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만루에서 초구 번트가 자이언츠 감독 경질 결정적 순간? 미 기자 분석 "탈출구는 감독 해고 뿐이었다" [스춘 ML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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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토도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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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춘추]
재신임 결정 3개월 만에 해임으로 뒤집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밥 멜빈 감독 경질에 이정후의 플레이가 결정적 계기 중 하나로 거론됐다. 1사 만루 찬스에서 공격 대신 번트를 선택한 이정후의 플레이에서 팀의 무기력함과 패배주의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미국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의 그랜트 브리스비 기자는 30일(한국시간) 기사를 통해 멜빈 감독 해임으로 이어진 결정적 순간들을 짚었다. 자이언츠는 지난 7월 1일 멜빈 감독의 2026시즌 계약 옵션을 행사하며 동행을 결정했지만, 석 달도 안 돼 결정을 뒤집었다. 브리스비 기자는 "정확히 어느 순간이라고 콕 짚기는 어렵지만, 몇 가지 결정적인 순간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브리스비 기자가 지목한 첫 번째 순간은 5월 11일이다. 무기력했던 경기 9회, 멜빈 감독이 팀 분위기를 살려보겠다며 퇴장당한 날이다. 브리스비 기자는 "멜빈의 자이언츠 커리어에서 가장 힘 빠진 시도 중 하나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대로 된 퇴장쇼라면 감독이 덕아웃에서부터 난리를 쳐서 필드에 나가기도 전에 쫓겨나야 한다"며 "그래야 진짜 임팩트가 있다. 꼭 심판에게 달려들거나 욕설을 퍼부을 필요는 없다. 선수들에게 '감독이 우릴 위해 싸우고 있다'는 메시지를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날 멜빈의 퇴장은 아무 목적도 이루지 못한 무의미한 제스처였다는 평가다.
이정후의 이름도 언급됐다. 이 매체의 샌프란시스코 담당 앤드루 배걸리 기자가 제시한 날짜는 7월 26일이다. 무기력한 타선이 또다시 상대 마운드에 압도당한 경기였다. 4회까지 무득점에 허덕이다 1사 만루에서 이정후가 타석에 들어섰다. 여기서 이정후는 강공 대신 초구부터 번트를 댔다.
배걸리 기자는 이 장면을 날카롭게 포착했다. "이정후는 그 순간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냈다. 경기 후엔 '타석에 들어서면서 외야 수비수 사이를 가르는 안타가 아니라 병살타를 떠올렸다'고 직접 인정했다. 팀 전체가 패배주의에 빠진 증거였다." 이어 "득점권 타율 부진에 짓눌려 초구부터 졌다고 생각한 셈"이라며 "이기는 방법을 잊어버린 팀의 비참한 민낯이었다"고 진단했다.
한편 브리스비 기자 자신이 꼽은 결정적 날짜는 9월 14일이다.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지구 라이벌 LA 다저스와의 3연전 마지막 경기였다. 그는 "전문용어로 완전한 '똥덩어리' 같은 경기였다"고 표현했다.
자이언츠는 5회초 1대 2로 뒤진 상황에서 선두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냈다. 위험한 신호였지만 멜빈 감독은 다음 타자 테오스카르 에르난데스를 계속 로비 레이에게 맡겼다. 프레디 프리먼이 대기석에 있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결과는 참담했다. 프리먼은 2루타를 쳤다. 레이가 내려간 뒤 조엘 페게로가 등판해 볼넷, 안타, 보크를 연달아 허용했다. 1회 타일러 글래스나우를 괴롭혔던 타선도 7회까지 끌려다녔다. 브리스비 기자는 "비행기 시간에 쫓기듯 마구 휘둘렀다. 생기가 완전히 빠진 경기였다"면서 "모든 게 무너지는 걸 느낀 경기였다"며 "이 팀이 기회가 있다고 믿었던 나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졌다"고 썼다.
브리스비 기자는 고대 그리스의 '소리테스 역설'을 언급했다. 자갈을 하나씩 쌓을 때 언제 더미가 산이 되는가라는 질문이다. 자갈 하나 때문일 수는 없으니 답은 "어디선가"가 될 수밖에 없다. 멜빈의 해임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하나의 플레이나 경기, 결정이 구단의 마음을 바꾼 게 아니다. 여러 순간이 쌓이며 어디선가 그렇게 됐다.
브리스비 기자는 "뭔가 바뀌어야 했다면 감독 밖에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버스터 포지 야구부문 사장은 취임 1년도 안 됐다. 주전 선수들은 장기 계약을 맺었거나 FA까지 한참 남았다. 타격은 막판 살아났고, 투수진은 부상과 트레이드 데드라인 전까지 훌륭했다. 결국 구단이 바꿀 수 있는 건 감독뿐이었다.
브리스비 기자는 "자이언츠는 8월 말과 9월 초 인상적인 연승으로 멜빈 유임 여부 논란을 뒤로 미뤘지만, LA 다저스 시리즈가 답을 내렸다"며 "베테랑 감독이 베테랑과 유망주를 함께 이끌어 분발시킨다는 꿈은 매력적이었지만, 허황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이어 "5월이든, 6월이든, 7월이든, 8월이든, 어느 순간 자이언츠의 문제 더미는 문제의 산이 됐다. 현실적인 탈출구는 하나뿐이었다. 그게 감독 연봉 수백만 달러를 낭비하는 것이라 해도"라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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