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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컵, 다 이긴다던 미국은 왜 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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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토도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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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라이더컵에서 승리한 유럽팀이 팬들과 함께 우승의 기쁨을 즐기고 있다./AFP 연합뉴스

유럽이 베스페이지 블랙에서 열린 라이더컵을 제패하며 미국의 홈 10년 무패 신화가 무너졌다. 유럽은 29일(한국 시각) 미국 뉴욕주 파밍데일의 베스페이지 블랙 코스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12개 싱글 매치에서 1승 5무 6패로 절대적인 열세를 보였으나 총점 15 대 13으로 2점 차 승리를 거머쥐었다. 유럽팀은 이로써 지난 2023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라이더컵에서 16.5-11.5로 승리한 후 원정 경기에서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유럽팀이 미국에서 라이더컵을 차지한 건 지난 2012년 이후 무려 13년 만이다.

13년 만에 안방에서 라이더컵 승리를 내준 미국 팀이 비통한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대회 첫 이틀간 유럽이 보여준 눈부신 퍼팅과 팀워크를 이유로 드는 이가 많다. 미국 주장 키건 브래들리도 “유럽이 믿기 어려울 만큼 퍼트를 잘 넣었다”며 탄식했다. 하지만 이는 자신의 리더십 실패로부터 시선을 돌리는 변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루크 도널드가 이끄는 유럽팀은 데이터와 시스템, 그리고 조직력을 앞세워 적지에서 13년 만의 원정 우승을 거머쥐었다. 지난 10여 년간 ‘홈팀 대승’의 원칙이 지배하던 라이더컵에서 미국은 왜 졌을까.

미국은 마지막 날 싱글 매치에서 6승5무1패로 앞섰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격차였다. 오히려 선수 개개인의 역량이 유럽을 앞서는데도 팀으로는 졌다는 것을 보여줬다. 초반 포섬과 포볼에서 7점 차로 뒤진 것이 결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세 가지 패인을 짚어본다.

미국 주장 키건 브래들리가 라이더컵 패배 후 기자회견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AFP 연합뉴스

1. 과학 대신 애국심 호소

미국은 2016년 헤이즐틴(미네소타), 2021년 위슬링 스트레이츠(위스콘신)에서 압승할 때 ‘태스크 포스’팀을 운영하는 조직적 혁신이 있었다. 폴 에이징어가 2008년 도입한 세션별 라인업과 데이터 기반 매치업, 그리고 캡틴과 부캡틴이 유기적으로 일하는 시스템이 그 토대였다. 데이비스 러브 3세와 스티브 스트리커는 심지어 선수들이 마시는 물과 식단, 이동 동선까지 세세히 점검하며 성과를 냈다.

그러나 2023년 로마 대회 참패 뒤 미국은 이를 일시적 불운으로 치부했고, 이번에는 다시 ‘감’과 ‘애국심’에 의존했다.

2024년 여름 키건 브래들리를 주장으로 급히 선임한 것이 상징적이다. 브래들리는 10년간 라이더컵과 무관했고 부주장 경험도 없었다. 브래들리는 선수들과 가까웠고, 선수로서도 최근 전성기를 방불케 하는 활약을 보이고 있었지만 캡틴으로서는 경험 부족이었다. 2년 전 로마 대회를 승리로 이끈 도널드의 노련한 팀을 상대로는 준비가 부족했다. 대회를 앞두고는 2001년 9·11 테러 희생자 유족을 연사로 초청해 선수들의 애국심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브래들리는 포섬 첫 세션에서 통계상 최악의 조합이던 모리카와–해리스 잉글리시를 기용했다가 대패했고 다음 날에도 같은 조를 다시 내보내는 실수를 반복했다. 러셀 헨리–스코티 셰플러 조는 티샷하는 홀을 잘못 선택해 초반 분위기를 내줬다. 이런 세부 결정들은 사소해 보이지만 빙산의 일각이었다. 미국은 이미 갖춰놓았던 과학적 시스템을 버리고 주장 개인의 감각에 의존하다 자멸했다.

2. 잔디 세팅, 그 많던 러프는 누가 다 잘랐나

라이더컵 홈팀은 보통 코스를 자국 선수들의 강점에 맞게 세팅한다. 베스페이지 블랙은 전장이 길면서도 억센 러프가 깊어 장타자에게 유리한 코스로 꼽혔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러프를 짧게 깎았다. 경기는 전반적으로 퍼팅과 쇼트 게임의 싸움이 됐다.

유럽에는 퍼팅과 쇼트 게임에 강한 선수가 많아 짧아진 러프가 오히려 호재가 됐다는 분석이다. 첫 이틀 포섬과 포볼에서 유럽이 크게 앞서간 배경에는 코스 세팅 실패가 있었다. 결론적으로 “잔디 세팅의 선택”은 홈 어드밴티지를 반감시켰다. 골프닷컴은 “베스페이지다운 러프의 부재는 코스를 퍼팅 콘테스트로 바꾸었고, 미국은 그 게임에 준비가 덜 됐다”고 지적했다. 이는 페어링 실패와 맞물려 초반 7점 격차라는 ‘돌이킬 수 없는 구도’를 낳았다

3. 역효과 부른 몰상식 응원

뉴욕 갤러리는 거칠기로 악명 높다. 이번 대회에서도 수천 명의 팬이 “F—k you Rory”를 연호하며 로리 매킬로이와 셰인 라우리를 집요하게 야유했다. 몇몇 팬은 스윙 직전 고성을 지르거나 선수 가족을 언급하며 도를 넘었다. 일부 매치에서는 주최 측이 뉴욕주 경찰을 두 배로 증원하고 티잉 그라운드와 그린마다 배치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런 ‘적대적 홈 분위기’는 유럽 선수들의 집중력을 해치지 못했다. 매킬로이는 오히려 놀라운 집중력과 경기력으로 대응했다. 라우리는 “내 생애 가장 힘든 두 시간이었다”고 했지만 마지막 15~18번 홀에서 버디 3개를 몰아치며 팀 우승을 확정했다. 미국 선수들은 홈 팬의 기대와 압박 속에 더 위축됐고, 유럽 선수들은 오히려 결속했다. 몰상식한 응원이 역효과를 부른 셈이다.

미국은 조직적 준비를 포기하고 주장 개인의 감과 애국심에 의존했고, 코스 세팅마저 홈팀의 강점을 살리지 못했으며, 관중의 도 넘은 응원은 팀 분위기를 악화시켰다. 유럽은 데이터 분석가 에도아르도 몰리나리를 비롯해 통계와 심리적 조합까지 고려한 페어링 전략, 잔디 변화에 맞춘 숏게임 전술, 거친 관중에도 흔들리지 않는 결속력으로 원정 우승을 차지했다. 라이더컵은 스타 플레이어 몇 명이 아니라 시스템과 디테일이 승부를 가르는 대회임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원문: 바로가기 (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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