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밴드 카디(KARDI) '우리가 가는 곳이 곧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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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토도사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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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새 EP '웬 더 라이트스 아웃' 발매
장르에 규정되지 않은 다채로운 음악 예고
[더팩트ㅣ최현정 기자] 과거에 비해 음악 페스티벌의 수가 많아지면서 간과하는 경향이 있지만 음악 페스티벌의 라인업에 드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는 그 신에서 음악성이나 흥행력과 스타성, 잠재력 등등 어느 한 가지 이상을 인정받은 '검증된 뮤지션'이라는 전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그렇기에 어떤 뮤지션이 페스티벌에 단골로 이름을 올린다면 이는 '주최 측도 관객도 확실히 믿을 수 있는 뮤지션'이라는 신뢰의 의미로 받아들여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카디(KARDI)도 이처럼 믿고 맡길 수 있는 영역에 들어선 밴드다. JTBC '슈퍼밴드2'를 통해 뭉친 보컬 김예지와 기타 황린, 베이스 황인규, 거문고 박다울로 구성된 카디는 2022년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을 시작으로 대형 록페스티벌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라인업에 없으면 섭섭할 정도로 다양한 페스티벌에 출연해 라이브를 선보이고 있다.
또 카디는 최근 플래닛케이라는 자체 레이블을 설립하고 페스티벌은 물론 새 앨범 발매와 단독 콘서트 준비 등 활동에 한층 더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더팩트>는 26일 서울 마포구의 플래닛케이 사무실에서 카디와 만나 이들의 향후 계획과 목표를 직접 들어보았다.
이날 카디 멤버는 인터뷰 시작 직전까지 새 앨범 막바지 작업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실제로 황린은 "믹싱을 직접 하다 보니 마스터링 일정에 맞추기 위해 최근에 계속 밤을 새고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처럼 카디가 공을 들이고 있는 새 앨범은 이들의 세 번째 EP로 앨범 타이틀은 'When The Lights Out(웬 더 라이트스 아웃)'으로 정해졌다. EP에는 타이틀곡 '도깨비불'을 비롯해 4곡이 수록될 예정이다.
새 앨범을 두고 황린은 "신곡 4곡이 수록되는 EP다. 전체적인 콘셉트는 흔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불이 꺼졌을 때 '우리들은 어디로 가야 하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2곡은 이런 사람의 내면을 노래하는 곡이고 다른 2곡은 그런 사람 자체에 대해 노래하는 곡이다"라며 "어떤 특정한 경험담이라기보다 살면서 이런저런 사람을 보면서 느낀 점을 담았다. 음악적 과장은 있을 수 있지만 내용에 대한 판단은 듣는 사람의 즐거움으로 남겨두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중 타이틀곡 '도깨비불'은 16일 전주 전북대학교 대운동장에서 열린 '2025 전주얼티밋뮤직페스티벌'에서 라이브로 먼저 선보이기도 했다. 당시 현장에서 '도깨비불'은 중독적인 베이스 리프와 카디 특유의 거문고 연주에 거세게 몰아치는 구간이 잘 어우러진 사운드로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황린은 "'도깨비불'의 표면적인 의미는 도깨비불에 홀린 현대 사람들의 이야기다. 사람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다 보면 날이 서 있을 때도 많고 뭔가에 취해 있을 때도 많다. 그런 모습을 '도깨비불에 홀린 것 같다'는 의미를 노래에 담았다"고 말했다.
흥미롭게도 그룹 에스파도 2022년 '도깨비불 Illusion'이라는 제목의 곡을 발표한 적이 있다. 더군다나 에스파와 카디의 새 앨범 발매일은 5일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묻자 황인규는 "처음부터 가제가 '도깨비'였다. 에스파를 의식한 건 절대 아니다. 정말 우연일 뿐"이라고 극구 부인하며 웃었다.
새 앨범의 발매에 맞춰 카디는 단독 콘서트도 준비 중이다. 지금까지 수차례 단독 콘서트를 열었던 카디지만 이번 콘서트는 좀 더 특별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들이 기획한 첫 콘서트기 때문이다.
박다울은 "새 앨범 곡들은 발매 직후라서 페스티벌에서 모두 라이브로 연주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12월 13일로 예정된 단독 콘서트에서 많이 들려주려 한다. 우리가 A부터 Z까지 다 맡은 기획 공연은 이번 콘서트가 처음이다"라고 밝혀 단독 콘서트의 기대감을 높였다.
물론 단독 콘서트 개최 전까지 카디는 여러 페스티벌에서 만날 수 있다. 일단 카디는 9월 13일과 14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리는 '사운드플래닛페스티벌'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케이-뮤직 페스티벌 인 오사카 : 다양다감'의 출연이 예정돼 있다.
이처럼 카디가 여러 페스티벌에서 인기를 얻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묻자 이들은 밸런스와 인지도를 꼽았다.
거문고라는 시그니처 사운드와 매력적인 보컬, 탄탄한 기타와 베이스의 밸런스가 잘 잡힌 것이 카디의 장점 같다는 말에 "맞다"며 고개를 끄덕인 황린은 "사실 방송을 통해 결성됐다는 점도 크다. 평범한 밴드가 이 정도 인지도를 얻으려면 그때까지 시간을 견디기가 어렵다. 우리는 (방송 덕분에) 그 단계를 건너뛰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황인규와 박다울은 "'슈퍼밴드2'에서는 거문고라는 일반적인 밴드에서 보기 어려운 포인트가 있어 독특해서 더 주목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니까 더 내실이 있어야 한다. 방송에서 뻥튀기된 부분이 있어서 그걸 메우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황린의 말처럼) 건너뛴 만큼 그 간극을 채우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김예지와 박다울은 카디에 합류하기 전에는 밴드로 활동한 경력이 전무하다. 또 멤버 전원이 '슈퍼밴드2' 출연 전에는 전혀 모르던 사이였다.
황인규는 "그나마 황린은 같은 밴드 신에 있어서 서로의 존재 정도만 알고 있었지만 직접적인 친분은 없었다. 그런데 카디가 결성되고 보니까 동성동본이더라"라며 "전혀 밴드 경험이 없던 김예지와 박다울은 '실전 압축 밴드'를 한 거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김예지도 "나는 밴드 생활을 처음 하는 거라 익숙하지 않아서 힘들었는데 4년간 해오면서 인지도에 걸맞은 실력을 만들려고 했다"며 "보컬도 그렇고 특히 퍼포먼스적인 부분을 많이 연습했다. 댄스 연습실을 빌려서 거울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더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아예 악기의 분야가 다른 박다울은 밴드 생활을 하면서 더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해야 했다. 박다울은 "아무래도 거문고라는 악기가 기본적인 소리가 크지 않고 확성도 어려워서 현대 음향이 없으면 공연이 쉽지 않다"며 "또 여름 페스티벌에는 물을 많이 뿌리는데 거문고가 습기에 취약하다. 라이브 연주용으로는 악기가 너무 상한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심지어 거문고는 전문 악기다 보니 비용도 비싸다. 박다울은 "거문고 연주자는 대부분 전공자고 취미로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보니 대량으로 제작하지 않는다. 악기 만드는 데가 많지 않아서 가격대가 있는 편이다"라며 "그래서 올해부터는 싸게 나오는 물건이 있으면 최대한 사 놓으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황인규는 "그래서 멤버 모두 최대한 (박다울의 악기는) 건드리지 않으려고 한다"며 "국악을 해서 그런지 박다울은 뭔가 무협지에서 정파를 뛰쳐나와 사파에서 활약하는 고수 느낌"이라며 웃었다.
카디 멤버들은 웃으며 말하긴 했지만 그들의 노력은 진짜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의 위치에 도달하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대중의 평가는 한없이 너그러운 것 같다가도 정말 사소한 것을 계기로 더없이 냉정해지기도 한다.
다만 현재 트렌드는 모두 카디에게 긍정적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밴드 붐이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그로 인해 페스티벌을 찾는 관객도 늘고 있다. 또 카디를 포함해 최근 터치드·한로로·윤마치 등 여성 보컬이 두각을 보이는 것도 긍정적인 신호다.
황린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밴드 붐이 온 게 아니라 붐이 온 밴드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정말 오긴 온 것 같다. 시대별로 유행하는 장르가 있는데 이번에 밴드인 게 아닌가 싶다"며 "팬데믹 시기를 겪으면서 라이브 무대를 향한 갈증이 높아졌던 것이 팬데믹이 풀리면서 밴드 붐이라는 하나의 형태가 됐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황인규도 "여성 보컬도 20년 전 혼성 밴드와 지금의 혼성 밴드는 느낌이 또 전혀 다르다. 또 여성 보컬 중에 잘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시대의 변화다"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이 모든 긍정적 신호에 해당하는 카디는 그 효과를 체감하고 있을까.
이에 황인규와 박다울은 "우리도 밴드고 여성 보컬인데 아직 아닌 것 같다. 한 10년 더 하면 많이 알아주지 않을까 싶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농담처럼 말했지만 여기에는 카디 특유의 가치관이 반영돼 있다.
황린과 박다울은 "목표를 생각하기보다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그게 커지면 좋다는 생각이다. 어떤 것을 목표로 정하고 하는 건 아니다"라며 "스스로 믿고 하다 보면 언젠가는 된다는 생각이다. 현시점에서 가장 잘하는 걸 하면 언젠가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황인규와 김예지도 "너무 미래를 바라보면 오히려 안 되는 것 같다"며 "어디에 도달하겠다는 목표를 정하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마인드다. 우리는 아무도 가보지 못한 곳까지 갈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힘을 줘 말했다.
그리고 이런 관점에서는 카디의 멤버들도 자신들이 이룬 일들을 체감하고 있었다.
황린은 "지나고 보면 '여기까지 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돌아보니까 어느새 예전에 생각하던 게 이루어져 있더라. 예를 들어 밴드를 하다 보니까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의 메인 무대에는 꼭 서고 싶었다. 그리고 정말로 그 무대에 올랐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카디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자신이 가는 곳이 곧 길이라는 마인드로 나아가겠다는 각오다.
황린은 "큰 카테고리로는 록이라고 하지만 우리 음악에는 다양한 장르가 들어있다. 우리는 어디에 규정되지 않은 잡식성 밴드다. 앞으로 우리가 어떤 음악을 해도 놀라지 마라. 카디로 어디까지 가나 한 번 보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어 김예지는 "우린 각자 추구하는 것을 가지고 모인 밴드다. 그것을 버무려서 새로운 게 나올 것 같다"며 "코첼라나 글래스턴베리같은 페스티벌에 설 수 있으면 좋겠지만 우리가 지금 나가는 곳이 곧 코첼라고 글레스턴베리라는 생각으로 무대에 오른다"고 덧붙여 '카디의 길'이 어떤 것인지를 확실히 했다.
끝으로 '그럼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 수상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황인규는 "그래도 그래미는 좀 받아보고 싶다"고 덧붙이긴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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