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살인자 리포트' 정성일, 첫 스크린 주연의 책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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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토도사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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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범이자 정신과 의사 영훈 役 맡아 조여정과 호흡
"개인적인 기쁨보다는 걱정이 더 많아…후회는 없다"
정성일은 지난 5일 스크린에 걸린 '살인자 리포트'(감독 조영준)에서 주인공 영훈 역을 맡아 데뷔 첫 영화 주연 도전에 나섰다. 개봉 전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난 그는 "극장에 걸리는 작품의 주인공을 맡는 건 너무 좋지만 그만큼 부담도 된다. 개인적인 기쁨보다는 걱정이 더 많지만 후회는 없다"고 소감을 전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살인자 리포트'는 특종에 목마른 베테랑 기자 선주(조여정 분)에게 정신과 의사 영훈(정성일 분)이 연쇄살인을 고백하는 인터뷰를 요청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영화 '채비'와 '태양의 노래'를 연출한 조영준 감독의 신작이다.
극 중 영훈은 자신의 연쇄살인을 고백하며 선주에게 일대일 인터뷰를 요청하고 자신의 살인을 낱낱이 고백하는 과정에서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이를 연기한 정성일은 수트와 안경 그리고 깔끔하게 넘긴 포마드 머리로 단정한 외적 비주얼을 완성하면서 11명을 죽이고도 한치의 증거를 남기지 않는 철저한 인물의 특징을 살렸다. 또 그는 의미심장한 표정과 날 선 눈빛을 지은 채 태연하고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아무렇지 않게 식사를 이어가는 등 소름 돋을 정도로 침착함을 유지하며 러닝타임 내내 긴장감을 조성했다.
"책이 너무 재밌어서 놓치기 싫었어요. 하도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서 아직도 그런 느낌의 역할이 많이 들어오는게 사실이에요. 이를 하기 싫은 건 아니지만 제가 하도영을 넘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늘 해요. 물론 '살인자 리포트'는 정장을 입지만 연기하면서 틀 수 있는 방향이 많은 캐릭터라서 꼭 하고 싶었어요."
정성일은 속을 알 수 없는 사이코패스처럼 상대를 끝없이 몰아붙이고 흔들다가 선주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고 치료의 목적으로 손을 내미는 정신과 의사로서 선과 악의 얼굴을 모두 보여준다.
다만 영화를 본 후, 과거의 아픔을 극복하고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정신과 의사 영훈의 사적 제재가 정당화될 수 있을지 의문이 짙게 남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정성일도 가장 많이 고민을 한 지점이라고.
"다크히어로라는 단어는 나오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보는 분들에 따라 감정이 다를 거고 마지막까지 선택권을 던져놓기 때문에 굉장히 민감한 부분이죠. 영훈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면서 제 개인적인 일과 놓고 봤을 때 결국은 실행하냐 하지 않느냐의 차이지 그런 생각은 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나였으면 어떨까?'라는 질문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지점이지만 사적 제재가 합리화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에요. 그래서 저도 영화를 끝내고 빨리 빠져나오려고 했어요."
하지만 한정된 공간에서 두 명의 인물이 '혀로 하는 칼싸움'과도 같은 한 치의 물러섬 없는 대화만으로 감정을 밀도 있게 쌓아가면서 러닝타임 내내 긴장감을 유지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인물들만 등장하기에 점점 지루하게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명과 3D 조형물의 변화 그리고 카메라 워킹 등 공간의 변화가 있었지만 제가 가질 수 있는 밀도가 생겨야 다가오는 지점도 있었어요. 보는 사람이 '얘가 다음에 무슨 수를 둘까?' '이걸 어떻게 받을까?'라는 궁금증이 계속 들게 하려고 했어요. 더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을 열어두다가도 변칙적인 템포를 주려고 했죠. 그게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많이 만들어졌고요. 리듬감을 주면서 보는 이들의 지루함을 덜어주려고 했어요."
이어 2020년 종영한 KBS2 '99억의 여자'로 호흡을 맞추고 5년 만에 재회한 조여정을 향한 두터운 신뢰를 드러냈다. 정성일은 "저는 상대에 따라 변하는 편인데 조여정 덕분에 새로운 게 많이 생겼다. 영훈은 조여정이 연기한 선주로 인해 생긴 부분이 많다. 다른 배우가 했다면 또 다른 영훈이 나왔을 것"이라며 "워낙 베테랑이고 잘하니까 너무 좋았다. 연기적으로 주고받는 것 외에 다른 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작업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던 중 2022년 공개된 넷플릭스 '더 글로리' 하도영으로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킨 그는 디즈니+ '트리거', 넷플릭스 '전,란' 등에서 굵직한 역할을 맡으며 자신의 입지를 더욱 단단하게 다졌다.
배우로서 다소 늦게 빛을 보며 긴 무명 시절을 끝낸 만큼, 지금에 안주하거나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 끊임없이 낯설고 새로운 환경에 뛰어들고 있다고. 정성일은 "연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어려워진다. 그래서 공연을 하러 다시 대학로로 가고 요즘 친구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연기하는지 등을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가 생각하지 못한 호흡법과 접근 방식이 있더라고요. 너무 재밌어요. 이런 걸 많이 느끼면서 저에게도 새로운 게 쌓이고 선택지도 많아지고 있어요. 언제까지 배우의 일을 할 수 있을까 불안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이 계속 갖고 가야되는거고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처럼만 천천히 꾸준히 길게 갔으면 좋겠어요. 요즘 시장에서 계속 연기하고 작품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하죠."
이렇게 작품과 관련된 이야기부터 배우로서 앞으로 나아갈 길까지 전한 정성일은 "저만 기가 빨릴 수 없으니까 다들 '살인자 리포트'를 보시고 기가 빨리셨으면 좋겠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제가 좋아하는 무대와 매체의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묘미를 극장에서 느끼시면서 몰입감 있게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많은 관람을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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