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초심 찾은 연상호, 韓영화 얼굴들로 완성한 시대고발 미스터리 [봤어영]
작성자 정보
- 작성자 토도사연예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조회 25
본문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초심으로 귀환한 연상호 감독이 한국 영화의 얼굴들과 함께 완성한 태초의 ‘연니버스’. 영광의 시대 이면의 폭력의 ‘얼굴’을 예리하게 포착한 연상호표 사회고발 미스터리. 이를 통해 우리가 마주하고 기억해야 할 진짜 얼굴은 무엇인가, 무거운 질문을 던지는 영화 ‘얼굴’(감독 연상호)이다.
‘얼굴’은 연상호 감독이 제작비 2억 원의 저예산으로 박정민, 권해효, 신현빈 등 배우들과 신의와 의리로 의기투합한 영화로 연상호가 직접 쓴 그래픽 노블 원작을 영화로 각색했다. 박정민과 권해효의 세대를 넘나든 2인 1역 열연, 박정민의 1인 2역 열연으로 개봉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얼굴’은 태생부터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 장애인으로 태어났지만, 누구보다 아름다운 글씨로 도장을 새기는 전각 장인 임영규란 인물의 과거, 그의 아내이자 아들 임동환의 어머니였던 정영희란 여자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와 진실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의 어두운 초상을 조명한다.
아들 임동환은 기억도 없을 갓난 아이 시절 어머니가 집을 나간 탓에 어머니 얼굴도 모른 채 아버지인 임동규 손에서 길러졌다. 조금은 무뚝뚝해도 임동규와 유정한 부자관계를 유지하던 임동환의 일상은 얼굴도 모르는 어머니의 40년 전 백골 사체를 발견했다는 경찰의 연락을 받으며 균열이 생긴다. 때마침 아버지 임동규를 주인공으로 다큐멘터리를 촬영 중이던 PD 김수진(한지현 분)이 이를 포착하고, 김수진은 어쩌면 임동규보다 정영희의 죽음을 취재하는 게 더 특종이 될 수 있겠다는 직감을 느낀다.
영화 ‘얼굴’은 ‘살아있는 기적’이라 불린 임동규란 인물과 ‘지워진 얼굴’인 정영희란 인물의 대비로 동전의 양면과도 같던 대한민국의 아픈 근현대사를 건드린다. 대한민국 고속 성장의 역사에 가려 조명되지 못한 어두운 실패와 폭력을 정교하면서도 날카롭게 드러낸다. 정영희와 임동규의 과거를 끝내 마주한 김수진, 임동환의 태도는 현재를 사는 관객과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대변한다.
이 영화가 시대에 던진 예리한 질문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쯤 우리 개인을 향한 질문이 돼 부메랑처럼 되돌아온다.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얼굴은 없는지, 그 얼굴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젊은 시절의 임동규, 아들 임동환 1인 2역을 동시에 소화하며 1970년대의 ‘얼굴’과 2025년 현재의 ‘얼굴’의 변화를 연결성 있게 표현해낸 박정민의 열연이 작품에 강한 몰입감을 부여한다. 박정민이 표현한 젊은 시절 임동규의 표정과 세월을 녹여내면서도, 노년 임동규만의 모습을 자연스레 녹여 세대 간 대비를 극대화한 권해효의 열연이 화룡점정이 되어준다.
처음부터 끝까지 얼굴 한 번 드러내지 않고 정영희란 인물을 연기하며 시대의 아픔을 그린 신현빈의 도전 역시 설득력있고 인상적이다. 이밖에 임성재, 한지현 등 다른 배우들의 열연도 장면의 빈틈을 빼곡히 메우며 이 영화의 이목구비를 풍성히 채운다.
‘사이비’, ‘돼지의 왕’ 등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은 연상호 감독의 초기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반가운 영화다. 연상호 감독 전작들이 보여줬던 투박하고 강렬한 톤과 사뭇 다른 전개, 연출 톤도 인상적이다. 한정된 예산과 러닝타임에 무거운 질문을 알차게 눌러 담은 반가운 작품이다.
11일 개봉.
김보영 (kby5848@edaily.co.kr)
관련자료
-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