 아버지 덕분이다"며 "우리 형들, 내가 야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헌신해 줬다. 덕분에 든든하게 야구에 집중할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하다"고 사랑을 표현했다.
이어 " 지난 수년간은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장인어른과 장모님도 항상 내 곁을 지켜줬다. 선수 생활을 오래 함께하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지난 몇 년 힘든 순간마다 다시 마운드에 설 수 있게, 공을 잡을 수 있게 나를 단단하게 잡아준 것은 아내와 아들이다"며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는 아들에게 오늘을 영상으로 보여주며 아빠가 야구를 얼마나 사랑했는지와, 끝까지 노력하면 안 되는 건 없다는 것을, 너와 이 자리에 같이 있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는 것을 꼭 이야기해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아내에게는 "옆에서 나를 지탱해 주고 어쩌면 감당하지 않아도 될 짐들을 함께 짊어져 주고, 오승환의 아내로서 서준이의 엄마로서 항상 미안하고 고마워. 당신이 있었기에 끝까지 버틸 수 있었고 앞으로 야구선수가 아닌 남편으로, 서준이 아빠로 더 많이 노력할게. 앞으로 우리 더 재밌고 행복하게 살자"고 말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 이 자리에 계셨으면 했던 분이 있다. 바로 하늘에 계신 어머니다"라고 말한 뒤 오승환은 끝내 눈물을 터트렸다. 팬들은 "울지마"를 외치며 그를 위로했다. 오승환은 금세 감정을 추스른 채 말을 이어 나갔다.
오승환은 "경기장에 오셔도 내 투구를 끝까지 보지 못하시고 도중에 나가시곤 했던 어머니. 늘 내 걱정이 먼저였던 분이셨다. 어머니는 누구보다 나를 믿어주셨고 언제나 큰 힘이 되어주셨다. 은퇴 투어를 진행하면서 정말 많은 꽃을 받았는데, 생전 좋아하시던 꽃도 더 많이 드리지 못한 것이 후회로 남는다"고 고개를 떨궜다.
이어 오승환은 "야구선수 아들을 둬서 누구보다 마음 졸였을 어머니, 오늘따라 유난히 어머니가 많이 보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어머니. 이제 걱정 내려놓으시고 편히 쉬세요. 오늘 이 순간을 하늘에서도 함께 보고 계실 거라 믿습니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번 더 인사했다. 오승환은 "내게 또 다른 특별한 존재인 팬 여러분. 오늘의 오승환이 있기까지 내 존재와 영광은 모두 팬 여러분 덕분이었다. 부족한 내게 늘 용기와 희망을 주셨고, 조금이나마 팀에 보탬이 될 때마다 뜨거운 박수와 응원을 보내주셨다"며 "때로는 야유도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했다.
오승환은 "어떤 이는 박수칠 때 떠나라고 말하지만 나는 끝까지 박수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 내 길에 후회는 없다"며 "공 하나에 끝까지 모든 것을 다해 던지는 모습을 후배들과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덕분에 오승환, 후회 없이 던졌고 후회 없이 떠난다"고 강조했다.
한 가지 부탁도 했다. 오승환은 "가족만큼 사랑하는 삼성 라이온즈와 후배들에게 지금 주시는 과분한 사랑을 앞으로도 아낌없이 보내주시길 바란다. 강민호, 구자욱, 김재윤, 원태인 선수부터 2군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선수들까지 모두가 이 팀의 미래다"며 "나를 이끌어 주셨던 선배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내가 끝까지 야구할 수 있었던 건 선수들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늘 헌신해 주신 분들 덕분이다. 항상 제일 먼저 출근하고,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유니폼을 제일 늦게 벗는 트레이닝 코치님들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오승환은 "이제 유니폼을 벗지만 여러분의 함성과 박수는 내 가슴 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그 함성과 박수를 그들에게 더 많이 부탁드린다"며 "앞으로는 팬 여러분들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 한국 야구를 사랑하겠다. 여러분의 응원 속에서 살아온 시간, 내 인생의 가장 큰 영광이었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은퇴사 후 오승환은 홈플레이트에 앉은 포수 강민호를 향해 마지막 공을 던졌다. 그 순간 큰 불꽃이 터졌다. 두 사람은 검지 손가락을 하늘로 함께 들어 올리는 전매특허 세리머니를 한 뒤 서로를 안아줬다.
미디어 파사드 영상을 통해 오승환의 업적들이 송출된 후 동료 선수들의 은퇴 축하 영상이 이어졌다. 키움 히어로즈 이원석, 두산 베어스 양의지, NC 다이노스 박건우, SSG 랜더스 김광현, 한화 이글스 손아섭과 류현진, 롯데 자이언츠 김원중, KT 위즈 우규민은 물론 삼성 선수들과 팬들도 영상 편지를 남겼다.
마지막은 오승환의 부친 오병옥 씨였다. 오승환이 과거 부상 등으로 프로에 지명받지 못했을 때 속마음 등을 털어놓았다. 아들을 향한 끝없는 사랑도 전했다. 오승환은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아내 김지혜 씨의 영상 편지까지 끝난 뒤 오승환은 마운드에서 가족들과 기념 촬영에 임했다.
유니폼 반납식 이후 민소매 차림이 된 오승환은 멋쩍게 웃기도 했다. '21번'의 영구 결번식도 진행됐다. 가수 하현우 씨가 그라운드로 나와 오승환의 등장곡을 부르며 특별 공연을 펼쳤다. 이후 오승환은 선수단과 한명씩 인사하며 포옹했고, 헹가래도 받았다. 오승환이 팬들과 듣고 싶은 노래로 꼽은 '콜드플레이(Coldplay)'의 'Viva La Vida가 흘러나오고 불꽃놀이가 하늘을 수놓았다.
오승환은 삼성 선수들과 기념촬영하며 잊지 못할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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