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205cm 초등학생의 꿈? “유명한 배구선수 돼서 엄마가 좋아하는 연예인 만나게 해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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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토도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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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부터 열린 추계배 전국 초등학생 배구 대회에 등장한 키 2m 5cm의 초등학생 배구 선수는 존재만으로 큰 화제를 불러 모았습니다.
주인공은 강원 교동초등학교 배구부, 13살 용지훈 군. 한국초등배구연맹은 "국내 초등학생 선수들 중에서 이 정도 신장을 가진 선수는 지훈 군이 최초"라고 설명했고, 유소년 발굴과 한국 배구의 저변 확대가 절실했던 배구계 전문가들과 관계자들도 '초대형 유망주'의 등장이라며 반기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 미디어가 '대형 유망주'라고 주목하는 순간, 어른들의 참견이나 편견 섞인 시선들이 붙곤 하는데요. 실제로 KBS 취재진이 직접 만난 지훈 군은 주변의 시선이나 기대에 휩쓸리지 않고, 13살 초등학생의 나이에 맞게 배구를 향한 순수한 열정이 빛나는 친구였습니다.
■"초4 때 이미 180cm…대회에선 초등학생 맞냐는 이야기도 들어"
우선 가장 주목 받는 키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지훈 군은 태어났을 때부터 키가 큰 편이었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이미 180cm를 넘었고, 5학년 때 190cm를 돌파해 지금 키인 2m 5cm를 기록했습니다. 국내 프로배구 선수들 중 2m를 넘는 선수가 10명도 되지 않는 걸 감안하면, 초등학생이 벌써 이 정도 키로 성장한 건 쉽게 믿기 어려운 일입니다.
어머니 키가 179cm, 아버지 키가 193cm로 유전적인 영향이 큰 거로 보이는데, 지훈 군의 성장판도 아직 열려 있어 앞으로 키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나이에 비해 정말 큰 키, 특히 같은 배구부의 동갑내기 친구가 150cm 초중반으로 또래보다 나름 큰 편인데도 지훈 군 옆에 서면 작아지는 착시 효과가 생길 정도입니다.
"키가 커서 안 좋은 점은 옷이랑 신발이 맞는 게 없고, 좋은 점은 농구나 배구할 때 잘할 수 있는 거요. 주변에 형들이 지나갈 때 거인이라고 그래서 속상하기도 했는데, '키가 커서 좋겠다'는 말을 더 많이 들어서 좋아요."
키 때문에 대회를 나가서 상대 팀 쪽의 이의제기를 들은 적도 있다고 했습니다. 지훈 군은 "초등학생 맞냐고 물어봐서, 맞다고 대답했다"면서 "엄마가 그런 것을 우려해서 증명사진을 찍고 학생증을 (증빙자료로) 만들어주셨다"라고도 했습니다.
초등학생 기준 배구 네트 표준 높이는 2m. 그냥 서 있기만 해도 지훈 군의 이마가 네트 위에 있고, 점프 없이 손을 뻗기만 해도 블로킹이 됩니다.
또래보다 큰 키 때문에 지훈 군이 스파이크 공격을 하려면 세터가 다른 친구들한테 올려주는 것보다 훨씬 더 높게 올려줘야 하는데요.
같은 팀의 세터인 5학년 허준 군은 그런 것에 대한 불편함보다 "자신이 공을 어떻게 올리든 공격으로 성공해 줘서 고맙다"며 웃었습니다. 지훈 군도 "네트 앞에 붙는 볼보다 떨어지는 볼이 더 좋다는 말만 해줬고, 워낙 평소에 잘 올려줘서 할 말이 없다"고 칭찬했습니다.
■"좋은 선수 돼서 엄마가 좋아하는 연예인 만나게 해주고 싶어요"
지훈 군이 배구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아버지의 지인을 통해 고등학교 배구부 감독님을 만나면서부터였습니다. 이후 본격적으로 배구를 시작한 건 올해 1월부터였고, 처음 가장 기본기인 언더 토스를 배울 때만 해도 그렇게 '재밌다'고 생각하진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큰 키를 이용해 중앙에서 강하게 스파이크를 때릴 때 오는 짜릿함에 어느새 빠져들었고, 지금은 고된 훈련에도 '배구하기 싫다고 생각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했습니다. 큰 키에 '혹시 농구선수를 할 생각은 없었냐'고 물었더니, 단호하게 '없었다'고 하네요.
배구선수라는 꿈을 마음에 새기면서 지훈 군에게 생긴 목표는 김연경처럼 한국 배구를 대표하는 좋은 선수가 되는 것. 그런데 여기에 더해 취재진을 웃음바다로 만든 또 다른 소소한 목표가 있었으니, 과연 초등학생다운 순수한 목표였습니다.
"좋은 배구 선수가 돼서, 유명해져서 엄마가 좋아하는 연예인 만나게 해주고 싶어요. (엄마가 누구 좋아하는데요?) 조인성이요!"
지훈 군을 가르치는 교동초등학교 배구부 배수민 코치는 "굉장히 열심히 성실하게 하는 친구"라며 "배구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까 실력도 열심히 하는 만큼 잘 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단순히 신체 조건만 좋은 게 아니라 기본적인 운동 신경이 있고, 공격할 때 파워도 좋습니다. 실력도 금방금방 늘고, 좋아지고 있어요. 다만 아직 운동 경력이 1년도 안 됐다 보니까 기본기 면에서는 조금 아직 미숙한 편이어서 앞으로 계속 꾸준히 배우고 노력하면 좋은 선수가 될 것 같아요."
■상처받을까 봐 걱정 큰 엄마…따뜻한 관심과 환경 뒷받침 필요
지훈 군이 단순히 촉망받는 유소년 선수에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일단 지훈 군의 노력이 선행되어야겠죠. 하지만 이런 유망주를 따뜻하게 격려해 주는 분위기, 그리고 올바르게 잘 자랄 수 있는 환경도 분명 뒷받침되어야 할 겁니다.
사실 인터뷰에 앞서 취재진을 만난 지훈 군의 어머니는 걱정이 가득했습니다. 가뜩이나 힘든 운동을 시키고 싶지 않았는데, 괜스레 주목받아 선을 넘는 악플들에 아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을까 봐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도 없다고 하죠. 배구하고 싶다는 지훈 군의 요청에 배구부가 있는 지금의 교동초등학교로 전학을 오게 됐고, 인터뷰도 부담스러웠지만 지훈 군이 정말 하고 싶다고 해 말릴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사실 지훈 군 자체를 걱정할 것은 없어 보이는 게 짧은 시간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봤지만, 배구에 임하는 열정은 키만큼이나 컸습니다. 여기에 공부도 잘하고, 영어 성적은 반에서 1등을 달린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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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영 기자 (hwa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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